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의 도시개발구역 모습.ⓒ시사IN 이명익

화천대유를 둘러싼 의혹의 한 축은 수의계약이다. 화천대유는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의 개발구역 15곳 가운데 5곳(A1·A2·A11·A12·B1)을 수의계약으로 확보했다. 회사의 천문학적 수익 대부분이 이곳에서 나온다. ‘화천대유의 돈이 누구에게 얼마나 흘러갔는가’를 둘러싼 최근의 의혹은 결국 이 땅에서 시작된다.

화천대유는 2017년 5월, 성남의뜰과 수의계약으로 이 5개 구역에 대한 사업 시행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듬해 매입비로 5700억원을 냈다. 이 돈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들이 일으킨 7000억원의 PF 대출과는 별개다.

5700억원은 어디서 나왔을까. ‘화천대유의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갔나’라는 의문은 ‘화천대유가 수익을 얻기 위해 조달한 돈이 어디에서 나왔나’와 무관할 수 없다. 〈시사IN〉이 대장동 개발 의혹의 출발점인 화천대유의 자금조달 과정에 주목한 이유다.

■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은 투자자문사로부터 나왔다. 2016년 화천대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대장지구 개발사업 시작 직후인 2015년 투자자문사인 킨앤파트너스로부터 291억원을 빌렸다. 연 이자율 6.9~13.2%로 2017~2020년까지 갚겠다고 약속했다. 화천대유가 킨앤파트너스로부터 빌린 돈은 2017년에 457억원으로 늘어나다. 이자율도 연 25%로 올랐다. 당시 ‘개인 간 금전거래’의 법정 최고금리다. 화천대유는 2015년 엠에스비티라는 업체로부터도 60억원(이자율 6.9%)을 빌렸다. 이후 2년 동안 엠에스비티에서 빌린 돈도 130억원으로 늘었다.

화천대유가 킨앤파트너스로부터 돈을 빌린 목적은 대장지구 A1·A2·B1 구역 개발사업이었다. 엠에스비티에서는 A12 구역 사업 명목으로 대출받았다. A1·A2·B1·A12 구역은 2017년 5월, 화천대유가 성남의뜰과 수의계약으로 확보하게 되는 땅이다.

화천대유는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 이 자금에 대해 “차입금의 담보는 향후 당사가 취득할 예정인 프로젝트 사업부지”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차입금 이외의 다른 차입금을 차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차입했다”라는 조건도 확인된다. △‘미래의 어떤 시점’에 A1·A2·B1·A12 구역을 취득할 예정이며 △킨앤파트너스와 엠에스비티 외에 다른 곳에서는 돈을 빌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감사보고서를 본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화천대유가 개발구역 4곳을 특정해 돈을 빌린 사실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없다. ‘불확실하지만 이 구역들을 확보하겠다’며 업체를 설득하고, 대신 높은 이자율을 약속했을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함께 내건 조건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자는 금융사들로부터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대장지구 사업에 참여한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이 사업 시행을 위해 일으킨 7000억원의 PF를 의미)을 받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 버텨야 한다. 그런데 화천대유는 사업 초기부터 자금조달 창구를 킨앤파트너스와 엠에스비티만으로 제한하고 다른 창구는 스스로 막아뒀다. 사업 성공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거나, 반대로 이 업체로부터 돈을 꼭 빌려야 하는 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 유치 과정에서 소수의 인물들이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화천대유 소속 임직원이 아니었다. 2009년 대장동에서 추진되다가 무산된 민간 개발사업을 주도했던 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들과 그들의 지인이었다.

킨앤파트너스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400억원을 빌려 화천대유에 대출했다. 위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SK행복나눔재단.ⓒ시사IN 이명익

이들은 민관합동 개발 방식으로 시작된 2015년 대장지구 개발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다만 직접투자 대신 천화동인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회사 명의로 SK증권에 돈을 맡겼다. SK증권은 이들의 돈을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SK증권이 ‘공식적 투자자’였던 반면 천화동인과 그 뒤에 숨은 사람들이 ‘실질적 투자자’였던 셈이다. 일종의 우회 투자다. 천화동인의 주인들은 현재 실질적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하고 주도한,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들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초기 자금 유치 과정에서 나온다. 화천대유가 2015년 킨앤파트너스로부터 빌린 수백억 원은 킨앤파트너스의 자체 자금이 아니다. 킨앤파트너스 역시 ‘개인3(킨앤파트너스의 감사보고서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이라는 ‘익명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렸고, 이 돈을 다시 화천대유에 대출해줬다. ‘개인3’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밝혀졌다. 킨앤파트너스는 400억원(연 이자율 10%)을 최 이사장으로부터 빌리면서 담보를 제공했는데, 이 담보가 ‘천화동인4호 특정금전신탁’이었다.

