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9일 〈시사IN〉 편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좌담회가 열렸다. 맨 왼쪽부터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데이터센터장,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시사IN 조남진

팬데믹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걸까. 4차 유행이 깊어지면서 방향 감각과 거리 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백신접종으로 눈에 보이는 듯했던 출구는 델타 변이가 출현하며 다시금 저만치 밀려나버린 듯하다. ‘강력한 변이가 나타났으니 방역을 조여야 한다’는 주장과 ‘종식이 어려우니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해 7월29일 보도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문건은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음을 인정하자.” 8월10일 국내 확진자 수는 처음으로 2000명대를 넘어섰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코로나19 유행과 연결돼 있는 전문가 4인이 8월9일 〈시사IN〉 편집국에 모였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데이터센터장은 예방의학자로 코로나19가 공공의료와 불평등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해왔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역학조사부터 시뮬레이션까지 코로나19 방역에 두루 관여해왔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코로나19 유행을 읽고 있다.

정답을 찾는 자리는 아니었다. 좌담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대신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가지 관점이 오가는 사이로 우리가 서 있는 위치는 조금 더 또렷해졌다.

델타 변이에 대한 미국 CDC 내부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이슈가 되었다.

정재훈:25쪽짜리 내부 발표자료(PPT)가 밖으로 나온 것이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있는 건 아니다. 델타 변이에 대해 지금까지 나왔던 연구를 요약하고 정리했다. 제일 핵심은 세로축을 치명률, 가로축을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로 놓고 그린 그래프이다(34쪽 〈그림 1〉 참조). 기존 코로나19의 전파력보다 델타 변이는 훨씬 더 우측으로 가 있다. 보수적으로 잡아 델타 변이의 R0는 최소 5이고 그 이상으로도 추정된다. R0가 5라는 건 의미가 굉장히 크다. 델타는 기존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이 한 단계 위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코로나19 R0 값 2.5를 기준으로 집단면역 달성 수준을 백신접종률 60~70%로 잡았다. R0가 5면 집단면역 수준이 80%로 올라간다. 과연 달성 가능한 값인가. 백신으로만 이게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과 답이 그 문건 후반부에 나온다. 결론은 백신만으로는 유행을 막을 수 없고,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백신+알파’가 있어야 끝난다는 것이다. 여기 나온 논리적 구조에 100% 동의한다.

CDC 문건이 큰 주목을 받았던 건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음을 인정하자”라는 대목 때문이다. 이 분석에 동의하나?

정재훈:지난해 11월에 나름 희망에 찼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 효능이 90% 넘게 나오는 걸 보고 ‘이제 인류가 백신 개발로 집단면역을 이뤄서 감염병을 끝내는 시절이 오는 건가’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로는 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해 말에 가졌던 희망, 깔끔하게 끝날 거란 희망은 접었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인정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우리가 이 전쟁에서 승리해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됐습니다.’ 이런 식의 결말은 없다.

김홍빈:지금 국민들도 우울하시겠지만 전문가들도 그렇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의료진은 1년 반 넘게 환자를 보면서 사실상 계속 심각 단계였다. 예방접종률이 올라가면 상황이 좀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이제는 짧은 시간에 끝날 일이 절대 아니구나 싶다. 의대 강의할 때 그런 얘기를 한다. ‘지구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데 사람들이 미생물을 너무 우습게 본다. 그런데 미생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앞으로 어떤 변이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델타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1년6개월을 겪었으면 우리가 좀 더 민첩하고 명민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바이러스의 꽁무니만 쫓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장영욱: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보진 않는다. ‘집단면역 달성 후 일상 회복’이 하나의 공식처럼 돼버렸는데 백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그림은 애초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살펴본 해외 사례들도 예방접종을 시작하고 방역의 강도를 낮추면 확진자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델타 변이가 이런 추세를 가속화했겠지만 트렌드 자체를 바꿨다고 볼 수는 없다. 미생물을 과소평가했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델타 변이가 강력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전에 나왔던 변이 중에서도 위력적인 변이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 생긴 감마 변이는 엄청난 수의 확진자를 발생시키고 사망자도 많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퍼진 베타 변이는 백신이 잘 듣지 않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도입하려던 계획이 아예 철회됐다. 이 문건이 미국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게 된 측면이 있다.

