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한 보도자료가 논란을 낳았다. 한경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불러올 사회적 자본 효과로 GDP가 1.2조~3.3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이전’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타당한 수치일까? 이를 검증하기 위해선 수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가 어떻게 추산된 것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한경연의 의뢰로 연구를 진행한 부산대학교 김현석 교수(경제학)의 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봤다. 이 보고서의 구체적 계산 과정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한경연 측이 주장한 청와대 이전의 ‘경제적 효과’에 논리적 허점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경연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만약 윤석열 당선자의 후임인 21대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복귀하면 GDP가 또 3.4조원 증가할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예측도 가능하게 된다.

먼저 ‘사회적 자본’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해당 보고서에서 언급한 ‘사회적 자본’은 레가툼 연구소의 ‘세계 번영 지수’에서 인용된 개념이다. 레가툼 연구소는 2007년 이후 매년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세계 번영 지수’를 발표한다. 그 결과는 국가별 점수로 발표되는데, 점수를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레가툼 연구소는 “사회적 자본은 개인이 타인 및 사회와 형성한 신뢰감으로,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및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관계망이다”라고 정의한다.

‘청와대 용산 이전’이 어떻게 사회적 자본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일까? 해당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OECD 38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 결핍의 가장 큰 요인은 제도적 신뢰의 부족이다. 제도적 신뢰 지표 중에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정부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되면 정부-국민 간 소통 확대로 제도적 신뢰가 증가하고, 정책 효율성이 증가한다.” 정리하자면 해당 보고서는 ‘①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②중앙정부의 대국민 소통 확대→③제도적 신뢰 증가→④사회적 자본 증가→⑤경제성장(GDP 증가)’이라는 논리적 흐름을 구성해낸 것이다.

이제 논리의 흐름을 따라 각 구성요소를 검증해보자. 첫째,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정말 정부의 대국민 소통이 확대되는가? 해당 보고서는 이에 대해 어떠한 증명도 하지 않는다. 단지 “신정부는 청와대의 폐쇄적 위치에서 탈피해, 민간 접근이 용이한 국방부 신청사를 대국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며 윤석열 당선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논리의 첫 단계부터 검증되지 못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OECD는 정책 수립 시 정부와 이해관계자 또는 국민 간의 적극적인 소통 부재를 한국 정부의 낮은 신뢰 원인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윤 당선자의 행보를 ‘소통’이라고 정의내리긴 어렵다. 보고서가 인용한 OECD-KDI 공동 연구 보고서인 ‘한국의 정부기관 신뢰 제고 요인 이해:정책 과제를 위한 사례 연구’에 따르면 보고서가 인용한 수준의 소통은 ‘좁은 의미의 정의’다. OECD는 보고서의 ‘정부 신뢰가 중요하다’ 챕터에서 “정부 정책 결정 시 이해관계자 및 지역사회에 정보를 제공하는 좁은 의미의 소통을 넘어서, 이 챕터에서 의미하는 소통은 정부와 시민 사이에서 공공정책 집행의 모든 단계에 걸쳐 시스템적인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모든 단계라 함은 어젠다를 설정하고, 결정하고, 정책을 집행하고 감시하며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OECD-KDI '한국의 정부기관 신뢰 제고 요인 이해: 정책과제를 위한 사례 연구', 2018

그러나 윤 당선자는 OECD가 정의한 ‘소통’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과반을 넘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윤 당선자는 “지금 여론조사 결과가 몇 대 몇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결론을 내렸던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OECD가 정의한 ‘모든 단계에 있어서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둘째, 제도적 신뢰 지표 중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가? 그렇지 않다. 레가툼 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제도적 신뢰 지표를 이루는 구성 요소는 총 6가지다. 각각 중앙정부, 사법시스템, 경찰, 군, 금융기관, 정치인에 대한 신뢰다. 레가툼 연구소는 6가지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해 제도적 신뢰 지표를 계산하는데, 가장 높은 가중치를 부여받은 것은 경찰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다. 레가툼 연구소는 경찰·정치인에 대한 신뢰도에는 가중치 2를, 금융기관·중앙정부·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에는 가중치 1을, 군에 대한 신뢰도에는 가중치 0.5를 부여했다. 따라서 “제도적 신뢰 지표 중 각종 정부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보고서의 판단은 자의적이거니와, 인용한 보고서와도 배치된다.

ⓒ레가툼 연구소

실제 지표를 살펴봐도, 제도적 신뢰 지표 구성요소 중 한국인의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낮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인들이 그나마 가장 신뢰하는 대상은 금융기관으로 세계 49위다. 그다음은 경찰(78위), 중앙정부(110위), 정치인(111위), 군(145위), 사법시스템(158위) 순이다. 심각성을 기준으로 볼 때,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판단은 설명력이 떨어진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경연 경제연구팀 이상호 팀장은 “보고서에서 추정하고자 하는 것은 제도적 신뢰가 GDP에 미치는 영향이다. GDP에 영향을 미치는 데 경찰 등보다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적인 이야기 아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실제 보고서에서 한경연은 자신의 2020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경제활동에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법시스템 등 다른 구성요소에 비해 중앙정부 신뢰도가 GDP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증거는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해당 보고서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소통을 확대한다”라고 무단으로 전제하고 있으며, ‘정부청사 이전’과 ‘사회적 자본 증가’ 사이 논리적 관계를 “제도적 신뢰 중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구성했다.

