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2일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고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REUTERS

지난 4월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날 화상회의에는 삼성전자, TSMC,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스, 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NXP,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 19개사가 참여했다.

반도체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인데도 ‘이례적’인 참석자가 많았다. 경제 관련 미국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경제위원회(NEC) 브라이언 디스 위원장은 물론이고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이다. 포드·GM 등 자동차업체, 노스럽 그러먼 같은 방산업체도 초청 기업에 포함되었다. 미국이 반도체 문제를 안보 문제로 간주하며 자국 내 자동차 업계 및 해외 반도체 기업과의 ‘국가전략적 협업’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일자리 늘리기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2000년대 이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을 주도해왔다. 1990년대에는 전 세계 생산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이 40%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이후,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제품설계만 맡고 그 제조는 해외로 위탁하는 흐름을 보였다. 설계와 제조의 분업이다. 이처럼 설계에 특화된 글로벌 기업들을 ‘공장이 없다’는 뜻으로 ‘팹리스(fabless)’라고 부른다. 한편 팹리스가 만든 설계도에 기반해서 전문적으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회사들도 규모를 키워나갔다. 이런 회사들을 ‘파운드리(foundry)’라 부른다.

파운드리를 설계도면에 따라 제조 라인만 돌리는 ‘두뇌 없는 회사’로 보면 안 된다. 반도체 설계도가 조밀해지면서 제조에서도 미세공정의 난이도가 심각해졌다. 어려운 공정을 수행하려면 파운드리 측의 기술과 투자 능력이 높아야 한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파운드리의 존재감이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부각되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타이완의 TSMC가 점유율 56% 정도로 압도적 1위다(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17% 정도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두 업체 사이의 격차가 크다. 미국 기업들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한국·타이완 등에 맡기고 설계, 설계 지원 소프트웨어, 반도체 장비에 집중해왔다. 그런 분업화의 결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은 현재 12% 수준으로 낮아졌다.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기본 소재인 ‘웨이퍼’를 들고서 말했다. “이것은 인프라다.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미국 경제와 안보에 직결된다고 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을 드러낸 장면이다.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백악관은 화상회의 후에 ‘반도체 부족 사태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미국 내에 반도체를 추가로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근의 반도체(특히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날 회의를 ‘소집’한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시달렸다. 자동차 한 대에 차량용 반도체가 200~300개가량 들어간다.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각각의 MCU는 특정한 조건에서 작동한다. 가령 후진 주차하거나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경보를 울리는 기능에 필요하다. 자동차업계가 특히 이 MCU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제작에 아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완성차업체의 수요예측 실패에 근본 원인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개월 동안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주요 자동차회사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부품 발주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NXP(네덜란드),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언(독일), ST마이크로(스위스), 마이크로칩(미국)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공급사 역시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 세계 MCU 물량의 약 70%를 생산하는 TSMC도 팬데믹 이후 차량용보다 가전·PC·스마트폰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다. TSMC에서 볼 때, 차량용 반도체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에 불과하다. 전체 ‘반도체 포트폴리오’에서 생산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차량용 MCU 생산공정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수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월부터 재해·사고가 겹치며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불안감이 더욱 강화되었다. 한파·폭설로 전력부족 문제가 발생하면서 미국 텍사스에 있는 NXP, 인피니언 등 주요 자동차 반도체 기업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었다. 일본 후쿠시마현에서는 지진 발생으로 르네사스의 주력 생산기지인 이바라키 공장이 멈춰 섰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GM의 멕시코 포토시·미국 캔자스주·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에서 생산이 중단되었고, 포드는 브라질 공장 문을 내렸다. 독일 아우디에서는 직원 1만명 이상이 휴직했고, 폭스바겐은 생산량 감축을 결정했다. 일본 닛산·혼다, 프랑스 르노·피아트크라이슬러 등도 감산 체제에 돌입했다. 테슬라도 ‘모델3’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캘리포니아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매출액 감소는 606억 달러로 예상된다(앨릭스파트너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올 3분기까지 이어지리라 전망했다. 반도체 업체들이 차량용의 공급을 늘리는 데 소극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폭설 때문에 발이 묶인 미국 텍사스주 고속도로의 차량들(오른쪽). 한파로 전력부족 문제가 생겨 텍사스주 주요 자동차 반도체 기업의 공장 가동이 멈췄다. ⓒAFP PHOTO

품귀 현상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일단 반도체 기업 처지에서는 모바일용에 비해 차량용의 수익성이 낮다. 차량용 반도체의 주력 품목은 대부분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된다. 8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12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보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는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검증과 안정성 테스트 기간도 다른 용도의 반도체보다 훨씬 길다. 이런 상황이니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차량용의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품목을 변경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8인치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해도 장비 도입 등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반도체 품귀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의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EU 등이 타이완과 TSMC에 도움을 요청했다. TSMC가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도 생산하며 포트폴리오를 짜놓았다. TSMC가 생산계획을 변경해야 그나마 수급에 숨통이 트이니 그런 요청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각 완성차 업체들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완성차 기업들의 로비업체인 AAPC(미국 자동차 정책위원회)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 공급에 따라 1~2분기 생산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과소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런 와중이던 지난 2월2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희토류·배터리·원료의약품 등 4개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산업계가 4개 품목의 공급망에서 보유한 생산능력과 수입 의존성을 100일 동안 조사하는 내용이다. 조사 항목엔 ‘잠재 적성국 및 불안정 국가로부터의 위협’ ‘동맹 국가의 정책 동향’ ‘수급 현황’ ‘향후 국제협력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핵심 품목의 ‘미국 내 생산 장려’와 함께 중국의 기술 부상을 막고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된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와 이오테크닉스 양사가 공동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직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 행정명령의 표면적 목적은 반도체 품귀 등 긴급한 산업 현안 해결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 등 업계의 문제를 살피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 대응만이 목적은 아니다. 산업연구원의 경회권 부연구위원은 “이번 행정명령의 기저에는 첨단 제조업, 특히 반도체산업에서의 주도권 장악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저지’라는 미국의 중장기 국가전략 포석이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제조·산업 기반 강화와 중국 견제 의지는 2011년 1기 오바마 행정부 이후 10여 년에 걸쳐 정립된 미국 ‘산학관연’의 컨센서스다”라고 말했다.

