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 옥상에서 찍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의 모습.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국방부 청사로 가려면 이 길을 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시사IN 조남진

3월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집무실은 국방부 청사,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들어설 예정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한 부지에 있는 현재 청와대 구조와 달리, 두 공간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매일 이동하는 구간, 즉 출퇴근길이 생기게 됐다.

당장 세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첫째, 출퇴근길 교통 통제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 둘째, 경호 리스크의 확대. 셋째, 군대를 지휘하는 대통령·국방부 장관·합참의장이 한 공간에 있을 때 발생 가능한 안보 위험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미 ‘대통령 출퇴근 시 교통·통신 제한에 따른 시민 불편’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윤석열 당선자는 “교통 통제하는 데 3~5분 정도 소요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시민들에게 큰 불편은 없으리라 본다”라고 답했다.

이튿날인 3월21일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예비비 승인을 사실상 거부했다. 예비비란 예상 밖의 지출이 생겼을 때 쓸 수 있는 일종의 비상금으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승인을 거치면 사용할 수 있다. 결국 5월10일 취임 첫날 ‘용산시대’를 열겠다는 일정이 틀어지게 됐다.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뜻을 꺾지 않았다.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은 “5월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라고 재차 밝혔다. 국방부 청사와 한남동 관저에서 짐을 뺀 뒤 청와대 인력이 입주하는 데 필요한 두 달 동안 청와대가 아닌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대통령 집무를 보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윤석열 당선자는 취임 이후에도 매일 종로구 통의동 임시 집무실과 서초동 자택을 오가야 한다. 두 건물 사이는 11㎞다. 교통 통제를 하면 10~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수위에서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을 맡고 있는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본부장은 〈시사IN〉과 통화에서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와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코스를 미리 살펴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출퇴근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무 특성상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기 어렵고 유사시엔 더욱 그렇다는 점이 감안되어야 한다.

경호 측면의 위험도 커진다. 집무실과 관저가 한 공간에 있다면 대통령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편도 10~15분씩, 왕복 20~30분 동안 도로를 달리게 되면 아무리 교통·통신을 통제해도 위험 요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김용현 TF 부팀장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안전 대책을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 나름의 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호 차원의 위험은 대통령이 이동할 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2년 동안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했던 장기붕 전 대통령경호실 경호부장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다른 차원의 우려 사항을 제기했다. “한남동 공관이든 (서초동) 사저든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대통령이 (대규모 시위 등 때문에) 그곳에 감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감금 상태를 해제하려면 엄청난 경찰력을 동원해서 시위 진압을 해야 한다. 일단 청와대 관저에 머물면서 한두 달 TF를 두고 이런 문제들을 정리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 현재 유력한 관저 후보지인 한남동 공관촌에서 100m 이내에는 왕복 2차선 도로밖에 없다. 100m를 벗어나는 지점에서 수십, 수백 명 규모의 집회만 열려도 폭이 넓지 않은 2차선 도로는 쉽게 차단된다.

이번 청와대 이전의 가장 큰 명분인 ‘국민과의 소통’ 역시 경호 측면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윤석열 당선자는 3월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을 국민들께서 (용산)공원에 산책을 나와서 언제든지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정신적 교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주변 참모들에게 “내가 (반려견) 토리를 데리고 돌아다니면 (용산공원이) 만남의 광장처럼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도 전해진다.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장성들의 입장문

그러나 시민이 대통령과 일상적으로 만날 만큼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청사진이 경호 차원에서 실현 가능할까. 김용현 TF 부팀장은 경호 패러다임을 바꾸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경호원이 대통령과 국민을 분리하고 차단했는데 이제 AI에 기반한 무인 로봇, 과학화된 경호 시스템으로 바꿔가려고 한다. 앞으로는 AI나 CCTV 영상 등을 통해서 누군가 위험한 물건 등을 지니고 공원에 들어오면 바로 감지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이런 경호 패러다임이 5월10일 이후 즉각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가능한지 판단하고 있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답했다.

5월10일 취임식에 맞춰 청와대를 이전하려는 속도전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3월19일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 장성 11명은 인수위에 입장문을 전달했다. “정권 이양기에 맞춰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 준비 동향을 보이는 등 안보 취약기 군의 신속한 대응에 대혼란이 우려된다” “청와대 집무실로 국방부 청사를 사용한다면 적에게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 등의 우려가 담긴 입장문이었다.

특히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이 모두 한 공간에 있게 되는 위험성이 3월20일 윤석열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김용현 TF 부팀장은 “분명히 취약한 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합참을 남태령으로 보내려 한다”라고 답했다. 김용현 TF 부팀장은 〈시사IN〉과 통화에서 “그런 경우는 미사일 공격을 염두에 둔 상황일 텐데, 실제로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중 어느 한 사람만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세 사람이 붙어 있든 떨어져 있든 똑같이 타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공간에 있는 게 조금이라도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합참을 남태령으로 이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참이 남태령으로 완전히 이동하는 데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 불편, 경호 리스크, 안보 위험 등은 속도전이 아니라면 차츰 약점을 보완하면서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는 ‘5월10일 취임 즉시 청와대 이전’을 고집하고 있다. ‘용산시대’에 대한 모든 평가는 제쳐두고라도 여전히 남는 한 가지 의문이 바로 이 부분이다. ‘최소한 합참을 옮긴 이후에 청와대 이전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용현 TF 부팀장은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자께서 ‘청와대에 한번 들어가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 않느냐. 내 한 몸이 편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강력하게 여러 번 표명하신 바 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구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가 공고해졌는지에 대한 논리적 판단은 국민 몫으로 남았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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