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블랙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정권 이양기 현안을 집어삼켰다. 이전 목적지였던 광화문이 예고없이 국방부로 바뀌고, 공론화를 건너뛰고 확정 발표되면서 후폭풍이 전방위로 번졌다. 청와대도 ‘안보 공백’을 이유로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신구 권력 사이에도 요란한 파열음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만찬 회동 이후 냉기류는 일단 걷혔다.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협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부가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였다. 청와대와 윤 당선자 측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협조’보다 ‘면밀히 살핀다’는 데 방점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집무실 이전 계획은 존중하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 안보 공백과 예산, 계획의 현실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결국 이전을 위한 세부 계획 수립과 비용 문제, 안보 공백 등 핵심 쟁점 해소와 설득 작업은 여전히 윤 당선자 측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주도하고 있는 김용현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이 〈시사IN〉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앞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3월25일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던 그는 인터뷰에서 청와대 회동 이후 계획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며 “5월10일 취임식 전 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부팀장은 당분간 언론 접촉을 줄이고 실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오며 서면 인터뷰에 응했다.

3월20일 김용현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이 인수위 회견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집무실을 왜 옮겨야 하나?

윤석열 당선자는 정치 입문 이후 줄곧 국민과 함께하고 싶다,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는 새로운 국정 운영을 실천해가고 싶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벗어나겠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라고 공약으로 제시한 이유다.

왜 국방부인가?

선대위 정책팀에서 2월15일을 전후해서 공약 이행 검토를 시작했다. 우선 공약대로 광화문 청사를 중심으로 검토했다.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파악됐다. 핵심은 국민 불편이었다. 제약이 너무 많았다. 지속성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대안을 준비하면서 5~6곳을 검토했다. 전쟁기념관과 한미연합사 건물도 있었고, 서초동에 있는 국립외교원, 국방부 청사 등이 있었다. 최종 선정 기준은 세 가지였다.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 5월10일 취임과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국방부 청사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여론 수렴, 공론화 과정이 생략돼 각종 논란이 생겼다는 지적이 있다.

당선자는 5월10일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벗어나 새로운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결국 한정된 기간에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서두를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선 실무자 입장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정부의 사례를 보면 대통령뿐만 아니라 참모들과 비서실 직원들도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거기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고 약속(공약)도 지킬 수 없게 된다.

사실 ‘탈 청와대’를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했던 과거의 정부 사례를 보면, 지금도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당선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어려움이 다소 있더라도 지금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청와대와 당선자의 회동 이후 집무실 이전 작업에 진전이 있나?

문재인 대통령께서 집무실 이전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준비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청와대 이전 TF는 예산 없이도 할 수 있는 사전 준비를 통해 이전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5월10일 국방부 청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지연될 경우에 대비해 통의동 집무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마련됐나?

이사를 하게 되면 국방부에서 얘기한 대로 20일 정도의 이사 기간은 확보해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무리하게 이사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 이사가 끝난 뒤 남은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집무 여건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 공간이다. 공원 조성이 대표적이다. 국방부 청사 주변 지역이 미군으로부터 우선 반환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 지역 50만㎡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반환받는 이 지역은 환경위해성 평가와 함께 안전에 저해되는 요소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5~6개월 정도 필요하다. 종합해볼 때 빠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임시 개방이 가능하다.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우려로 예비비를 합참 이전 비용을 제외하는 등 분할 승인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아무런 정보가 없다. 신뢰 관계 속에서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한 만남과 접촉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핵심은 ‘졸속 추진’ 지적이다. 이 지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부에서 속도를 조절하자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당선자가 나에게 직접 이야기한 게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좀 편하게 대통령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한 결과 대한민국이 오늘날 어떻게 됐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가 되지 않았나. 내가 좀 불편한 건 감수할 수 있지만 약속을 어기는 것,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해야 되는 것은 감수할 수 없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취지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 ⓒ시사IN 조남진

안보 공백 우려도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와대의 위기관리센터에서 쓰고 있는 시스템은 국방부로 이전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전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국방부의 지휘벙커시스템이 지금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보다 훨씬 잘 갖춰져 있다.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군 지휘통신시스템이다. ‘C4I 체계’라고 한다. 국방부에 설치된 C4I 체계는 지금의 청와대 체계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수하다. 두 번째가 재난안전통신망이다. 이건 청와대는 설치돼 있는데 국방부는 11월에 설치하도록 예정돼 있다. 예산 편성도 끝났고 모든 기반도 구축돼 있다. 선로까지 다 연결돼 있다. 의사결정만 남았다. 지금이라도 설치하라고 하면 하루 이틀이면 가능하다.

군 지휘통신시스템과 재난안전통신망이 다 갖춰져 있어서 굳이 옮기고 말고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어떠한 안보 공백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청와대 집무실이 국방부로 가고, 국방부는 합참 청사로 간다. 합참은 움직이지 않는다. 군령권을 가진 군사 대비 태세의 핵심 부서가 그대로, 그 자리에서 24시간 임무 수행을 하는데 어떤 안보 공백이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496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비용은 사실상 ‘이사비’로 보인다. 실제 이전이 현실화되면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

인수위에서 밝힌 ‘이사비용’의 핵심은 세 가지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비용, 국방부 리모델링 비용, 그리고 임시 대통령 관저로 사용될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관저를 리모델링하는 비용 등이다. 기재부에서 판단해서 제시했다. 이사에 꼭 필요한 최소 금액으로, 현 정부가 예비비로 책정해줘야 한다. 이것만 있으면 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합참 이전, 또 다른 건물 신축 등은 정권교체 후 다음 정부가 검토하고 예산 반영 절차를 통해 시행해나갈 것이다.

집무실 이전 사업의 또 다른 당사자인 국방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국방부, 합참에 근무하는 장병들과 직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비역 장성으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이해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합참은 복잡한 주변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전시·평시 일원화된 남태령 지역으로 이전하면 좀 더 쾌적한 업무 공간과 복지 등 근무여건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

국방부는 부서들이 분산 배치된다. 업무 비효율 등 실무적인 문제점 지적에 대한 대안은.

다소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대면보다 비대면 소통 여건이 활성화돼 있다. 국방부가 강원도로, 제주도로 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 건물에 있다. 소통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설사 제한이 있더라도 그것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이전을 막을 핑곗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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