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지구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대 모습.ⓒ시사IN 이명익

‘1조981억원’, ‘2352억원’.  

화천대유가 지난해까지 거둔 분양매출(1조981억원)과 누적 분양수익(2352억원)이다. 앞서 논란을 촉발시킨 ‘배당금 577억원’과는 별도다.

 이 같은 대규모 수익의 핵심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5개 구역이다. 직접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을 짓고 분양을 통해 이익을 내고 있다. 화천대유는 이 구역에 대한 권리를 ‘성남의뜰’과 수의계약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이 5개 구역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이미 2009년에 확보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있었다. 〈시사IN〉은 취재 과정에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의 주요 관계자들이 이 업체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다. 결과적으로 화천대유 관련자들이 과거 확보해둔 부지 관련 권리를 십수 년 뒤에 수의계약 형태로 돌려받아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성남의뜰과 화천대유 간 수의계약에 대해선 그동안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장지구 개발사업의 다른 부지에 대해서는 건설사 간 경쟁률이 182대 1까지 달했는데, 오로지 화천대유만 수의계약으로 경쟁 없이 토지를 확보했다는 사실 등이다. 의심은 짙었지만 선명한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았다. 2009년 토지 관련 권리를 확보했던 부동산 개발업체와 2015년 화천대유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수의계약의 진실을 밝히는 강력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최근 대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수의계약 과정 전반을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장지구 민관 합동 개발사업의 추진자로 거론되는 남욱 변호사.

대장지구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대 92만467㎡ 부지를 15개 구역(공동주택 12개, 연립주택 3개)으로 나눠 5904가구를 조성하는 1조2000억원(총사업비 기준) 규모 사업이다. 화천대유는 이 가운데 공동주택 4개(A1·A2·A11·A12 구역)와 연립주택 1개(B1 구역) 등 모두 5개 구역에 대한 사업 권리를 성남의뜰로부터 수의계약으로 확보했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가 소속)이 50억원을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받은 5개 구역 총 면적은 15만109㎡. 총면적은 15만109㎡. 대장지구 전체에 지정된 택지(나머지는 근린시설, 공공시설 등) 면적(37만5314㎡)의 40%에 해당된다(국토교통부 택지정보시스템 기준). 〈시사IN〉은 5개 구역의 필지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했는데, 부동산 개발업체 ‘씨세븐’이 2009년 11월 이 구역 토지 5만1383㎡를 확보한 것을 확인했다. 5개 구역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당시 거래가 어려웠던, 소유주가 없는 임야와 국공유지를 제외하면 이 부동산 개발업체가 5개 구역 전체 면적에서 확보한 토지 비중은 92%까지 늘어난다.  

씨세븐은 5개 구역 가운데 A1, A2, B1 구역 토지를 가장 많이 확보했다. 9월24일 만난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이 구역은 판교와 가까워 당시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이 세 구역은 지난 5월 개통된 서판교 터널과 가까워 대장지구 내에서도 ‘알짜배기’로 꼽힌다. 씨세븐은 부동산 개발에서 대표적 ‘리스크(위험)’로 꼽히는 해당 구역 일대의 ‘종중(같은 조상을 둔 자손들의 자연발생적 혈연집단)’과도 깊은 신뢰를 쌓았던 것으로 보인다. 등기부등본에는 모두 3개 종중이 등장한다. 모두 씨세븐에 토지를 넘겼다.

지금까지 ‘(종중이나 다른 토지주가) 넘겼다’거나 ‘(씨세븐이) 확보했다’는 표현은 토지 소유권이 씨세븐으로 양도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5개 구역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소유권 이전은 한 건도 없었다. 씨세븐이 소유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신 이 회사는 토지주들과 협의하고 토지를 담보로 저축은행 11곳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저축은행들은 이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부동산 시행업계 관계자들은 이 방식이 개발을 앞두고 시행사들이 주로 맡는 ‘땅 작업’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등기부등본을 검토한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업체가 토지주와 합의해서 해당 토지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허락받는다. (이 돈 중 일부로) 토지주에게 계약금을 주고, 잔금은 개발이 시작된 이후 일정한 시점에 주기로 약속한다. 대신 업체는 해당 토지에 대한 개발권을 선점할 수 있다. 소유권이 바뀌는(토지주로부터 업체에게 이전되는) 것은 잔금을 지급한 이후다. 토지주와 업체가 이런 내용으로 개발 동의서를 쓰면 등기부등본에 저축은행 이름으로 근저당이 설정된다. 2000년대 저축은행들과 개발업체들이 이 방식을 활용했다. 개발업체는 상대적으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고 저축은행은 높은 이자를 받았다.”

