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국민의힘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발언하는 김은혜 의원(맨 오른쪽).ⓒ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의혹’은 자고 일어나면 국면이 바뀐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개 속도가 빠르다. 새로운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이에 따라 판이 출렁인다. 여야 간 ‘이재명 게이트’와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공방이 오가고, 화천대유 관련자에 고위 법조인 이름이 줄줄이 나와 ‘법조 게이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안의 본질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 판도가 결정된다고 볼 정도로 여의도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붙는 이슈다.

시작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불붙었다. 9월6일 〈주간조선〉은 커버스토리로 “이재명표 ‘대장동 개발’ 또다시 잡음”을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1면에 “이재명표 대장동 개발 참여사, 3년간 배당금만 577억”(9월13일), “증권사 이름 내걸고…배당금 3400억 받은 ‘대장동 7인’”(9월14일), “이재명 ‘대장동은 모범사업’ 野 ‘특정 개인이 이익 챙겨’”(9월15일)와 같은 보도를 이어갔다. 9월16일 ‘화천대유 누구껍니까!’라는 배경 현수막이 국회 국민의힘 회의실에 걸렸다.

타깃은 명확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때 민관 협동으로 이뤄진 1조5000억원 규모의 ‘대장동 개발사업’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고, 결과적으로 이 지사가 막대한 이익의 수혜자가 아니냐는 뉘앙스를 담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첫 회의를 주재하며, 핵심 연결고리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목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분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전해 현재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환수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보수언론과 야당이 출자금(납입자본금)과 투자금을 일부러 혼동해서 사용해, 마치 화천대유가 5000만원만 내고 배당금 577억원을 가져간 것처럼 묘사했다고 공박했다. 출자금은 일종의 ‘입장료’와 같은 개념으로 투자 규모는 점차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화천대유가 전체 얼마나 투자했는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지만 수백억 원대라고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계약을 통해 민간 업자인 화천대유에 몰아주는 바람에 지분의 1000배 이상의 불로소득을 얻게 한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쪽은 “성남시가 사전 이익을 확정한 후 화천대유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라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반론한다.

화천대유 관련 취재가 집중되자, 화천대유에 연루된 고위 법조인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검찰 출신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이경재 변호사가 화천대유에서 고문이나 자문역 등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대장동 관련 형사사건에서 공수를 맡는 검사와 변호사 모두 이후 화천대유에서 자문료나 고문비 등을 받았다는 사실이 입길에 올랐다.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4호 대표 남욱 변호사의 변호를 맡았다. 당시 수원지검(지검장 강찬우)이 남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부국장)는 전관을 대거 포진한 고문단에 대해 “그냥 제가 좋아하는 형님들이다. 대가성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기자 시절 법조 취재를 오랫동안 담당하며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키맨’ 정영학의 녹취록

9월26일 화천대유에 6년 동안 근무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지난 3월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 28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수세에 몰렸다. 곽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게다가 이를 추석 전부터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지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관련 보도가 나온 당일 곽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의원직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구조를 설계한 이재명 지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9월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즉각 몰아붙였다. 9월26일 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우원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구마 줄기 캐듯 국민의힘 관계자를 비롯한 법조 인사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 국민의힘은 응답하라”고 썼다. 이 지사는 9월28일과 29일 이틀 연속으로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하며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특검을 강조한다. 9월30일 국민의힘은 회의실 배경 현수막을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입니다’로 교체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이 BBK를 설립했다는 동영상을 근거로 13년간 특검과 수사를 반복했다”라며 민주당에 특검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9월27일 윤석열 전 총장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은 정치권 바깥의 사람이었다. 국민의힘 쪽 이름이 일부 나오더라도, 기성 정치권 관계자들의 타성에 젖은 행태와 확실하고 빠르게 선 긋고 질타했어야 했는데 약간 실기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세게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시간 끌기라며 특검을 거부한다. 검찰 수사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드루킹 특검은 우리 당의 트라우마다. 김경수 지사가 결백하다고 했는데 결국 징역형을 살았다. 그래서 특검을 하면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9월29일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에 앞서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가 ‘관련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5호 대표다. 녹취록에는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의 대화 등이 담겨 있다고 알려졌다. 여야 정치인 및 고위 법조인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이다. 녹취록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여당과 야당은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야의 샅바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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