천화동인4호는 SK증권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에 우회 투자한 총 7개 천화동인 법인들 가운데 하나다. 천화동인4호 대표는 남욱 변호사다. 그는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을 주도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당시 부동산 개발사업 회사 ‘씨세븐’의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민간개발을 위해 토지를 대거 확보해두는 ‘땅 작업’을 했다(〈시사IN〉 제734호 “화천대유 수의계약 땅, ‘대장동 내부자’들이 선점해뒀다” 참조).

킨앤파트너스가 최기원 이사장에게 천화동인4호를 대출금 400억원의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은, 만약 킨앤파트너스가 400억원을 갚지 못하면 천화동인4호를 통해 얻는 수익금이 최 이사장의 소유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킨앤파트너스가 자신의 소유도 아닌 ‘다른 사람(법인)’의 자산(천화동인4호)을 최 이사장에게 담보로 제공할 수 있었던 건, 이보다 앞서 이뤄진 한 금전 거래에서 비롯됐다.

킨앤파트너스의 201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개인2’로 기입된 익명의 인물에게 60억원(이자율 6.9%)을 빌려줬다. 이 과정에서 천화동인4호가 개인2의 연대보증을 섰다. 개인2가 킨앤파트너스에 60억원을 갚지 못할 경우, 연대보증인인 천화동인4호가 대신 갚는 구조다. 그리고 킨앤파트너스는 천화동인 4호의 특정금전신탁 계좌에 ‘금전교부청구권’ 질권을 설정했다.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 천화동인4호의 계좌로 들어올 대장동 개발수익을 킨앤파트너스에 넘겨야 한다.

킨앤파트너스는 이렇게 만들어진 ‘천화동인4호라는 담보’를 최 이사장에게 제공하고 400억원을 빌렸다. 그리고 이 돈 일부를 다시 화천대유에 빌려줬다. 이 복잡한 거래에서 개인2는 남욱 변호사로 확인되었다. 즉 남 변호사가 ‘화천대유-킨앤파트너스-최기원 이사장’ 사이 자금흐름의 물꼬를 튼 셈이다. 남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2009년에 개발구역 사업권을 미리 확보해뒀으며, 상당한 수익이 기대된다’라는 취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은희 의원 (국민의당·왼쪽)은 “화천대유의 담보 구조에 배임 의혹이 있으니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국회사진기자단

국회와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알고 지내던 부동산 시행업자 조 아무개씨를 통해 킨앤파트너스 및 최 이사장 측을 만났다. 조씨는 2010년 전후 대장동 민간 개발사업을 주도했던 ‘씨세븐’ 등에 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인물이다. 2015년 초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2009~2010년 민간개발 시도 당시 불법 대출 알선 혐의)에 연루돼 구속됐다. 남욱 변호사 역시 같은 사건으로 비슷한 시기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남 변호사는 2015년 당시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초기 자금을 유치하는 작업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는 다른 인물에게 자금 유치 업무를 넘겼다. ‘천화동인6호’의 소유주 조현성 변호사다. 이때 화천대유는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사업에서 퇴출될 위기로 몰려 있었다고 한다. 조 변호사는 자금 유치 업무를 마무리했고 이에 대한 ‘공로’로 2015년 대장지구 사업에 투자자(천화동인6호)로 합류했다.

조현성 변호사는 박영수 전 특검이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를 도왔다. 남욱 변호사와는 이 과정에서 만났다. 남 변호사가 ‘2009년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2015년에 재판을 받게 되자 박 전 특검과 조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남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화천대유-엠에스비티의 연결고리는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다. 화천대유에 돈을 빌려줄 당시 엠에스비티 대표는 이 아무개씨였다. 그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판교에이엠씨’ 사내이사를 맡았다. 판교에이엠씨의 과거 이름은 ‘대장에이엠씨’였다. 2009년 남욱 변호사가 민간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대장에이엠씨도 함께 사업에 참여했다. 정 회계사는 이 업체 대표였다. 그는 과거 대장동 민간 개발사업에 이어 새롭게 시작된 이번 사업의 초기 설계도 맡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근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특혜와 로비 정황이 담긴 녹취 19개를 제출했다.

