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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시사IN 신선영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녹색정의당 ‘인재영입 1호’다. 30년 동안 전 세계 날씨를 예측하고 탄소를 추적하는 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왜 정치를, 그것도 녹색정의당에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나. 2월8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조천호 박사를 만났다.

4년 전에는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의 입당 제안을 거절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다르기에 녹색정의당에 입당했나?

5년 전 은퇴하고 책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내고부터 전국을 돌며 강연하기 시작했다. 강연장마다 본인을 녹색당 당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더라(웃음). 그렇게 녹색당에 관심을 두게 됐고, 정의당을 향한 관심은 이전부터 있었다. 정의당은 노동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의 정의와 불평등에 주목해 온 정당이다. 녹색당은 기후나 다양성처럼 새롭게 등장한 진보의 이슈를 다뤄왔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막연히 ‘두 당이 합쳐지면 당원이 돼야겠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녹색정의당이 출범하면서 입당하게 됐다.

‘입당의 말’ 제목이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이다. 정호승 시인의 시 ‘봄길’을 인용했다.

그동안 정의당과 녹색당 모두 아팠다.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사람이 떠나기도 했다. (녹색정의당에 입당한다고 하니) 주변 친구들이 ‘왜 무너지는 곳에 가느냐’라고 말리더라(웃음).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장혜영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 ‘기후 국감’을 치렀다.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국정감사를 겪은 적이 있다. 종종 어처구니없는 질문도 있었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받을 때면 국회의원이 얼마나 공무원을 압박하고 긴장시킬 수 있는지 실감했다. (정부 기관 운영과 예산 사용을) 감시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2월2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녹색정의당 지지율은 1%다.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녹색정의당에 투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연하고 나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우리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병든 세상을 인식하더라도 정치 참여를 통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기후위기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쟁, 감염병, 금융위기 등 이전 위기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 세상이 유한한 지구를 넘어서면 공기, 물, 식량과 삶의 거주지가 지구로부터 공격받게 된다. 지금 당장 여기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한국의 주류 정치, 기득권 정치가 이 전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노동과 기후환경의 가치를 지켜내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보듬으려는 정당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녹색정의당에 투표해야 한다.

2월5일 녹색정의당 ‘인재영입 1호’인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운데)가 입당 환영 기자회견에서 김준우 상임대표, 김찬휘 공동대표의 박수를 받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2월5일 녹색정의당 ‘인재영입 1호’인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운데)가 입당 환영 기자회견에서 김준우 상임대표, 김찬휘 공동대표의 박수를 받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정책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탄소세(탄소를 배출하는 상품과 행위에 직접 부과하는 세금) 도입이다. 탄소세를 1~2%만 걷어서 틀을 만들어 두면 거기서 또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스위스는 탄소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고, 스웨덴은 탄소세를 도입하면서 소득세 감면을 병행했다.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뿜어낸다. 탄소세를 거두는 건 세금을 부과해 탄소를 많이 쓰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그렇게 거둔 탄소세를 나누는 건 (저소득층이) ‘불쌍하니까 나눠주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탄소를 많이 쓰면 그만큼 우리의 기후와 환경과 삶의 터전을 무너뜨린다. 그 피해에 대한 배상의 개념이고, 이게 ‘정의’라고 생각한다.

다음 총선에서 녹색정의당 후보로 출마하나.

당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했다. 비례대표 후 순위에서 내 앞번호에 배치된 ‘녹색정의 정치인’을 열심히 밀어볼 생각이다. 선거 기간 전국을 돌며 왜 기후 정치가 필요한지 설득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에 어느 정당이 합류할지가 관심사다. 녹색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해야 한다고 보나.

당내 의견이 갈릴 여지가 많은 사안이다.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용기’를 기준으로 옳은 길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당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하면 좋겠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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