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9.23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행진 중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9월23일 ‘9.23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행진 중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9월의 그 주는 특히 좀 이상했다. 나는 요즘 30분짜리 뉴스 브리핑을 위해 팀원들과 매일 뉴스를 취합한다. 대부분 2030인 우리는 각자 나름의 기준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가져온다. 누군가는 국회 본회의에 올라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중요하다 생각해 관련 뉴스를 가져왔고, 누군가는 전 세계 청년들이 움직이는 9월 ‘기후행동의 달’을 맞아 정부와 국회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를 원했다. 매주 전국에서 모이는 교사들을 생각하면 ‘교권 4법’도 자세히 짚고 넘어갈 법했고, 국회에서 대기 중인 보호출산제나 머그샷 공개법도 살펴야 할 문제였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 만큼 9월 셋째 주는 다룰 이슈가 참 많았다. 특히 본회의가 예정된 9월21일에는 그 이슈들의 결론이 쏟아질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가져온 뉴스를, 결국 아무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 그 주는 한 정치인이 단식을 했고, 9월21일은 오직 검찰과 민주당이 결전을 치르는 날이 되었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을 한다는데, 그를 체포해도 될지 말지 표결에 부친다는데, 모양새 자체만으로 중요한 뉴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에 상황을 설명하고 나면 남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9월21일 국회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더해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현직 검사 탄핵안과 같이 거대 정당이 서로 끌어올린 ‘갑툭튀’ 안건들이 민생 법안을 제치고 우선순위로 올라섰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조차 뒤로 밀리고 그날 잡혀 있던 상임위도 모조리 취소되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이후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기후특위도 그중 하나였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며 난리가 난 국회는 예정된 98개 안건 중 겨우 8개만 처리한 채 멈춰 섰다. 그렇게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검찰 대 민주당’ 블랙홀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에게 중요한 뉴스는 대체 무엇인가

8월 말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는, 세수가 역대급으로 펑크 나는데도 감세를 지향하는 현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항목들이 대폭 삭감되어 있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청년의 미래와 직결된 기후, 재난, 노동, 생활경제 같은 문제였다. 제1야당 대표가 이러한 감세를 반대하며 단식하는 상상을 잠깐 해봤다. 청년의 삶과 괴리되지 않은 단식 뉴스 보도가 가능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현실의 단식은 이러한 상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정신없이 방송 준비를 해야 했다. 우리가 다루고 싶은 주제는 사라졌고, 그렇게 청년들이 만드는 뉴스에서마저 청년은 소외되고 말았다.

국회가 초토화된 후 이어진 주말, 서울 세종대로에는 시민 3만여 명이 모였다. 올해 9월에도 어김없이 열린 기후정의행진은 이번엔 용산으로 향했다. 걷는 도중 사이렌이 울리자 사람들이 도로 위에 눕기 시작했다. 기후시위의 백미, 절멸을 의미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다. 나도 약 3분 동안 아스팔트에 누워서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비트에 맞춰 일어나 옆 친구와, 모르는 시민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러니했다. 날뛰고 있는 듯하지만 죽어 있는 국회의 정치, 죽음을 퍼포먼스하지만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시민의 정치. 우리에게 중요한 뉴스는 대체 무엇인가. 이 괴리를 어찌해야 하는가. 주말이 끝나고 뉴스를 선택해야 하는 평일이 또다시 돌아왔다. 옆에 있던 친구도 나도, 한 정치인의 얼굴을 내세운 섬네일을 며칠째 만들고 있다.

기자명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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