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일 밤 서울 홍대입구역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이 손을 흔들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요새 택시가 왜 안 잡힐까? 택시는 택시 회사에 소속된 법인택시와 개인이 관리하는 개인택시로 나뉜다. 35% 대 65% 정도 비율로 개인택시가 더 많다. 개인택시는 본인이 사장인 만큼 ‘3부제(이틀 근무, 하루 휴식)’만 지키면 출퇴근이 자유롭다.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의 52.9%가 65세 이상이다. 취객과 상대해야 하고 몸도 고된 야간 노동보다는 주간 노동을 선호한다. 반면 법인택시 기사는 택시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이며, 비교적 연령대가 낮다. 65세 이상은 35.9%다. 그리고 이들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개한 2022년 6월 택시 운행 패턴을 보면, 개인택시는 오전 10~11시, 오후 4~5시에 가장 많이 일하고 오후 6시 이후 급격하게 운행 대수가 줄어든다. 밤 12시에서 새벽 1시를 기점으로 법인택시 운행이 개인택시를 넘어선다. 새벽 4시가 지나면 다시 개인택시 운행이 더 많아진다. 그만큼 심야의 택시 운행에는 법인택시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바로 그 법인택시 기사가 3만명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2월 말 10만2320명이던 법인택시 기사는 올해 5월 말 7만4536명으로 불과 2년 5개월 만에 2만7784명(27.2%)이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에 50%대를 기록하던 법인택시 가동률은 최근 30%대까지 떨어졌다. 법인택시 10대 중 7대가 기사를 못 구해 멈춰 있다. 이들은 벌이가 좋은 배달이나 택배 쪽으로 빠졌다고 알려졌다.

개인택시 기사를 밤에 더 일하게 하면 좀 낫겠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떠나간 법인택시 기사를 어떻게 돌아오게 할 것인가? 노동조합은 기사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은 “일하는 시간과 임금을 받는 시간의 괴리가 크다. 실제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법인택시 기사들은 보통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다. 그런데 10시간 근무해도 10시간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한다. 임금을 주는 기준이 되는 시간을 노사가 협약으로 정한다. 10시간 일했어도 최대 6시간40분까지만 일했다고 ‘간주’한다. 근로기준법 제58조의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간주근로시간제란 외판원이나 가스검침원처럼 주로 사업장 밖에서 일하기에 노동시간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가 정한 시간만큼 임금을 주는 제도다.

여기에 법인택시 기사들은 ‘운송수입 기준금’이라 부르는 돈을 하루 17만5000원 정도 회사에 내야 한다.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기사가 벌어오면 회사가 이 중 40%를 갖고 나머지 60%는 기사가 성과급으로 받는다. 과거 ‘사납금’ 제도는 법이 개정되며 2020년부터 폐지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처럼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이 존속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승객이 줄어 수입이 급감해도 이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시간대별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

그 결과가 기사들의 대규모 이탈이다. 김성한 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은 “코로나 때는 수익금이 시간당 1만원밖에 안 찍히는데도 기준금은 하루 16만~17만원을 내야 했다. 기준금을 못 채우면 성과급을 못 받을 뿐 아니라 각종 수당이 80만원가량 공제된다. 월 26일 일해서 190만원 받던 것을 110만원 받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3만명이 나간 거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월 26일 하루 10시간 이상 꼬박 일하고 시간당 2만원 수익금을 올리면 월 220만원을 받는다. 그걸 받자고 장시간 과로 운전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노조가 보기에 법인택시 인력난은 회사가 월급을 제대로 주고 교통 당국이 불법적 임금 지급을 감독하면 해결될 문제다.

회사 측의 입장은 다르다. 택시 회사들의 연합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택시사업연합회)의 이양덕 전무는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주라고 하면 살아남을 택시 회사는 한 곳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택시 업종은 특수성이 있다. 차를 가지고 나간 기사가 스스로 책임지고 수익을 올려야 하는 구조다. 만약 기사가 10시간 동안 차를 가져갔는데 손님을 두세 명밖에 못 태웠다고 해보라. 그런데도 10시간만큼의 임금을 줘야 한다면, 그 손실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나?”

