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베를린에 있는 독일 경제기후보호부를 방문한 직후였다. 경제부처 이름을 ‘경제기후보호부’로 바꾸고, 녹색당 대표가 부총리를 맡은 이 나라의 기후위기 정책에 깊은 인상을 받고 나왔다. 한 무리의 시민들이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이라고 쓰인 텐트 옆에서 집회를 열고 있었다.
한국에도 지부가 있는 멸종반란은 기후위기로 인간을 포함한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에 저항하는 단체다. 최근 유럽에서 예술작품을 훼손하는 ‘명화 테러’를 벌인 이들 중에도 멸종반란 활동가가 있다. 자가용을 불태우는 그림 옆에 서 있던 한 청년에게 물었다. “독일은 이미 매우 적극적인 기후위기 정책을 펴는 나라 아닌가?”라고.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독일 정부는 말로는 기후위기를 떠들면서, 실제 행동은 매우 더디다. 우리는 정부에 더욱 근본적인 정책을 요구한다.”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는 일이 이래서 어렵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4%대에 불과한 한국 입장에서 이미 그 비율이 40%를 넘겼고, 2030년까지 두 배(80%)로 끌어올리겠다는 독일은 ‘넘사벽’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가 이어진다. ‘명화 테러’ 역시 절박함의 발로일 텐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 다르다. 말하자면 ‘기후위기 감수성의 비대칭성’이다.
겨우 6~7년 전만 해도 기후위기에 대해 한국인은 무관심했다. 관련 기사를 쓰면 기껏 달리는 댓글이 “먹고살기 힘든데 배부른 소리 하네” “온난화는 사기극이다” 따위였다. 변곡점이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지금은 달라졌다. ‘RE100’이 화제였던 지난 대선은 기후위기 의제가 한국에서 전면으로 떠오른 첫 번째 선거였다.
문제는 속도와 해법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기마저 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삼시 세끼를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고 집 앞 편의점에도 차를 몰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뒷사람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이 조금이나마 바뀌고 있는 것은 외국으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욕을 먹어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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