김명희: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특성도 있겠지만 백신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6~7월 방역을 풀던 시기에 확 치고 올라오면서 각국 방역 정책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사실 지난해에 유행이 시작할 때부터 팬데믹이 단시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누누이 했음에도, ‘이것만 지나면’ 마인드로 버텨오다가 마지막으로 ‘됐다’ 하고 긴장을 놓으려는 순간 되돌아가버리니까 타격이 큰 것 같다. 좋게 말하자면 인류가 겸손해질 수 있는 계기이고, 나쁘게 말하면 조금 맥 빠지고 힘든 시기이다.

집단면역으로 팬데믹에서 탈출한다는 시나리오는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집단면역’이라는 현상은 존재한다. 영국도 델타 변이 때문에 6월에 확진자 5만명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 그 뒤 7월19일에 ‘자유의 날’을 선언하면서 방역을 다 풀었다. 유행세가 다시 심해질 거라고 다들 예상했는데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고 있다. 높은 백신접종률과 자연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합쳐져서 일종의 집단면역 상태가 된 것이다. 영국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엄청나게 많지 않았나. 최근 항체 형성률 스터디가 나왔는데 어떤 지역은 성인 인구의 90%가량이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R0 값이 5인 상황에서 순전히 백신만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집단면역은 한번 달성한다고 유지되는 힘이 아니다. 계속해서 유지·보수해야 한다. 영국 상황도 또 바뀔 수 있다.

장영욱:영국 전체적으로는 자연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된 인구를 15% 정도로 본다. 확진자가 2만명대로 줄었다가 3만명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2만~3만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영국을 보면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집단면역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 신규 확진자 2만명이 한국으로 치면 일일 확진자 1만5000명이다. 매일 이 정도 확진자가 생기는 걸 한국에서 집단면역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

코로나19 백신접종의 목표가 새로이 설정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장영욱:집단면역처럼 하나의 목표를 세워놓고 어느 순간 달성하는 거라고 보면 굉장히 복잡해진다. 얼마 전에 김부겸 총리가 “11월 중순까지 전 국민 2차 접종을 완료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라는 말을 했다. 좋지 못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나. 물론 전 국민이 협조해서 성인 인구가 전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깔고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백신 도입에서 혼선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확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버리면 나중에 달성되지 않았을 때, 백신 수급이 예정대로 들어오지 않았을 때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계속 신뢰를 저해하게 된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은 목표가 아니라 백신을 맞고 면역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아져서 점차 집단이 가진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재훈:백신접종을 하지 않으면 코로나19는 여전히 특별한 감염병이다. 전파력도 높고, 치명률도 독감보다 높다. 집단면역 전략을 쓰기 어렵더라도 여전히 백신은 가장 중요하다.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서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떨어졌지만 확진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걸 막는 ‘중증 예방 효과’는 높이 유지되고 있다(왼쪽 〈그림 2〉 참조). 코로나19가 특별하게 취급되지 않는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백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백신접종이 늦어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

방역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강력한 변이가 출현했으니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주장과 ‘백신으로 치명률이 낮아졌으니 방역을 풀어야 한다’라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어느 방향이 맞는다고 보나?

김홍빈:전문가들이라 해도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처럼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들은 이제 많이 지쳤고, 중환자를 보면 더 힘들다. 당연히 환자가 덜 나오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게 된다. 반면 보건경제학이나 사회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피해를 아울러서 보게 되니 견해가 같을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올 때 그 의견들을 수렴해 책임감 있게 결정을 내리라고 정치가 있고 정부가 있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 언론은 이쪽 의견, 저쪽 의견을 싸움 붙이듯 보도하고 정쟁까지 끼어들면서 난맥상이 됐다. 저도 어느 방향이 맞는지, 정부가 어느 쪽으로 가겠다는 건지 헷갈리는데 국민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김명희:방역을 풀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언젠가는 풀어야지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나. 문제는 거기에 상응해서 의료자원이나 방역 체계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식의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들 모두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고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일대일로 붙어서 역학조사하고 접촉자 추적하는 지금 방식이면 2000~3000명 나왔을 때 당연히 감당할 수 없다.