심야 승차난을 생각하면 이런 가정은 뜬금없게 들린다. 그러나 출근 시간대인 오전 7~10시, 심야 시간인 밤 10시~새벽 2시 정도를 제외하면 택시가 남아도는 게 현실이다. 시간대별 수요와 공급 간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피크 시간대에 요금을 올려 수익을 확보하면 되지 않을까? 택시요금은 지방정부가 엄격히 통제한다. 밤 12시에서 새벽 4시까지 20% 할증이 붙는 것 말고는, 택시 회사가 요금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다. 한국의 택시요금은 소득수준에 비해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다.

택시 회사는 ‘손님이 없거나 적더라도 기사 시급을 온전히 보장하는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는다. 낮은 요금 때문에 수익금 자체가 적은 데다 불성실한 기사가 많아 관리가 힘들다고 푸념한다. 최근에는 택시들이 주 연료로 사용하는 LPG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양덕 택시사업연합회 전무는 한국 사회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한다. 시에서 요금을 통제하는 한편, 적자가 나면 기사들 월급을 서울시 재정으로 보전한다. 택시가 공공성이 있어서 요금을 못 올린다면 아예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준공영화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요금을 완전 자율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탄력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택시가 부족한 심야 시간에 추가 할증을 적용해 더 많은 기사들이 밤에 일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현재 카카오T벤티, 아이엠택시 등 대형·고급 택시만 최대 4배의 탄력요금을 적용한다). 원 장관은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지난 정부에서 ‘타다’ 사례라든지 기존 이해관계 때문에 나아가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선 사전에 최대한 소통하되, 제도의 혁신·공급이 제약되는 부분들은 이번엔 반드시 돌파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여기서 원 장관이 타다를 언급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택시 대란’의 근본 원인은 심야 시간대 기사 부족이지만, 그나마 출근한 기사들이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우는’ 탓도 있다. 수요는 특정 시간에 몰려 있고 요금은 거리에 비례해 결정되니,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의 수입을 올리려 한다. 쏘카의 자회사 VCNC가 2018년 10월 내놓은 서비스인 ‘타다’는 ‘골라 태우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승객의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고 가장 가까이 있는 기사에게 콜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기사는 고객이 탑승한 뒤에야 비로소 목적지를 알 수 있었고, 콜이 뜨면 15초 내에 ‘수락’을 눌러야 했다. ‘미수락’이 일정 횟수를 넘어가면 페널티가 부여됐다. 사실상 ‘강제 배차’다.

단거리 손님을 많이 태워서 수입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타다 기사는 수입 때문에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울 필요가 없었다. 몇 명을 어디까지 데려다주든, 시급이 1만원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 일하면 10만원에 교통비 등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 중 1시간30분은 유급 휴게 시간이었다. 타다에는 사납금도 없었다.

8월3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택시 회사의 차고지 풍경.ⓒ시사IN 이명익

사납금 폐지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오랜 염원이다. 택시가 못한 것을 타다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첫째, 타다는 법인택시 회사들처럼 차량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앱도 직접 운영했기 때문이다. 택시 노동자들의 주행거리, 횟수, 시간은 물론 누적 휴게 시간까지 초 단위로 추적할 수 있었다. 기사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지정한 대기 장소로 이동시켰고, 기사들이 콜을 자주 수락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여했다. 둘째,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에도 시급 1만원을 준 부분은 피크 시간대에 기존 택시보다 50% 더 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있는(유상 운송) 자동차의 조건은 법률로 정해져 있다. 당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은 ‘누구든지 렌터카를 빌린 사람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다만 시행령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린 사람’이라는 예외 조항을 달아놓았다. 타다 측은 이를 ‘11인승 레저용 차량을 빌린 고객에게 기사를 알선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해석했다. 타다는 ‘기사가 딸린 렌터카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개정된 여객자동차법은 ‘타다 금지법’?