씨세븐은 2009년 당시 대장지구 민간개발 움직임을 주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보다 몇 년 앞선 2004년부터 공공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이 프로젝트는 표류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장지구 주민들도 민간개발과 공공개발을 두고 대립했다. 2008년 3월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민간개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당시 LH가 공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민간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사업 대행을 위한 계약을 맺었는데, 이 업체가 바로 씨세븐이다.  

그런데 등기부등본과 토지주 명단 등에는 씨세븐 외에도 두 업체가 등장한다.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와 나인하우스다.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설립하는 PFV(Project Financing Vehicle)다. 2009년 12월 설립됐다.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주주는 씨세븐, 씨세븐 대표 이 아무개씨, 대장에이엠씨, 도시개발디앤피 등 부동산 개발 관련 업체들이다. PFV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직원을 둘 수 없는 페이퍼컴퍼니다. 본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려면 자금관리, 시공사 선정, 분양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실행하는 시행사가 필요하다. 씨세븐과 나인하우스는 이 시행사 역할을 맡았다.  

업체들은 2009년 대장지구 5개 구역 토지 일부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으나 이후 수년 동안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땅 작업 직후인 2010년 당시,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대장지구에 대한 공영개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저축은행 부실 사태도 겹쳤다. 2009년 대장지구 민간 개발사업에 자금을 댄 저축은행 중에서 9곳이 파산했다.  

난파 직전에 등장한 새 얼굴

씨세븐 등이 추진해온 프로젝트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재명 당시 시장의 취임 이후 민간개발이 막히면서 개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위기의 저축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씨세븐 등이 대출을 받아 대장지구 5개 구역을 비롯한 땅 작업 등에 사용한 돈은 1800억여 원에 이른다. 일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확보한 토지 관련 권리가 저축은행의 파산 이후 예금보험공사 등으로 압류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업체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자금 흐름이 막히자 씨세븐 대표 이씨가 ‘씨세븐 법인’의 빚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끝내 원금 일부와 이에 대한 이자를 돌려주지 못했다.    

난파 직전의 대장지구 민간개발 프로젝트의 전면에 새 얼굴이 등장한다. 2011년 3월,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씨세븐이 확보한 5개 구역 일부 토지에 대한 사업권을 이 아무개 대표로부터 넘겨받은 것이다. 두 사람은 씨세븐 등 당시의 개발업자들 사이에선 결코 ‘새 얼굴’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미 2009년에 씨세븐 자문단으로 합류했다. 특히 남 변호사는 직접 주민들을 설득하며 땅 작업도 벌였다.

남욱 변호사는 이 아무개 대표가 빠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PFV)에서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록되었다. 2011년 7월엔 회사 대표에 오르고 PFV 상호를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로 바꿨다. 씨세븐은 다한울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정영학 회계사는 대장에이엠씨의 공동대표가 되면서 회사명을 판교에이엠씨로 바꿨다. 이후부터는 판교에이엠씨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시행사 역할을 맡았다.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판교에이엠씨(시행사)’로 이어지는 체계다.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또 다른 주주인 도시개발디앤피 사내이사에는 김미림 회계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후 천화동인 5호의 사내이사가 된다.  

9월27일 1조2000억원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현장. ⓒ시사IN 이명익

협약 당시부터 사전 교감 있었나?

최근 대장지구 개발 의혹 사건을 눈여겨봤다면 2011년 당시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판교에이엠씨(시행사)’라는 체계는 낯설지 않을 수 있다. 2015년 구성된 ‘성남의뜰(PFV)-화천대유(시행사)’와 판박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2009년 당시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했던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6년 뒤 민관 합동 개발에 다시 참여했다.

