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경기도청 신관 1층에 위치한 홈케어 운영단 사무실에서 자가치료자의 상담 및 관리 업무를 하는 직원들. ⓒ시사IN 신선영

김해수 간호사는 8개월째 점심을 거르고 있다. 점심시간에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위해서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경기도청 신관 1층에 위치한 ‘홈케어 운영단’ 사무실. 집에 머물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전화를 걸어 매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에 머무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가정 대기’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자리를 배정받기 전까지 집에서 잠시 대기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자가치료’다. 확진자가 만 12세 미만 소아이거나, 확진자에게 돌봐야 할 아이가 있어 시설에 들어가는 게 어려울 때 집에서 격리하는 경우다. 2020년 8월 감염병 예방법 제41조가 개정되면서 ‘의사가 자가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에 한해 자가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자가치료를 도입한 곳은 경기도다. 2차 유행이 닥친 지난해 8월부터 가정 대기자를 관리하기 위해 ‘홈케어 시스템 운영단’을 만든 게 뿌리가 됐다. 3차 유행이 지나고 일일 확진자 수가 한풀 꺾인 지난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자가치료 시스템도 함께 가동했다.

현재 경기도 내 거주하는 자가치료자는 200여 명이다. 홈케어 운영단 간호사들은 이들 모두에게 오전·오후 한 번씩 전화를 돌린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배포한 ‘자가치료 안내서’에 따르면 자가치료자는 하루에 두 번 전화나 문자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받아야 한다. 홈케어 운영단 소속 간호사 15명이 하루 소화해야 할 통화량은 최소 400~500건에 이른다. 김 간호사가 점심을 거르는 이유다. “체온,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인후통, 숨참, 가슴통증, 근육통, 두통, 후각 상실, 미각 상실, 설사, 식사 여부”까지 전반적으로 묻는 데 짧으면 몇 분, 길게는 20~30분까지 통화가 이어진다. 자가격리 키트와 함께 배달된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확진자의 상태를 가늠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주로 간호사가 확진자에게 전화를 걸지만, 거꾸로 확진자가 간호사에게 전화 걸 때도 있다. 종종 생활치료센터에 있는 사람이 홈케어 운영단으로 전화해 “열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활치료센터 간호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다 홈케어 운영단에 합류해 두 시스템을 모두 경험한 강윤지 간호사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도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생활치료센터든 자가치료든 비대면이 기본이다.”

지자체마다 ‘알음알음’ 시행 중

생활치료센터라는 이름에는 ‘치료’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격리를 위한 시설이다. 만약 확진자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아야 한다. 그전까지 확진자가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전화와 전용 앱뿐이다. “환자가 원할 때 의료진을 호출한다기보다 의료진이 앱에 적힌 기록을 보고 이상하다 싶을 때 환자를 호출하는 식이다.” 강윤지 간호사가 말했다.

이에 비해 자가치료 중에는 전담팀 소속 간호사(경기도의 경우 홈케어 운영단)와 매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생활치료센터보다 높다.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자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격리를 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경기도가 4월20일부터 7월15일까지 자가치료를 끝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가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91.7%에 달한다.

자가치료 중 필요할 경우에는 비대면으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된 약을 배달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증상이 심해지면 그때는 생활치료센터와 마찬가지로 병원으로 이송된다. 8월2일까지 경기도 내에서 자가치료를 진행한 확진자 638명 중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87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13.6%로, 생활치료센터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비율 12~15%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왜 자가치료가 생활치료센터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현재 자가치료는 지자체마다 ‘알음알음’ 시행되고 있다. 확진자가 자가치료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야 거주환경이나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자가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정도다. 보건소에서 먼저 확진자에게 자가치료를 제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내 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보건소장 ㄱ씨는 “요즘에는 일가족이 함께 확진되는 경우가 많아 자가치료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시스템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이웃 보건소에서도 ‘자가치료를 해도 문제가 없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ㄱ 소장이 꼽는 자가치료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건소에 업무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원래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로 보내는 단계까지가 보건소의 역할이지만, 자가치료를 하게 될 경우 확진자가 격리 해제 판정을 받기 전까지 보건소에서 계속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될 경우가 문제다. 환자를 태우고 갈 구급차와 환자를 받아줄 병상이 미리 확보돼 있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그나마 경기도는 광역시도 차원에서 전담팀(홈케어 운영단)을 만들어 1일 2회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도 차원에서 응급 시 병상을 확보해놓았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떠안는 부담이 크지 않다.” ㄱ 소장은 자가치료가 활성화되려면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선 보건소의 부담을 나눠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소의 업무 부담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홈케어 운영단을 준비했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30쪽 인터뷰 참조)은 “왜 자가치료가 필요하고 왜 더 효율적인지, 왜 옆집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낮은지 정부가 시민들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4~5일이 지나면 전파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밀집·밀폐된 공간에 함께 오래 머무는 가족이 아닌 이웃집에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무엇보다 자가치료는 생활치료센터에 비해 효율적이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함께 공동생활하는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격리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또 한번 입원하면 격리 해제 전까지 퇴원하지 못하는 현재 시스템은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대유행 시기에 특히 더 과부하가 걸리는 방역 방식이기도 하다. 한정된 재원과 자원 속에서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알 수 없는 모델인 셈이다.

정부는 여전히 자가치료를 전면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다. 지난 6월 중순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에서 ‘코로나19 자가치료 현황 및 개선방안 분석사업 최종결과 보고서’를 질병관리청에 제출했지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앞으로 예방접종 진행 상황과 환자 발생 추이에 따라 자가치료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어느 지자체에서 자가치료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지, 누적 환자 수는 몇 명인지도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 한 연구원은 “예전에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도가 높은 줄 알았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라며 방역 모델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고, 대신 바이러스 변이로 전파력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언제든 다시 병상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자가치료로 방역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광역지자체와 보건소, 방역 당국이 손발을 맞추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다. 병상이 부족해진 다음에야 자가치료를 적극 밀어붙이면 오히려 시민들의 의심과 불안만 키울 수 있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