택시업계 입장에서 이는 관광 활성화를 위한 예외조항을 터무니없이 확대 해석해 ‘유사 택시업’을 영위하는 궤변이었다. 택시는 요금을 비롯해 허다한 규제를 받지만 타다는 그런 규제에서 비껴나 있었다. 무엇보다 타다의 차량이나 기사들은 ‘택시 면허’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특히 분노했다. 이들은 대부분 1억원 가까운 돈을 주고 면허를 ‘샀는데’, VCNC 같은 신규 사업자가 면허 값도 내지 않고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논리였다.

다른 직종에선 불법이지만, 개인택시 면허는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일종의 자산이다. 일정 기간 근무한 법인택시 기사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1965년 개인택시 면허가 도입되었는데, 1970년대 이후 양도·양수는 물론 상속까지 허용되었다. 지방정부가 면허를 남발하면서 개인택시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자 각 지방정부가 1990~2000년대 들어 면허 발급을 중단한 이후 면허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면허 없이 누구나 유상 운송을 할 수 있게 되면 자신들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개인택시 기사들은 여겼다.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현직 간부가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와 박재욱 당시 VCNC 대표를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2019년 10월 검찰은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다. 2020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판결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 서비스의 본질은 ‘초단기 승합차 렌트’이며, 법이 금지한 ‘면허 없는 유상 운송’에 11인승 렌터카 대여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봤다. 검찰은 항소했다. 타다 논란이 이어지던 시기 개인택시 기사 안 아무개씨(76)는 서울 시청광장 인근 인도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사망했다. 안씨의 택시에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2020년 3월 국회는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했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자동차’를 빌린 사람에게 운전기사를 알선할 수 있는 조건에 ‘관광 목적’ ‘6시간 이상 대여’ ‘차량을 공항 또는 항만에서 대여하거나 반납할 것’을 추가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 법안이다. 이에 쏘카 등은 2020년 4월 타다 서비스를 중단하고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개정된 법이 자신들의 직업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6월 헌법재판소는 이 주장을 기각한다. “사실상 기존 택시운송사업과 중복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동등한 규제를 받지 않는 유사 영업이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크게 증가”했기에 이를 막으면서도 일정한 조건 아래서는 렌터카에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게 한 개정법은 과도한 제한이 아니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개정된 여객자동차법은 ‘타다 금지법’인가? 기존 타다의 영업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된 측면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택시 면허 없이도 렌터카를 포함한 자동차로 타다와 비슷한 ‘플랫폼 운송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여기서 플랫폼은 수요(승객)와 공급(택시)을 연결하는 디지털 네트워크다. 단, 택시 총량을 고려한 국토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기존 택시 종사자들을 위한 ‘기여금’을 내야 한다(매출의 5%, 운행 횟수당 800원, 허가 대수당 월 4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을 ‘타입(유형) 1’이라고 부른다. 현재 레인포컴퍼니(220대), 파파모빌리티(100대), 코액터스(100대) 등 420대가 운행 중이다. 타다가 2020년 3월 기준 1700여 대 운행했고, 서울의 택시 면허 대수가 7만1000여 대임을 감안하면 420대는 미미한 숫자다.

2019년 6월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지하에 주차된 ‘타다’ 차량. ⓒ시사IN 신선영

당시 법 개정으로 택시 관련 플랫폼 사업이 타입 1을 비롯해 3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타입 2’는 플랫폼 가맹사업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 블루’ 점유율이 지난해 6월 기준 78%에 이른다. 법인 또는 개인택시 기사가 가입하고 가맹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며 승객은 호출료를 낸다. 승객의 목적지가 보이지 않아 강제 배차가 가능하지만, 숫자가 많지는 않다(카카오T 블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3만6000대이며 전체 택시는 25만 대다). ‘타입 3’ 역시 플랫폼 업체가 차량을 갖고 있지 않지만 강제 배차를 하지 않고 앱으로 승객 호출만 연결한다. 일반 카카오T가 대표적이다. 승객의 목적지가 노출되어 ‘골라 태우기’가 가능하다. 서울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사들의 94.8%가 카카오T를 사용해 승객 호출을 받았다.

