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8일 서울 중구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청년들이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사IN〉 제717호 커버스토리(‘반중 정서 이끄는 핵심 집단 2030’ 기사 참조)는 20대가 반중 정서를 이끄는 핵심 집단이라고 지목했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이들은 중국공산당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문화유산 등 사실상 중국의 모든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

20대의 반중 정서는 그 강도와 양상만 독특한 게 아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누리꾼들의 혐한 표현과 같은 생활 이슈 이전에 중국이라는 국가를 바라보는 근본적 관점이 기성세대와 사뭇 다르다. 한국 청년세대는 중국의 정치·경제·군사 역량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한·중 관계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며 그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이들의 적개심은 ‘공포’보다 ‘경멸’에 가깝다.

중국에 우호적인 사람은 극소수다. 중국이 친구인지 적인지 물었을 때 ‘친구에 가깝다’는 응답은 전체의 8.4%뿐이었다. 49.1%는 ‘적에 가깝다’, 42.6%는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했다. 적대와 유보로 나뉘는 셈. 20대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중국이 친구라고 답한 20대는 9.1%로, 응답자 평균과 차이가 없다. 어느 쪽도 아니라는 20대는 28.1%로 평균보다 낮고, 적이라는 응답(62.8%)은 평균보다 높다. 다른 세대에 비해 ‘적대적 확신’을 품은 사람이 많다(〈그림 1〉 참조).

불호와 적대는 다른 층위의 감정이다. 후자는 더 직접적 동기가 필요하다. ‘중국은 한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대상이다’라는 문항에 평균 74.4%가 ‘그렇다’고 답했다. 20대는 78.4%가 동의했다. 경제면에서도 회의적 응답이 우세하다. 중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보는 이는 이제 소수다. 중국 경제발전이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답한 사람은 71.8%, 도움이 된다고 답한 이들은 15.3%다. ‘중국은 우리나라 경제에 우호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이는 전 세대에 걸쳐 한 자릿수 비율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층과 기성세대의 판단이 본격적으로 나뉘는 대목은 그 대응책이다. 이 위협적인 이웃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청년과 기성세대의 답변이 다르다. ‘중국은 우리가 협력해야 할 대상인가?’라고 물었다. 이 문항은 중국에 대한 호불호를 묻는 게 아니다. ‘협력’이라는 수단이 중국을 대하는 데 효과적 방법이라고 보는지 묻는 것이다. 중국이 싫어도 ‘협력해야 한다’고 여길 수는 있다. 중국의 공산당 정권을 혐오하는 응답자라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을 우선시할 수 있다. 중화주의에 거부감이 들어도 당장 힘에서 밀린다고 판단하면 경쟁보다 협력을 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을 ‘협력 대상’이라고 보는 응답은 48.7%로, ‘친구’라는 응답을 크게 상회한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51.3%)과 거의 차이가 없다. 중국이 ‘친구’는 아니지만 ‘협력’은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20대는 37.6%만 중국을 협력해야 할 상대로 본다. 20대와 마찬가지로 78.4%가 ‘중국이 국익을 위협한다’고 답한 60대 이상 응답자들은, 이 문항에서는 56.1%가 협력을 지지했다(〈그림 2〉 참조).

어째서 20대는 중국과 협력하는 데에 부정적일까? 지난 기사에서 짚었던 중국 문화나 제품, 정치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이유가 될 수 있다. ‘객관적’ 사유로 볼 만한 요소도 있다. 20대는 중국의 수준을 낮게 본다. 이런 나라와 협력해봤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20대가 매긴 중국의 역량 평가는 낙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인 중국의 경제 역량이 ‘중하위’ 또는 ‘최하위’라고 답한 20대가 20%에 가깝다. 코로나19 방역과 중국의 연관관계도 20대는 달리 본다. ‘중국인 입국을 제한했어야 한다’ ‘중국의 정보공개가 불충분하다’ ‘중국의 초기 대응이 미진해 사태가 장기화됐다’라는 응답은 세대에 따라 차이가 없다(모든 세대가 70% 이상 동의한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으나 이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서술에서는 다르다. 전체 43.8%가 동의하는데, 20대는 26.8%만 동의한다.

20대가 매긴 중국의 역량은 낙제 수준

더 핵심적인 인식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물었을 때 드러난다. 미·중이 경쟁 관계라는 생각은 응답자 전반이 공유한다. 전체의 79.4%, 20대의 84.7%가 양국을 경쟁 관계로 봤다. 이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은 다수다. 그런데 세대별 응답이 균질하지는 않다. 젊을수록 미국의 손을 드는 이가 많고, 노년층일수록 관망·유보 의견이 높았다.

2009년 마틴 자크가 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한 구절을 발췌해 의견을 물었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데에 성공하면 전 세계 경제·사회·문화가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다. “서유럽과 미국의 역사가 중심이 된 세계사가 중국 중심으로 개편되고, 세계 수도의 지위가 뉴욕에서 베이징·상하이로 이동하며, 영어와 중국어가 제2 언어의 지위를 놓고 경쟁하고, 중국 음식과 중의학이 지금보다 더욱 확산될 것이다.” 다수 20대는 이 서술이 허무맹랑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24.2%만 동의한다고 밝혔다. 평균(36.7%)보다 10%포인트 이상 낮고, 60세 이상(46.7%)의 절반 수준이다.

‘패권국 중국’의 미래를 평가절하하는 20대의 의견은 다른 문항에서도 두드러진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의 종합 국력을 넘어설 것이다’에 대해 20대 응답자 62%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10년 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중국을 꼽은 20대는 18.4%이다. 이렇게 응답한 60세 이상 응답자는 38.5%다. ‘10년 뒤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으로 중국을 꼽은 20대는 4.4%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평균의 4분의 1, 60대 이상의 6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을 적대시하는 20대 다수의 생각은 간명하다. ‘중국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패권을 추구한다. 한국 국익에 해롭고, 미국과 경쟁 관계를 유발한다. 그러나 중국의 역량은 미국을 앞지르기에 역부족이고, 앞으로도 미국이 패권을 쥘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협력하기보다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이 진단은 여러 면에서 허점이 있다. 경제·군사 부문에서 언제까지고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며, 한·미 동맹의 이득이 중국 시장 손실이나 대북 관계 악화를 보전해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의 판단이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와는 별개로, 20대의 반중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감정적이라거나 혐중(嫌中)에 가깝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미·중 양국 중에서 고민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20대는 다수가 미국 중심 세계에 낙관적일 따름이다.

20대 응답자 중 단 8.4%만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40.5%는 악화되리라고 본다. 평균(24.3%)보다 16%포인트 높다. 미래 한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하게 될 이들의 절반 가까이(48%)가 한·중 관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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