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발전이 세계적으로 부각되던 2000년대 초중반, 한국에선 때 아닌 ‘명나라냐, 청나라냐’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명·청 교체기였던 17세기 초반의 정세를 21세기 벽두의 한·미·중 관계에 빗댄 것이었죠. 논쟁의 과녁은 한국의 ‘종속적 대미 관계’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급속히 부상하는 중국을 청나라, 미국을 명나라에 비유했습니다. 한국이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떠오르는 태양’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소리였죠. 명과 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다가 인조반정으로 실각한 광해군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가 폭군에서 현군으로 180° 바뀐 것도 그즈음으로 기억합니다.
돌이켜보면 너무 성급하게 나온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 중국 경제의 놀랄 만한 성장은 세계화란 흐름 가운데서 미국과 긴밀히 공조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미국 측도 ‘경제성장이 민주화를 촉진한다’는 시각 아래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서서히 개선되어 나가리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당시 두 나라는 매우 우호적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중국이 청나라 아닐까’라며 대외관계 틀의 전환을 구상하기에 적절한 시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로부터 10여 년 뒤인 2010년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관계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미국의 정치·경제·문화적 지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라기보다는 ‘세계체제의 공기나 기준’ 역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2010년대 초반부터 ‘위안화 국제화’ ‘중국 제조 2025’ 등의 국가전략으로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미국의 반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미·중 두 나라의 관계는 적어도 2000년 이후의 시기에서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중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 선진국 문턱을 기웃거리던 한국은 이제 글로벌 선두 그룹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1인당 GDP나 일부 첨단기술 부문에서 한국은 G7의 일부 국가와 비등한 수준이거나 뛰어넘었습니다. 정치·사회 측면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그룹에 포함됩니다. 한국은 국내에서 ‘헬조선’이라 불리던 시기에도 총체적 국가 역량을 비약적으로 키워냈습니다. 이런 한국의 시민들은 주변 열강들, 특히 신흥 강대국인 중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이오성 기자가 요즘 ‘핫’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와 함께 이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주변 강대국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을 통해 한국인 스스로를 통찰해보자는 기획입니다. 저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깜짝 놀랐는데, 여러분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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