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별 변호사를 찾기 쉽도록 설계한 로톡 홈페이지. ⓒ로톡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런 문구가 뜬다. “어떤 분야의 변호사를 찾으시나요?” 그 아래로 성범죄, 재산범죄, 교통사고 등 15개 분야로 나뉜 카테고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분야를 선택하면 변호사 목록이 뜬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해당 변호사에게 앞서 상담을 받았던 고객들이 남긴 후기도 살펴볼 수 있다. 전화상담(15분)·영상상담(20분)·방문상담(30분)에 드는 가격과 함께 실제 상담이 가능한 시간도 30분 단위로 적혀 있다. 고객은 변호사의 이력과 실적을 살펴보고, 가격대와 시간대를 고려해 마음에 드는 변호사를 바로 선택할 수 있다.

2014년 2월 로톡 서비스를 출시한 로앤컴퍼니는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심각한 법률 서비스 시장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2022년 4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리걸테크(법률 서비스 이용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 산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0명인 경우가 63.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1명 안다(18.9%)’ ‘2명 안다(10.4%)’ ‘3~4명 안다(4.8%)’ ‘5명 이상 안다(2.4%)’ 순이었다. 2021년 5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민사 본안 및 형사사건 변호인 선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민사소송 1심에서 원고와 피고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건이 전체 사건 중 72.7%를 차지했다. 형사소송에서도 변호사 없이 소송하는 피고인이 45.8%나 됐다.

변호사도 의뢰인을 만나는 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11년 변호사 수는 1만2607명이었지만, 이후 해마다 약 1500명씩 양성돼 올해에는 3만4899명이 됐다. 처음으로 변호사가 배출된 1906년 3명에서 2008년 1만명이 되기까지 100년이 걸렸는데, 불과 12년 사이 2만2000여 명이 늘었다. 기하급수적인 증가 폭이다. 이에 1인당 사건 수임 건수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체 변호사 중 약 52.1%가 소속돼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2013년 24.5건에서 2021년 13.1건으로 줄었다.

의뢰인은 변호사를, 변호사는 의뢰인을 찾기 어려운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로톡은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2022년 7월 기준 로톡에 누적된 법률 상담 건수는 74만 건에 달했다. 변호사들도 호응했다. 가입한 변호사 회원의 평균 연차는 9년, 경력 15년 이하인 회원이 74.7%였다. 법무법인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로톡은 의뢰인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2021년 5월, 변호사 회원 4000명 돌파를 앞두고 로톡의 성장세가 꺾였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제동을 건 것이다. 이미 앞서 2015년 3월에는 서울변회가, 2016년 9월에는 변협이, 2020년 11월에는 직역수호변호사단이라는 변호사 단체가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터였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해서 법률 사무를 보거나 그 대가를 받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변호사법 제34조가 논란의 발단이었다. 변협 측은 변호사가 로톡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수록 홈페이지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지만,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측은 변호사로부터 수임료를 나눠 가지는 게 아니라 단순 정액제 광고료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도 이미 광고료를 받고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광고하는데 왜 로톡은 안 되느냐는 반박이었다.

로톡의 서비스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이 연거푸 나오자 변협은 2021년 5월3일 내부 규정인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구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전부 개정했다. 규정에 새롭게 추가된 조항 중 제5조 2항 1호는 경제적 대가(알선료, 중개료, 수수료, 회비, 가입비, 광고비 등 명칭과 정기·비정기 형식을 불문)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행위 일체를 금지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사실상 로톡을 규제하기 위한 조항이나 다름없었다. 변협은 ‘셀프 개정’한 규정을 바탕으로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자 로앤컴퍼니는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 60명과 함께 헌법재판소(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변협의 새로운 규정이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26일 헌재는 해당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12개 조항 중 3개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는데, 이 중 특히 논란이 된 제5조 2항 1호의 ‘대가 수수 광고 금지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로앤컴퍼니 측은 '헌재의 판단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헌재가 로톡 손 들어줬지만…

이상한 건 이튿날 변협도 헌재의 판결을 반기는 논평을 냈다는 점이다. 변협은 헌재에서 대부분의 주요 규정들을 합헌으로 판단했다며 위헌 판결을 받은 조항들에 대해서는 “일부 불명료한 조항들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예정”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닷새 후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한 2차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 로앤컴퍼니 측은 “헌재가 로톡을 금지한 핵심적인 규정들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변협이 그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징계를 강행하는 태도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로톡의 광고 화면. ⓒ연합뉴스

지난 2월15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변협과 서울변회가 변호사의 영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보고,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원을 각각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협과 서울변회 모두 공정위의 처분이 월권이라며 반발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공정위의 처분은 일시적으로 정지됐다.

징계 절차가 계속되자 변호사 회원들은 로톡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변협이 내부 규정을 바꾸기 직전까지 로톡 가입 변호사는 4000명에 달했지만, 2021년 11월 1700명까지 떨어진 뒤 지난해 말에야 2000명을 회복했다.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로앤컴퍼니는 희망퇴직자를 받아 인력을 50% 줄이고 강남 신사옥도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그러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나서서 공정위에 변협과 서울변회에 대한 의무고발을 검토하기도 했다. 의무고발이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위법 사건에 대해 중기부·조달청장·감사원장이 고발을 요청할 경우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하지만 변협은 중기부의 자료 제출 요청을 두 번이나 거부한 상태다.

로톡과 변협의 팽팽한 대치 속에 법무부의 판단마저 미뤄졌다. 지난 7월20일 법무부는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었다. 로톡에 가입했다 변협으로부터 징계를 당한 변호사 123명이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낸 지 7개월 만이었다. 정재기 변협 부협회장은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활성화시켜 법조시장과 국민의 선택권을 그 사기업에 완전히 종속시켜도 될 것인지, 광고비가 추가돼 수임료가 대폭 인상되는 미래를 받아들일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반대로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국민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누구나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로톡은 꼭 필요한 서비스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결국 법무부는 이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로톡은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또다시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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