이제 ‘1.2조~3조 증가’ 계산을 검증해보자. 해당 보고서에서 ‘사회적 자본 증대’에 따른 GDP 증가를 계산해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자본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가정한 ‘제도적 신뢰’가 GD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한경연은 OECD 국가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적 신뢰가 1점 증가할 때 GDP가 0.024%포인트 증가한다고 계산했다. 둘째, 청와대 개방으로 인한 ‘제도적 신뢰’ 증가를 견줄 만한 국가를 설정한다. 한경연은 최저치로 슬로바키아를, 최대치로 우루과이를 설정했다. 셋째, 청와대 개방으로 인해 슬로바키아 또는 우루과이만큼 ‘제도적 신뢰’가 증가했을 때 GDP 증가분을 계산한다. 이 간단한 세 단계를 거친 결과물이 바로 “GDP 1.2조~3.3조원 증가 추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제 하나씩 보고서의 가정들을 파헤쳐보자. 왜 최저치로 슬로바키아를 설정했을까? 김현석 교수는 보고서에서 슬로바키아를 “’제도적 신뢰’ 수준이 OECD 내 한국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나라라고 설명한다. 즉, 슬로바키아가 최저치로 가정된 이유는 단지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계산된 1.2조원이라는 수치에 설명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청와대 이전으로 인해 OECD 내 순위가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는 가정의 논리적 근거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3.3조원을 계산하는 과정이다. 보고서가 비교 준거점으로 우루과이를 설정한 이유는 하나다. “우루과이의 대통령이었던 호세 무히카가 재임 시절 관저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에서부터 어긋난다. 무히카 대통령은 윤 당선자의 ‘청와대 이전안’과 달리 관저를 완전히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사저에서 거주했을 뿐, 접견 등의 용도로 관저를 사용했다. 2014년 10월 중남미를 순방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무히카 당시 대통령을 만난 곳 역시 다름 아닌 대통령 관저였다. 결국 무히카 대통령의 ‘관저 개방’과 ‘청와대 이전안’은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10월7일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이 대통령 관저에서 호세 무이카 우루과이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이 대통령 관저를 먼저 떠났던 것은 호세 무히카가 아니라, 그의 전임이었던 타바레 바스케스였다. 바스케스 대통령은 무히카의 뒤를 이어 다시 한번 우루과이의 대통령이 되었는데, 두 번째 임기에서도 사저 생활을 유지했다. 다시 말해, 무히카 대통령 재임 기간(2010년 3월~2015년 2월) 앞뒤로 10년 동안 관저에 대통령이 거주하는 일은 없었다. 바스케스 대통령 역시 관저를 사무실 또는 접객 용도로 사용했다. 따라서 “무히카 대통령이 국민에게 환원했다”라는 전제에 근거한 모든 계산은 오류가 된다.

오히려 해당 보고서의 계산법을 동일하게 따라갔을 때 나오는 결론은 ‘청와대로의 복귀가 GDP 증가를 불러온다’라는 정반대의 결과다. 2020년 4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루이스 포우는 15년간의 비어 있었던 대통령 관저를 다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경연의 계산을 동일하게 따라가 본다면, 포우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이후 ‘제도적 신뢰’의 변화는 관저 폐쇄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포우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제도적 신뢰’는 오히려 증가했다. 관저를 다시 폐쇄한 포우 대통령의 재임 기간(2020~2021) ‘제도적 신뢰’ 평균 점수는 59.7점이다. 반면 ‘관저 개방’을 고수했던 전임자 바스케스 대통령의 재임 기간 평균은 52점에 그친다. 관저를 폐쇄한 포우 대통령의 평균 점수가 오히려 7.7점 높게 나온 것이다. 무히카 대통령의 재임 기간(2010~2014)과 비교해도 결론은 같다. 무히카 대통령의 평균 ‘제도적 신뢰’ 점수는 포우보다 6.5점 낮은 53.2점에 그쳤다.

ⓒ시사IN 이정현

이를 보고서의 계산식에 삽입해보면 ‘관저 폐쇄’가 약 3.4조원의 GDP 증가를 불러일으켰다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온다. 전임자와 현 대통령의 ‘제도적 신뢰’ 점수 차이에 앞선 GDP 증가분 계산식을 적용한 결과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논리를 유지하자 한경연의 보고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경연 이상호 팀장은 “단순히 관저를 비웠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을 계기로 국민 소통이 얼마나 됐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전임 대통령이 2005년에 관저를 비웠다고 하더라도 통계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관저를 비운다고 바로 ‘제도적 신뢰’가 증가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시사IN〉은 더욱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부산대 김현석 교수에게 연락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자명 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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