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고지 없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희생자 유족들의 사과 요구에 분향을 중단하고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한덕수 총리는 12월19일 오후 2시30분 경,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한 총리 방문 직전 합동분향소 인근에는 갑자기 경찰 병력이 급격히 늘어났다. 유족들은 “무슨 일이냐”라며 웅성거렸고, 한 경찰이 유족에게 “총리께서 오셨냐”라고 물어 한 총리의 방문 예정 소식이 알려졌다. 유족들은 급하게 총리에게 전달할 의견을 모았다.
오후 2시30분 경, 한덕수 총리가 나타나자 유족들은 한 총리에게 유족들의 뜻을 전했다. 한 유족이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가지고 와 달라. 저희는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아니면 받지 않겠다. 대통령의 사과를 가져와 달라”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윽고 다른 유족이 “(사과가 없으면) 돌아가세요. 정중히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자 한덕수 총리는 곧바로 “잘 알겠다.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분향소 앞을 떠났다. 한 총리가 합동분향소 앞에 머문 시간은 약 30초에 불과했다.
한덕수 총리는 합동분향소 맞은편에 주차돼 있는 차량으로 이동하며, 악수를 청하는 한 시민에게 “분향을 좀 하려고 했더니 못하게 하시네요. 고생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뒤이어 한 총리는 “(정부 공식 대표로 방문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분향하러 왔다”라고 밝혔다.
〈시사IN〉이 현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총리는 “그건 정부 측에서 여러 번 (입장을) 밝혔으니까”라고 답했다. “어떤 의견인지 다시 한 번 말해달라”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다”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한덕수 총리의 예고 없는 방문에 유족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향소 현장을 지키고 있던 고(故)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잠시라도 조문 예의를 표할 줄 알았는데 바로 등 돌려서 떠났다. 사과할 의지가 없이 형식적으로 들른 것 같아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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