남욱 변호사가 천화동인4호 이름으로 대장동 개발에 투자한 돈은 8721만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006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같은 기간 정영학 회계사 소유의 천화동인5호는 644억원, 조현성 변호사 소유의 6호는 282억원을 받았다. 과거 무산된 민간개발 사업자들과 지인이 새로운 사업에 다시 참여해 자금조달을 주도했고, 그 대가 격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받게 된 것이다. 화천대유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들도 조사 대상에 올려두고 사업 초기 자금조달과 함께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 화천대유의 5000억원 규모 대출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한층 뚜렷해진 2018년,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 빌려준 돈 가운데 일부의 성격이 바뀐다. 장기대여금 351억원이 프로젝트 투자금으로 전환된 것이다. 킨앤파트너스 처지에서 ‘빌려준 돈’이라면 당초에 정한 이자밖에 못 받는다. 그러나 ‘투자금’이라면, 해당 개발사업의 수익에 비례한 돈을 받을 수 있다. 킨앤파트너스가 ‘빌려준 돈’의 성격이 ‘투자금’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향후 화천대유가 A1·A2 구역에서 하는 분양 사업의 수익 상당 부분을 킨앤파트너스가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투자금 전환 사유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실마리는 있다. 화천대유는 2017년에 수의계약 부지 매입을 위해 ‘누군가들’로부터 5000억여 원을 대출받는다. 다만 앞서 화천대유는 2015년 초기 자금을 빌릴 당시 킨앤파트너스와 엠에스비티에 ‘다른 곳에서는 돈을 빌리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화천대유는 이 조건을 철회하는 대신 킨앤파트너스가 빌려준 돈을 투자금으로 전환해준 것으로 추정된다.

화천대유는 2017년 5000억여 원 규모를 빌린 덕분에 수의계약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대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2017년 당시 문제의 대장지구 5개 구역은 성남의뜰 소유(성남의뜰이 수용이나 협의취득으로 확보)였다. 그런데 화천대유는 자신의 소유도 아닌 5개 구역을 5000억여 원을 빌리기 위한 담보로 제공했다. 이렇게 빌린 돈으로 화천대유는 5개 구역을 성남의뜰로부터 매입한다. 성남의뜰 측이 협조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거래다.

이 거래에서 성남의뜰은 ‘부지를 파는 자(매도자)’이고, 화천대유는 ‘부지를 사는 자(매입자)’였다. 결국 매도자(성남의뜰)가 자기 소유의 자산(5개 구역)을 매입자(화천대유)로 하여금 미리 담보로 사용해 거액을 빌릴 수 있게 허용한 셈이다. 화천대유 입장에선 성남의뜰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바로 그 자산을 샀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수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실제 직원이나 사무실이 없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질적 시행자’는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였다. 성남의뜰이라는 틀 안에서, 실질적 시행자인 화천대유가 성남의뜰 소유 자산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화천대유)에게 허용했다. 권은희 의원실은 이에 대해 ‘배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 부동산신탁과 우선수익권자들

화천대유가 5000억여 원을 빌릴 수 있었던 과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부동산 담보신탁’이라는 제도를 알 필요가 있다. 우선 부동산 소유자(위탁자)가 부동산 신탁회사(수탁자)에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긴다. 신탁회사는 소유권을 받는 대신 해당 부동산으로부터 이후 나올 개발이익을 부동산 소유자에게 제공하기로 한다. 신탁계약이다.

이번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위탁자는 부동산 소유자인 성남의뜰(2016년 말~2017년 초에 대장동 일대 토지를 수용하거나 협의취득)이었다. 수탁자는 하나자산신탁으로,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대신 하나자산신탁은 대장동 부지의 개발이익을 성남의뜰에 줘야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는 이익이 나오지 않는 만큼 ‘앞으로 나오는 수익을 배분받을 권리’를 성남의뜰 측에 제공한다. 이 권리를 표기한 증서가 ‘우선수익권증서’다.

성남의뜰은 이 ‘수익을 배분받을 권리(우선수익권)’를 다시 개발사업 참여자들에게 제공했다. 개발사업에 필요한 돈을 빌려준 금융사, 공사를 맡은 건설사 등이다. 2017년 처음 작성된 신탁원부를 보면, 개발사업의 수익을 1순위로 받을 ‘우선수익권자’는, 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일으켜 대장동 사업에 투입한 15곳의 금융사(채권자)였다.