원 장관은 택시 호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카카오T 등 ‘타입 3’에 승객의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방식의 강제 배차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의 수입을 얻으려는 기사들이 이를 환영할 리 만무하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이렇게 반문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무슨 강제 배차냐 하는데, 운송사업자 면허를 준 이유는 공급하라는 얘기 아닙니까. 공급을 안 해? 그럼 면허가 있어야 될 이유가 뭐죠?”

면허에는 해당 업계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만 종사하도록 해서 소비자들의 후생과 안전성을 높이려는 공익적 기능이 있다. 해당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 수를 제한함으로써 그들의 소득을 유지시키는 측면도 있다. 본래 택시업에서는 승객을 최적의 길로 인도하는 기사의 ‘숙련’이 중요했다. 개인택시 면허는 인적자본에 대한 대가 성격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기술의 발달로 ‘길 찾기’라는 택시 기사의 숙련이 상당 부분 해체되었다. 기사의 안전성과 신뢰성, 친절함 역시 플랫폼을 이용한 추적과 평가로 그럭저럭 관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면허는 단지 기존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부문에 진입하려는 다른 노동자들을 차단하는 장치로 전락해버린다(〈시사IN〉 제614호 ‘타다, 혁신과 약탈 사이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 참조).

현재 택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타입 2(강제 배차형 가맹 택시)와 타입 3(일반 호출택시) 모두 플랫폼 업체가 기존 택시 면허 보유자와 협력하는 형태다. 원 장관은 탄력요금제를 ‘순한 맛’, 강제 배차를 ‘매운 맛’으로 표현하며 이렇게 해도 승차난이 개선되지 않으면 ‘독한 맛’ 대책으로 타입 1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시사했다. 기여금이나 차량 대수 규제를 풀어서, 택시 면허가 없어도 운송사업을 할 수 있는 폭을 지금보다 더 넓히겠다는 뜻이다. 다만 ‘우버’식의 자가용 영업 허용은 ‘폭탄 맛’이라며 “거기까지 가기 전에 해결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200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되어 현재 전 세계 72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버(Uber)’는 택시 면허에 대한 의문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기업이다. 승객의 호출을 택시 면허가 없는 자가용 운전자에게 연결해주면, 운전자가 그 콜을 수행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우버 X’가 핵심 사업 모델이다. 2013년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서울시가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 운송은 불법’이라며 단속에 나서자 2015년 우버 X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8년 타다의 등장으로 ‘누가 유상 운송을 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이 사실상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2020년 플랫폼 운송 사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기여금을 물리기로 했다. 그리고 2022년 전례 없는 택시 대란을 마주했다. ‘정치권이 타다나 우버 같은 혁신을 막아선 결과’라는 보도가 쏟아진다. 원 장관의 언급도 그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타다나 우버가 완벽한 시장 혁신 사례라 보기 어려운 지점도 있다. 타다를 혁신으로 본 이들은 기존 택시의 불편을 해소해 소비자 후생을 증대한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여객자동차법뿐 아니라 노동법을 우회한 결과였을 가능성이 있다. 타다 기사 1만1400여 명 중 1300명은 파견 노동자였고, 대다수인 1만여 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했다. 2020년 5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프리랜서 타다 드라이버가 타다 배차표상 운행시간에 맞춰 출근했고 사실상 강제 배차를 받는 등 실제로는 그렇게 ‘자유’롭지 못했으며, 요금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한 주체는 쏘카였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은 일련의 조건이 타다 서비스 구조상 불가피했다며 쏘카가 고용주가 아니라고 봤다. 드라이버 쪽은 항소했다.

