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11월1일, 경찰청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이태원 사고 관련 조치 및 향후대책’을 보고한다. 해당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핼러윈을 앞둔 10월26일 관계기관이 모여 질서유지 방안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간담회에는 용산경찰서(112운영지원팀·여성청소년과·형사과·이태원파출소 등), 이태원관광특구상인연합회(이하 상인회), 이태원역 역장, 용산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용산경찰서는 이 자리에서 일부 상인들이 “과도한 경찰력 배치 시 핼러윈 분위기 위축 우려 제기하며 상인회 자정 노력을 언급”했었다고 주장한다. 

〈시사IN〉은 해당 자료에 대해서 상인회 측을 취재했다. 상인회 측은 “경찰 차량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주차해달라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10월26일 ‘이태원 간담회’에서는 무슨 대화가 오갔던 것일까. 11월2일 〈시사IN〉 취재진과 상인회 관계자·용산경찰서 관계자와 이루어진 통화 내용을 각각 문답 형태로 정리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근처 가게들은 애도 기간에 문을 닫았다. 용산구청의 안내문과 함께 영업 중단 안내를 붙였다. ⓒ김흥구

아래는 상인회 회장 이 아무개씨와의 일문일답.

상인회 측에서 경찰에 ‘핼로윈 분위기가 위축되니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게 사실인지?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분에게 당일 현장에 몇 명이나 파견 나오는지 물었더니 200명 정도라고 하길래, ‘200명씩이나 오시는데 경찰 차량을 길가에 세워놓게 되면 통행에 지장이 있고 위압감을 조성할 수 있으니까 경찰 차량을 보이지 않는 곳에다 주차 해달라’고 이야기를 한 거다. 우리가 경찰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을 해도 늘려주지 않았을 거고, 줄여달라고 요청을 해도 줄여주지 않았을 거다.

당일 상인회에서 사람들이 환풍구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알바도 뽑았다고 들었다.

그건 이태원역 역장이 가장 우려한 부분이었다. 환풍구 쪽에 가로막이 설치되지 않은 쪽이 있어서 사람들이 올라가면 낙상 사고가 날까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 상인회에서 자체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안전요원으로 새벽 5시 반까지 환풍구를 지키게 했다. 원래 구청이나 경찰에서 해야 하는 업무인데, 인력이 부족해서인지 무슨 문제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기로 했다.

아래는 용산경찰서 정 아무개 경감과의 일문일답.

상인회에서 경찰력 투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게 사실인지?

그렇다. 경찰력 투입 자제만 요청한 게 아니라 단속을 나올 때 경찰복을 입고 오지 말아달라고까지 했다. 지난해에 ‘사회적거리두기’ 때문에 밤 10시가 지나고 나서 경찰들이 호각도 불고 사이렌도 울리면서 손님들을 다 내보냈었는데, ‘올해는 사회적거리두기도 끝났으니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 이태원 상인들은 핼로윈 특수만 기다리면서 준비해왔다’ 이런 이야기도 나왔었다. 간담회 자리에서 상인회 측 사람이 ‘호각 불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까지 정확하게 기억난다. 꽤 강하게 이야기했다. 거기에 이어서 다른 상인회 분이 ‘단속할 때 경찰복 입고 오지 말아달라’고도 했는데, 그래도 당일 우리는 경찰복을 입고 나갔다. 그게 원칙이니까.

상인회에서 환풍구를 지키는 아르바이트까지 뽑아서 고용했다는데, 이것은 경찰의 업무 아닌가?

그건 구청에서 담당해야 하는 업무다.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앞에서 경찰 대신 야광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통제했다던데.

간담회에서 상인회측이 ‘우리도 자체 인력을 충분히 고용해서 자정 노력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부분이다. 해밀톤 호텔 앞 사거리에 X자로 나 있는 횡단보도에서 야광조끼를 입은 분들이 계셨고, 경찰은 이태원역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인파를 통제하고 있었다. 나도 당일 3번 출구 앞에서 다른 경찰관 두 명과 함께 사람들이 뭉쳐있지 않도록, 횡단보도에 녹색 불이 켜지면 사람들이 빨리빨리 길을 건널 수 있게끔 했다. 사고가 난 1번 출구에도 교통경찰관이 있었다. 사고가 난 직후에 1번 출구로 뛰어가서 보니까 교통경찰관이 사상자를 구호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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