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

피선거권을 갖는 2018년이 되면 입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정당을 선택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언젠가 그 당의 후보자로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먼 미래일 줄 알았던 일이 빠르게 펼쳐졌다. 입당 후 딱 2년 뒤 김혜미(28) 마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김 위원장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사회복지는 ‘환경 속의 인간’을 중요하게 가르친다. 그 환경에 ‘생태’는 늘 빠져 있었다. 그런데 생태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복지국가가 아주 근본적인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녹색당을 선택한 이유다. 녹색 정치로 기존 정치에 균열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이숲 서울 마포구 구의원 후보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캠프는 ‘선거는 쓰레기가 아니니까’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중의적 의미였다. 기후정의조례 제정, 제로웨이스트 생태계 조성 등을 내걸고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를 생태광장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유세 트럭 대신 전기자전거를 쓰고 현수막·벽보 등 홍보물을 생분해되는 소재나 재생지로 제작하는 ‘저탄소 선거운동’에도 도전했다.

지방선거를 복기하면 한 가지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산책하던 강아지가 유세 중이던 김 위원장 품에 덥석 안겼다. 그 모습을 보고 강아지의 주인이 강아지에게 “반려동물 필수예방접종 공약 있다고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반려동물 필수예방접종 지원은 당시 선거캠프의 공약 중 하나였다. “유권자들은 우리가 명함을 나누고 유세하는 걸 허투루 보지 않는구나. 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는 걸 유심히 보고 있구나 깨달았다.”

녹색당은 2020년 총선 당시 ‘위성정당’ 선거연합 논란 이후 많은 활동 당원들이 탈당하며 위기를 겪었다. 김 위원장은 녹색당에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진 선거제도가 바뀌면 녹색당에 정치적 공간이 생길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더 다양한 정당이 의회에 진입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선거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녹색당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이었어야 한다는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나선 시민들은 일회용품을 줄이고 분리수거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묻는다. 김혜미 위원장의 답변은 기후위기에 맞서 ‘녹색 정치를 한다’이다. 시스템을 바꾸고, 정치가 기후 의제에 응답하게 하도록 부단히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모색한다. “함께 답을 찾아가자. 기후 정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녹색당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쓴소리든 단소리든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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