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6일 ‘기후위기 시대, 언론의 역할을 묻다’를 주제로 개최된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발제자들과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기후위기 시대, 저널리즘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기후위기는 당장 모두의 눈앞에 보이는 위험이 아니다. 하지만 이 위험을 정확히 알아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는 ‘기후위기 시대, 언론의 역할을 묻다’를 주제로 언론의 책임을 돌아봤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 언론은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부응하고 있을까. 그러지 못했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가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도록 언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대기과학자,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미국·프랑스·한국의 현직 기자들이 각자의 답변을 내놓았다. 자리에 참석한 청중들은 열띤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12월6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2022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지면에 옮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대기과학자)

지난해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미래 기후를 두고 총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더는 자연이 미래의 기후를 결정할 수 없다. 인간이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지고 미래의 기후가 결정된다. 유엔 차원에서는 다섯 가지 시나리오 중 ‘SSP2 시나리오’, 우리가 특단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21세기 말 지구 온도가 3℃까지 오르는 시나리오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지구 온도는 2030년대에 1.5℃, 2050년대에 2℃를 돌파한다. 기후위기가 가까이 와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30년까지 현재의 탄소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IPCC는 우리가 백지상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남은 건 그러한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 기후위기에 맞서 인간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에르베 켐프 (프랑스 〈르포르테르〉 편집장)

〈르포르테르〉는 ‘어떻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취재하고 보도한다. 월평균 150만명 이상이 〈르포르테르〉를 구독하고, 수익의 98%가 구독자들의 후원에서 나온다. 프랑스에서도 예외적 사례다. 우리는 비영리 매체로 독자에게 100% 무료로 정보를 전한다. 15년 전에 비해 많은 과학자들이 더 단호하게 기후위기를 경고한다. 하지만 언론은 기후위기에 대해 충분히 보도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기후위기를 언급하길 꺼리는 만큼, 기후위기 문제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매체의 재정적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더욱 실질적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기자는 홍수·가뭄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비극적 장면만을 보도해선 안 된다. 지구 파괴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더 잘, 더 많이 보도하고 싶은 동료들에게 올해 9월 프랑스 언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작성한 ‘환경 및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저널리즘 헌장’ 읽기를 권한다.

김다은 (〈시사IN〉 기자)

〈시사IN〉은 2022 신년 특집으로 기후위기에 관한 인식을 묻는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1000명에게 290개 문항을 물었다.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세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기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 이들이 강력하게 결집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들의 욕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없다. 한재각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구름이 모여 있는 것만으론 비가 내리지 않는다. 비가 내리기 위해선 응결핵이 필요하다’라고 빗댔다. 지금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다. 응결핵처럼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줄 정치세력이 나타나야 비로소 비가 될 수 있다. 〈시사IN〉도 계속 그 변화를 지켜보고 관련해 열심히 보도하겠다.

마크 허츠가드 (〈더 네이션〉 환경 전문기자)

지금은 기후변화도, 기후위기도 아닌 기후 비상사태다. 언론인들도 기후 문제를 비상사태처럼 다뤄야 한다. 2018년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된 이후, 나와 동료 언론인들은 다양한 매체와 언론인을 한곳에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해 기후위기를 보도하는 전 세계 언론 협력체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CCNow)’를 설립했다. 현재 CCNow엔 전 세계 500여 개 언론사가 함께하고 있다. 지금껏 CCNow의 파트너사들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을 공동으로 인터뷰했다. CCNow는 기후위기 보도를 위한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언론인들에게 전달한다. CCNow 소속의 언론인들은 세미나, SNS를 통해 COP27·기후 정의 등 기후위기 관련 의제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어떻게 제대로 기후위기 관련 보도를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수록 기후위기 보도가 이 시기에 해야 할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CCNow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탄소중립은 인간이 지구 대기에 추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A안)’에서는 2050년까지 한국의 화력발전소가 모두 문을 닫는다. 전체 전력의 약 70%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다. 이러한 사회가 상상이 가나? 한국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총 다섯 번 발표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면 이를 위해 에너지·건축·농업·교통 등 다양한 영역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걸 뒷받침하는 목표와 실행력과 정책이 필요하다. 언론도 방관자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당사자로서 기후위기 보도를 우선순위에 두고, 기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언론은 기후위기로 영향을 받는 구체적 현장의 이야기, 지역과 산업과 사람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