우리가 방역 수준을 유지하는 건 단순히 확진자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 핵심이 의료자원 준비였다. 해외에 한국 상황을 설명할 때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의료 붕괴에 직면했다는데 확진자 수가 1000명대라는 것이다. 앞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다른 나라는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숫자가 2만명이다. 지금까지 90% 민간병원은 칸막이를 쳐놓고 일부만 활용한 채 10% 남짓 되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대다수의 코로나19 환자를 봐왔다.

김홍빈:3차 유행 때 상급 종합병원에 병상 1% 동원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오고, 병원들이 열심히 병상을 만들어서 겨우 넘어갔다. 딱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난 몇 개월간 ‘백신이 들어온다. 예방접종 속도 높이겠다. 그러니 조금만 참자. 거리두기는 지쳤으니 빨리 풀자’ 그것 말고 무슨 준비가 있었나. 결국 4차 유행 때 또다시 병상이 부족해지는 사태를 겪고 있다. 8월11일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중환자 병상 동원 비율을 1.5%로 늘리고, 코로나19 치료 병원을 확대하는 등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4차 유행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위중증 환자는 3차 유행 당시 정점(400명대)에 육박해가는데 사망자는 훨씬 적게 발생한다. 치명률도 0.3% 정도로 낮게 유지된다.

정재훈:고령층은 백신접종으로 어느 정도 보호가 되고 젊은 층 중심으로 유행이 퍼지기 때문이다. 아직 의료 체계의 여력이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아서 여기까지는 버티고 있는 것이다.

김홍빈:60대 이상 환자가 안 생기니 치명률은 분명히 떨어졌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코로나19 위험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연령이다. 그 아래 연령층 환자는 중환자실에 오더라도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훨씬 적다. 그런데 확진자 수가 지금처럼 치솟아버리면 50대 이하에서도 일정 비율이 위중증으로 발전하고 중환자실을 채운다. 사망자가 늘지 않더라도 의료 체계에 부담이 계속되는 것이다. 당장은 4차 유행이 큰일이지만 그 이후도 걱정이다. 앞서 유행이 왔다 갈 때마다 확진자 수 베이스라인이 올라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베이스라인이 1000명으로만 유지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상급 종합병원들이 중증 병상 1% 내놓는 걸로는 버틸 수 없다.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의료기관 풀을 더 넓혀서 십시일반 부담을 나눠야 한다.

5월26일 경기도 안산 감골실내체육관에서 75세 이상 노인이 접종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4차 유행이 얼마나 갈 거라고 보나?

정재훈:4차 유행의 정점이 언제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정점은 감소할 보장이 있을 때 말할 수 있는 건데, 지금은 이 정도 수준에서 유지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위드 코로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재훈:위드 코로나는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 조치 하나를 풀고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다음 스텝을 밟는 식으로 해야 한다. 시점은 50대 2차 접종이 끝나는 순간부터 할 수 있다고 본다. 방역을 아주 중요시하는 쪽에서는 너무 이르고, 그 반대쪽에는 너무 늦다고 보겠지만 50대가 접종을 마쳐야 고위험군 보호가 완료됐다고 할 수 있고, 그때쯤이면 전체 인구의 1차 접종률도 어느 정도 올라가 있을 것이다.

장영욱:일시에 방역 수칙을 해제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백신접종률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고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다는 데에는 의견이 다르다.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은 ‘질병의 위험’이 한 사회의 ‘위험 수용 여력’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의 위험’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나 백신접종률, 치료제, 변이의 위력 같은 요소로 결정될 것이다. ‘위험 수용 여력’은 방역 체계, 의료 체계, 감염의 심리적 비용, 사회경제적 비용 등에 달려 있다. 내가 생각하는 위드 코로나는 질병의 위험을 낮추고 위험 수용 여력은 올리면서 비상 체제에서 상시 대응 체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백신이 나오면서 질병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지만 꼭 백신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렇게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왔다. 0과 1을 가르듯이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위드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나뉘는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정재훈:반드시 남겨야 하는 방역 조치와 이제는 못하는 방역 조치를 구별해야 한다. 마스크 쓰기는 계속해야 한다. 반면 지금처럼 강도 높은 역학조사는 포기해야 할 거라고 본다. 역학조사라는 게 팬데믹 초기에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 한계에 부딪히는 방식이다. 초기 작성됐던 역학조사 보고서의 꼼꼼함과 요즘 올라오는 보고서는 비교할 수가 없다.

