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사진기자 프란시스코 롱은 세계적인 통신사 AFP에서 14년 동안 일했다. 그런데 어느 날 AFP가 롱에게 “너의 사진은 단순한 사건 보도용으로 창의적이지도 독창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저작권의) 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될까? 요즘처럼 사진저작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더욱이 이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었다.
2019년 AFP를 퇴사한 롱은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는 도중 그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FP의 사규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롱은 자신의 사진으로 책을 내거나 전시회도 열 수 없었다. 그는 AFP 본사에 “돈은 필요 없으니 사진만이라도 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AFP 측은 롱에겐 저작재산권이든 저작인격권이든 일체의 권리가 없다고 답변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저작물을 이용할 때 저작자의 이름을 표기’ ‘저작물의 변형 불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언론사들이 오래전부터 소속 사진기자와 작품의 권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한 세대 전에 미국 주요 언론사들은 사진기자의 저작인격권뿐 아니라 사진 재판매료의 40~50%를 해당 기자에게 지급하는 등 저작재산권도 인정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 AFP의 사진 저작권 논란이 화제가 된 것은 ‘사진기자의 사진이 창의적이지 않으며 독창성도 없다’라는 회사 측의 발언 때문이다. AFP 본사가 있는 프랑스는 1862년 최초로 사진의 창작성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낸 나라다.
명예보다 밥줄의 문제
당시 프랑스의 사진가로 동업자였던 마예르와 피에르송은 자신들의 사진을 마음대로 변형해서 거래하는 시장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도미니크 앵그르 같은 유명 화가들은 ‘사진은 단순한 복제품이기 때문에 창의적이지도 독창적이지도 않다(사진은 예술품이 아니므로 변형해도 상관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송 7년 만에 프랑스 법원은 사진을 예술로 인정하고 그 법적 권리를 인정했다.
사실 AFP에 대한 롱의 이번 소송은 저작인격권 같은 명예보다 통신사와 에이전시에 소속된 사진가들의 밥줄이 달린 절박한 문제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초토화 작전’이라고 부른다. 거대 미디어 기업이 사진가들을 영구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시도라는 의미다. 실제로 공룡 미디어 기업들은 기자들이 찍은 사진에 대해 완전하고도 영구적으로 배타적 재산권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AFP 역시 프랑스 본사에 근무하는 기자들에겐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
프란시스코 롱이 지금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그가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 AFP를 위해 일했다는 이유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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