성남시 안팎과 일부 부동산 업계에선 2009년 이미 토지 관련 권리를 대거 확보해둔 민간 개발업자들을 배제하고 2015년 민관 합동 개발을 추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법적으로는 토지를 협의 취득하거나 강제 수용할 수 있게 됐지만, 민간 개발업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업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빠른 사업 추진과 성과를 내기 위해선 개발업자들이 확보해둔 5개 구역의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돌려주는 형태로 설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2015년 화천대유가 설립될 당시, 이전까지 민간 개발을 주도 해온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사라진다. ‘성남의뜰’ 주주 명단에 두 사람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화천대유의 설립 당시 소유주는 〈머니투데이〉 기자 출신 김만배씨(지분 100%), 대표는 이성문 변호사였다. 2009년부터 ‘일선’에서 활동해온 남욱과 정영학 두 사람은 천화동인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이 법인으로 하여금 성남의뜰의 표면적 주주인 SK증권에 자금을 신탁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개별 투자자로서 자신들의 이름을 가린 것이다.  

남욱 변호사 등은 대장지구 민관합동개발사업 전면에 등장할 수 없는 처지였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씨세븐,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등의 민간개발 법인들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가운데 아직 회수되지 못한 원금이 383억원에 달한다. 원금에 대한 이자는 지난 9월23일 기준으로 2245억원으로 파악되었다. 당시 민간 개발업체들이 2628억원(383억원+2245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발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2011년 회사 사업권을 넘겨받은 만큼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남욱 변호사 등 당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들이 다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전면에 등장하기는 어려웠을 터이다.

9월27일 대장지구 일대 교차로에서 ‘성남의뜰’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교통안내를 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2017년 문제의 5개 구역에 대한 성남의뜰과 화천대유 간 수의계약이 이루어졌다. 그 계약 방식은 2015년 성남의뜰이 설립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컨소시엄 등 주주 간 사전 협약에 따라 정해졌다. 수의계약 체결과 비슷한 시기(2017년), 성남의뜰은 대장지구 개발을 위해 토지 92만467㎡를 수용하거나 공공개발 목적으로 토지주와 협의해 취득했다. 자연스럽게 남욱 변호사 등이 2009년 미리 확보해뒀다가 압류 당하거나 근저당이 설정된 토지도 포함됐다. 성남시의회 한 의원은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표면상으론 화천대유와 과거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씨세븐 등)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회사로 여겨졌다. 그런데도 수의계약이 (성남시 측이) 과거 민간개발을 주도했던 업체나 사업자들을 의식한 결과였다고 본다면, 사실상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포함된 주주 간 협약 당시부터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화천대유 소유주도, 대표도, 임원도, 직원도 아닌 사람들의 과거 이력을 애초부터 알고 챙겨줬다는 것이다. 이걸 한 단어로 줄이면 특혜다. 대장지구 15개 구역 중 화천대유가 받게 된 5개 구역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정해졌는지 면밀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법령에 의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의계약은 민관 공동출자 법인(성남의뜰)이 조성한 택지를 민간 출자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한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성남의뜰에 지분을 가진 주주들(예컨대 화천대유)에게 우선적으로 부지를 나눠줄 수 있는 규정(‘우선 공급’)이 특별법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으로는 수의계약과 관련된 의혹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다. ‘우선 공급’ 규모는 전체 택지 면적에 민간 출자자 지분을 곱한 면적 이내에서 정하게 되어 있다. 지분이 클수록 우선 공급 면적이 커진다. 그런데 화천대유가 보유한 성남의뜰 지분은 1%에 불과하다. 출자한 주주들 가운데 지분이 가장 적다. 다만 화천대유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이 모두 금융사다. 금융사는 은행법 등에 따라 업무용 이외의 용도로는 부동산을 보유할 수 없다. 주택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당초부터 ‘법적으로 문제없는’ 수의계약의 혜택은 화천대유만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다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화천대유에도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9월29일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중인 검찰 관계자들. ⓒ사진공동취재단

대장지구 사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과거 민간 개발업자들에 대한 의심도 짙어지고 있다. 2009년부터 민간개발을 주도했던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각각 이번 대장지구 민관 합동 개발사업 추진자와 설계자로 거론된다. 검찰은 대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9월29일 화천대유,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최근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 김만배씨 등 핵심 관계자들과 관련된 녹취록을 전달받았다. 녹취록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근무했던 인물 등에게도 개발수익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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