김홍빈:우리가 초기에 K방역을 통해 유행 통제에 성공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 검사 수를 크게 늘려서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고, 물 샐 틈 없이 역학조사하고,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서 확진자를 모두 격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이후 2차, 3차 유행이 지나갔고 4차 유행까지 왔다. 유행의 성격과 규모는 1년6개월 전과 차원이 달라졌다. 그러면 상황에 맞게 대응 방정식을 고민하고 전략을 짜야 하는데 초기에 성공했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K방역은 이제 떠나보내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장영욱:실제로 위험한 상황과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더 정교하게 나누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야외 집회를 하거나 법회나 예배같이 종교 활동을 하는 건 안전하다. 집회나 종교 활동 그 자체가 아니라 음식을 나눠 먹거나, 구호를 외치거나,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가 위험한 것이다. 지금까지 팬데믹 대응에서 최악의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게 8·15 집회 이후에 노영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들’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게 일종의 경로 의존성을 낳아서 이후 상황을 꼬이게 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든 안 지키든 위험하다는 딱지가 붙으면 금지가 돼버렸다.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구분하는 것이 위드 코로나에서 굉장히 중요해질 거다.

7월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상가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시사IN 신선영

2021년 하반기에는 ‘위드 코로나’ ‘출구전략’ 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이 핵심이라고 보나?

김홍빈:지금 자가치료가 일부 시행되고 있는데 젊고, 증상이 없고, 중증으로 갈 위험 인자도 적은 확진자들은 굳이 생활치료센터에 며칠씩 격리될 필요가 없다. 우리 옆집에 코로나 걸린 사람이 병원에 안 가고 집에 머물면서 자가치료를 받는다고 할 때 그걸 용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용인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살아야 한다. 그게 안 되면 현재 정해져 있는 프레임에서 바꿀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확진자들을 모두 시설 격리하려면 결국 확진자 수를 통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계속 조여야 한다. 학생들이 전면 등교하기도 어렵다. 위층이나 옆 동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더라도 ‘저건 일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일이야.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자기 본분을 지키면서 잘 관리할 거야’ 이런 인식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

장영욱:한 사람의 감염자, 한 사람의 사망자도 놓칠 수 없다는 K방역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전환도 어렵다. 나는 경제학을 한 사람이라 자원배분의 관점에서 얘기하고 싶다. 자가치료를 하면 분명히 수칙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 그러면 그 한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고비용 방역 체제를 유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며 생활치료센터라는 시설을 마련하는 데 자원을 쓸 것인가, 그보다는 위드 코로나에서 지속 가능한 체제를 갖추는 데 이 자원을 투입할 것인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 선택을 내려야 한다.

정재훈: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마지막에 남아 있던 것이 희망이었다.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백신의 ‘중증 예방 효과’가 높게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빠르게 이 효과를 나누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김명희:백신접종이 중요하고 전환을 위한 레버리지(지렛대)가 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꼭 없더라도 우리는 복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치른 수많은 사회적 비용이 사실 다 불평등 문제이다. 직장 다니면서 월급이 끊기지 않고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조금 불편한 정도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삶의 기회가 박탈되는 경험이다. 지난해 초에 영국이 코로나19 대응을 못해서 사망자도 많이 나오고 의료 체계가 엉망이 된 시기가 있었지만 그때 이미 장기적 영향에 대한 평가와 대비책이 나왔다. 그걸 바탕으로 올해 초에 ‘빌드 백 페어러(Build Back Fairer)’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더 공정하게 되돌리기’라는 뜻이다. 위드 코로나로 간다는 것은 코로나와 함께 불평등을 극복하고 사람들이 잘 지낼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7월8일 서울 강남구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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