2017년 11월8일 신탁계약이 변경된다. 2순위와 3순위 우선수익권자가 추가된 것이다. 2순위는 건설사로, 공사계약을 맺은 현대엔지니어링이었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업 기여도가 높은 금융사와 건설사가 각각 1순위, 2순위 우선수익권자로 오르게 되어 있다. 문제는 3순위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이자 ‘3순위 우선수익권자’로, ‘성남대장 제일차~제오차’라는 낯선 SPC들이 등장했다. 신탁계약 변경 전에는 채권자이자 우선수익권자는 PF 대출을 일으킨 금융사들뿐이었다. 돈을 빌린 주체는 성남의뜰 한 곳이었다.

자금 흐름은 다음과 같다. 성남의뜰은 화천대유에 3순위 수익권증서를 넘겼다. 화천대유는 수익권증서를 다시 성남대장 제일차~제오차에 제공했다. 수익권증서는 ‘미래 특정 시점에 수익을 배분받을 권리’다. ‘현시점(수익이 창출되기 이전)’에서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수익권증서를 팔아 돈을 만들 수 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사무실.ⓒ시사IN 이명익

성남대장 제일차~제오차는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수익권증서(정확하게는 수익권증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 상품)를 2017~2018년 총 30곳의 금융기관 및 또 다른 SPC들에게 담보로 주고 총 5324억원을 빌렸다. 그리고 이 돈이 다시 화천대유로 대출되어 수의계약 5개 구역 매입금으로 사용됐다.

성남대장 제일차~제오차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금융중개(화천대유로부터 건네받은 수익권증서를 유동화해서 만든 5000억여 원을 다시 화천대유에 이전하는 과정)를 하고 이와 관련된 상환이 마무리되면 해산된다. 5개 SPC는 모두 자본금 ‘1000원’으로 설립되었다. 5개 SPC의 대표 역시 모두 같다. 이런 종류의 금융중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신 아무개씨다.

한국기업평가의 성남대장 제일차 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화천대유에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설립된 특별목적회사(SPC)’, ‘대장동 A1, B1 일원에서 성남 판교대장도시개발사업을 토지신탁(신탁회사:하나자산신탁)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다.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받은 구역을 개발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2018년 화천대유 감사보고서를 보면, 성남대장 제일차~제삼차로부터 2017년 빌린 단기차입금의 흔적이 사라진다. 성남대장 제일차~제오차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18년 5월 사이 차례로 설립된 이 회사들은 2021년 10월 현재 성남대장 제오차만 남기고 모두 폐쇄됐다. 화천대유와 네 곳의 법인이 자금조달 및 상환을 마친 것이다. 권은희 의원실 관계자는 “화천대유는 금융사들이 일으킨 저리의 PF 대출로 이 돈을 갚았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화천대유와 성남의뜰은 2017년 5월 수의계약을 맺었지만 토지소유권은 화천대유에 곧바로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성남의뜰이 토지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만큼, 만약 사업이 무산돼 이 구조로 만들어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서류상 빚 상환 책임은 화천대유가 아닌 성남의뜰에 있다. 성남의뜰이 화천대유에 일종의 보증을 서준 모양새가 된 것이다.

또 신탁원부와 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30개 법인 가운데 3개 법인 대표가 성남대장 제일차~제오차 대표 신씨와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이 3개 법인 역시 성남대장 제일차~제오차와 같은 SPC다. 사무실 주소도 같다. 신씨는 자신이 대표인 회사의 돈을 자신이 대표인 다른 회사에 빌려주고, 이를 다시 화천대유로 대출한 셈이다. 그는 이 자금조달 구조에서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다.

화천대유가 조달한 5700억원의 자금은 수의계약 부지 매입 대금 역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사업자의 안정적인 재정 여건은 금융사들이 일으키는 대규모 PF 대출 조건 중 하나다. 화천대유가 사업 초기 끌어온 킨앤파트너스와 엠에스비티의 자금, 수의계약 부지를 담보로 끌어온 돈은 2017년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이 7000억원 대출을 일으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PF 대출금은 대장지구 전체 사업비로 사용됐다. 결국 화천대유의 자금조달은 수의계약 부지 매입은 물론 대장지구 개발사업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권은희 의원은 “성남의뜰이 화천대유에 3순위 수익권증서를 제공하고, 자금조달·투자 여력이 전혀 없는 화천대유는 수익권증서로 신용을 보강,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5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수의계약한 개발 부지를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이 담보 구조는 배임 의혹이 있어서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의원은 “담보(토지)를 활용해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은 금융 당국에 신고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비등록 유동화증권의 공시 불투명성, 관리감독 부재는 과거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재현의 예고편”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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