2011년 1기 오바마 행정부 시기로 돌아가보자. 당시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PCAST)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위상이 하락했다.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도 저하되었다. 첨단기술 제품에서 미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 20%대에서 2008년 11%로 추락했다. 반면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 무역수지는 2001년 흑자로 전환된 이래 2003년 약 130억 달러, 2008년 1300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PCAST는 미국 내 첨단 제조업 기반이 상실된 빈자리를 아시아 신흥국, 특히 중국의 수출산업이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하필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중국은 기술 도약의 청사진을 내놓는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한동안 두 자릿수를 유지했으나 2010년대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2012년엔 7.7%였다. 위기감을 갖게 된 중국 정부는 2014년 양적 고속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신창타이(新常態:새로운 정상상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내놓은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전략이 2015년에 발표된 ‘중국 제조 2025’이다. 여기에는 반도체·통신장비·로봇·전기차 등 10대 전략산업에서 2025년까지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포함돼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미국을 자극했다. 미국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인 PCAST는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의 위협 저지’를 기본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보고서를 낸다. 인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최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여한 이 보고서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부상이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할 뿐 아니라 심대한 국가안보 위기를 가져온다고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내 수행된 대중국 무역전쟁을 예고한 문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말, 중국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에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부품 등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미국 법무부는 이 회사를 기술탈취 혐의로 자국 내 법정에 기소했다. 이 외에도 화웨이, SMIC 등 중국의 반도체·통신장비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했다. SMIC는 파운드리 분야 세계 5위 업체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한 축을 담당한 주요 기업이었지만 미국의 제재를 피하지 못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 등을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 제조 2025’가 발표된 이후 중국의 R&D(연구개발)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9년 미국의 41% 수준이었으나 9년 만에 84% 수준(2018년 기준)까지 추격했다. 중국 정부는 ‘1기 국가 반도체 펀드(2014년~)’로 1387억 위안(약 21조원)을 조성해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 SMIC 등을 집중 지원했다. 2기 펀드(2019년~)로는 2041억 위안(약 34조원)을 조성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투자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미국의 거센 제재로 한계에 봉착했다. 2020년 상반기 조사기관 ‘IC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이라는 목표는 요원해졌다. 중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었으나 제조 부문에서는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다. 2019년 화웨이 제재를 필두로, SMIC 등 중국의 주요 정보통신·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의 반도체 장비 관련 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 ‘백악관 반도체 회의’가 열린 바로 다음 날인 4월13일, 쉬즈쥔 화웨이 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은 미국 때문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반도체산업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용 재고 비축까지 늘리고 있다”라고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반도체에서 승기 잡으면 중국 앞선다’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 강화를 위한 연방 차원의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이는 2021년 1월1일 미국 양원에서 초당적 지지로 통과된 ‘반도체 지원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담겨 있다.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까지 환불 가능한 투자세액공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R&D에 총 277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월 말,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 의장으로 있는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756쪽 분량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 위원회는 국방 관련 인공지능(AI) 기술의 개발·검토를 위해 2018년 설립된 위원회다. 이 보고서는 중국을 압도하기 위한 미국 주요 전략을 소개하고, ‘미국이 IT 제품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 분야에서 승기를 잡으면 모든 영역에서 중국을 앞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이 첨단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또 파운드리 부문에서 미국의 과도한 TSMC 의존을 비판한다. 중국이 타이완을 봉쇄하기라도 하면 대부분의 미국 IT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타이완의 중국 흡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1년7개월여 만에 제출되었는데, 미국 의회와 바이든 행정부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타이완의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AFP PHOTO

한편 최근 로이터 통신은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대 6개의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넘어서기 위해 미국에서 공격적 투자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6월 초쯤이면 미국의 ‘100일간의 공급망 조사’가 끝이 난다. ‘100일 조사’가 끝나면 다른 품목까지 확대해 보다 포괄적인 조사를 1년 동안 수행한 뒤 연방정부의 장관들이 관련 정책을 제안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이슈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산업은 우리(한국) 주력산업이자 4차 산업혁명 시기 미래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로, 미국의 100일간 공급망 조사와 향후 조치에 따라 그 향방에 심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산업 재편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한국이 직면하는 두 번째 변곡점으로 향후 우리 반도체산업의 국제적 위상에 중대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지적했다(‘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 방향’ 중에서).

최근의 미·중 반도체 갈등은 미·일 반도체 분쟁을 상기시킨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반도체는 세계 시장점유율 50%를 넘겼다. 미국은 ‘덤핑 방지’라는 명목으로 일본 제품 가격인하를 막았고, 1986년, 1991년, 1996년 3차례에 걸쳐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이후 일본 반도체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위 〈표〉 참조). 그 시기에 한국 반도체는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은 제조 부문에 대한 미국의 경각심을 고조시켰고, 다시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을 열어젖혔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중요한 갈림길에 선 듯하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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