
오랜만에 특종 비슷한 것을 했다. 지난해 12월19일이었다. 르포 기사를 쓰기 위해 머물고 있던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타났다. 총리실 출입기자단에도 알리지 않을 정도로 계획에 없던 방문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는 기자는 나 하나뿐이었다. 급히 핸드폰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했다. 보고 들은 것을 종합해 약 한 시간 뒤에 보도했다.
당일 저녁부터 많은 매체가 한덕수 총리의 합동분향소 방문 소식을 다뤘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고 쓴 유일한 보도가 〈시사IN〉 기사였던 만큼, 모두가 〈시사IN〉을 베끼다시피 작성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해온 기자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시사IN〉 보도를 인용했다고 출처를 표기한 매체도 두 군데에 불과했다. 많이 인용된 내용 중 공개한 영상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도 있었다. 대부분 제목으로 뽑은 ‘방문 시간 30초’의 진위는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시사IN〉이 만약 1분이라고 썼다면 그대로 ‘1분 방문’으로 기사가 쏟아졌을 것이다.
저작권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언론사가 저작권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덕수 총리의 모습이 담긴 〈시사IN〉 영상을 사용한 모든 방송사는 사전 허가를 받았다. 기자의 연락처를 모르면 회사를 통해 연락해서라도 명시적으로 허락을 받아냈다.
“사실(fact)을 수집하는 데는 아주 많은 돈이 듭니다.” 〈시사IN〉이 가끔 인용하는, 〈뉴욕타임스〉 감염병 전문기자 도널드 맥닐의 말이다. 사실을 수집하는 데는 분명 돈이 든다. 별다른 취재거리가 없을지 모를 분향소에 기자 한 명을 2주일 동안 머물게 한 것은 한덕수 총리 방문 같은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시사IN〉이 지불한 비용이다.
그러나 어떠한 사실 확인은 돈도 들지 않는다. 기사에 작성한 사실을 확인해주는 대가로 〈시사IN〉이 돈을 요구했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사실을 확인하는 데 약간의 시간, 소소한 정성은 들였어야 하지 않는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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