우버도 운전자들을 독립 계약자로 간주한다. 이들은 타다 드라이버보다는 근무 자율성이 높고, 차량도 스스로 마련한다. 그런 우버에 대해서도 세계 각국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 2021년 2월 영국 대법원은 우버 드라이버가 최저임금과 유급휴가를 보장받아야 할 ‘노동자(worker)’라고 판단했다. 앞서 2020년 3월 프랑스 대법원도 우버 기사가 노동자라고 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우버 기사가 노동자로 분류되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버가 운전자들의 노동 과정을 통제하고 등급을 평가하며 요금을 정한다는 이유에서다.

택시 과잉 공급이라는 전제 흔들려

‘한국에만 우버가 못 들어왔다’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독일에서 택시 면허 없는 자가용 우버는 2015년 불법 판결을 받았고, 2019년에는 렌터카를 이용한 우버도 운행 방법이 불법이라고 판결받았다. 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벨기에 등지에서도 택시 면허 없는 우버 영업이 불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7월 전직 우버 로비스트로부터 제보받은 ‘우버 파일’ 12만4000개를 공개하면서, 우버가 규제에 직면한 나라들에서 어떻게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당국의 수사를 방해했는지 폭로했다. 우버의 발생지인 미국에서도 우버가 다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는 한때 100만 달러에 달하던 택시 면허 가격이 15만 달러까지 폭락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대출을 받아 택시 면허를 산 이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뉴욕시에서 2018년에만 택시 기사 8명이 목숨을 끊었다. 결국 뉴욕 시의회는 우버 같은 앱 기반 운송 차량의 수를 한시적으로 동결했다.

2019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본사 앞에서 우버 기사들이 임금 하락에 항의하고 있다.ⓒAP Photo

한국이 타입 1로 ‘기여금’을 신설할 때 참고한 도시가 있다. 우버를 합법화하는 대신 기여금을 물린 미국 매사추세츠주(운송 1건당 20센트),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운송 1건당 1달러)다. 그러나 이 두 곳에서도 우버 기사들의 처우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교통 당국이 증차에 적극적이지 않다. 택시 호출 시장을 카카오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고, 기존 택시업계와 긴밀히 결합한 상태이기에 새 사업자가 좀처럼 진입하기 어렵다. 국내 우버나 타다는 현재 기존 택시업계와 협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 법인택시 회사들은 기사를 못 구해 서 있는 택시들에 ‘리스제(도급제)’ 도입을 요구한다. 정규직이던 화물차 기사들이 지입차주가 된 것처럼, ‘개인사업자’ 신분의 노동자들에게 택시 면허와 차량을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외국 택시는 임대제를 주로 채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처럼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로 이원화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 법인택시에 리스제를 허용하면 개인택시와 별다를 바 없어진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택시 면허 제도가 붕괴된다”라며 리스제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택시 노조 중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리스제에 긍정적이지만(“장기근속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돌파구”), 민주택시노조는 부정적이다(“노동법을 적용받지 않는 특수고용직으로 전락해 각종 비용만 떠안을 것”).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정부는 그동안 택시가 인구수 대비 과잉 공급되었다고 보고 ‘감차’를 시도했다. 국비와 시비를 보조하고 업계도 돈을 내 기존 면허를 수천만 원 하는 시가에 사들였다. 감차는 지지부진했다. 일본은 개인택시 정년을 75세로 정하고 법인택시의 불법을 당국이 감독해 보상금 없이 감차하지만, 한국은 개인택시 정년이 없고 세금을 투입해 감차를 하는 형편이다.

전례 없는 승차난으로 택시 과잉 공급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타다 등 면허 없는 택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지금까지 택시 기사 4명이 분신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산업이 변화할 때 기존 종사자의 피해는 존재하는가? 또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출렁이는 수요에 대응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잡히지 않는 택시가 던지는 질문이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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