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4월7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세수를 하고 있다.

최근 한두 주는 ‘병상 부족’ 알람이 울려대는 기간이었다. 날이 더워지면 다소 누그러지리란 기대를 배반하고 코로나19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매일 30~50명씩 누적되는 6월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1000명에 육박하던 2~3월에 비하면 별것 아닌 듯 보인다. 하지만 한정된 병상을 채우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코로나19 환자는 매일 ‘신규’로 발생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병상과 의료 인력은 더 이상 샘솟지 않는다.

있는 것 없는 것 긁어모아 정부가 지난 몇 달간 최대한 확보해놓은 음압병상 수가 전국 1986개다. 공공병원의 기존 감염병 환자들을 내보내고 급히 개조 공사를 벌이고 민간 병원장들을 어르고 달래며 쥐어짜낸 자원이다. 이 가운데 1237병상, 약 60%가 찼다(6월20일 기준). 40%가 남았으니 아직 괜찮지 않을까? 이 가운데 진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살릴 자리, 코로나19 사망률과 직결된 자원인 ‘중환자 병상 수’를 봐야 한다. 6월20일 현재 겨우 115병상이 남았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 시설에서 집단감염 사태라도 한번 발생하면 금세 동이 나고 말 정도의 여유분이다.

중환자 병상 수는 사실 지역별로 쪼개봐야 한다. 중환자의 지자체 간 이동이 행정적으로나 의료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서 발생한 중환자는 그 지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기본임을 감안할 때, 수요 초과가 턱밑까지 차오른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24쪽 그림 참조). 게다가 이런 여유분마저 ‘최대 기대치’임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환자가 발생했을 때 당장 인력과 장비를 갖춰 지체 없이 열 수 있는 ‘진짜’ 병상 수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코로나19 중환자를 배정하고 진료하는 의료계 곳곳에서 “이제 정말 꽉 찼다. 어디 한 곳에서라도 더 터지지 않기만 바라야 한다”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응책이 발표되고는 있다. 한 축은 병상 회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24시간 간격 2번 연속 음성’이라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퇴원 기준을 완화하자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냈고, 방역 당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6월25일부터는 진단검사 연속 2회 음성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발병 후 10일 경과, 72시간 동안 임상증상 없음’만 충족돼도 격리 해제가 가능토록 지침이 변경됐다. 또 다른 대응책은 애초 병원에 입원할 환자의 발생 확률을 낮추는 방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22일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한 달 후 하루 확진자 수는 800여 명에 이를 것”이라 예측하며 “서울시에서 3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을 넘거나 병상 가동률이 70%에 도달하는 수준에 이르면 종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지난 몇 개월간 일종의 ‘전반전’을 치른 끝에 우리 사회는 어쨌든 병상 가동률,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중환자 병상 여유분 같은 수치들을 통해 위기의 정도를 읽어낼 줄 알게 되었다.

간호사와 보건소장이 그만두고 있다

그런데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위기들이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번아웃(burnout·소진)’이다. ‘음압병상이 몇 개’이고 ‘전담병원이 몇 곳’이며 ‘하루 진단검사가 몇 건’인지 등 ‘K방역’의 현황은 대개 시설·공간·기술로 표현된다. 그런데 K방역을 이루어내는 주체는 모두 사람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부터 1339 콜센터 상담원 혹은 동네 보건소 직원까지, 좋게 표현하면 이들의 사명감으로, 어둡게 말하면 이들을 ‘갈아 넣어서’ 코로나19와의 전투가 유지돼왔다. 그 덕분에 세계적으로 가장 선방하고 있는 편이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최전선 병사들이 지쳤다. 코로나19는 휴전 기간도 주지 않고 계속 공격해온다. 전방 병사들과 바꿔줄 후방 인력도 마땅치 않다.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겨울이 오면 전투는 더욱 격해질 것이다. 불리한 조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방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심상치 않다.

6월15일 제295회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공공병원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서남병원이 코로나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간호사들이 엄청나게 많이 그만두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감염병동 청소부터 극도로 예민해진 환자들의 폭언과 행동들까지 감정노동의 강도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병원은 올해 4월 기준 정원 대비 간호사 부족 인력이 30명이다. 병동별 미지급 휴일이 개인 연차를 제외하고 전체 538일이다. 나이트-오프-데이(아침에 퇴근해서 다음 날 새벽에 출근하는 근무 형태) 414건, 6일 연속 근무 40건이다. 1970년대나 1980년대에 존재하던 일정이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인력이 머물지 않고 다 떠나간다. 계속해서 지금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보건소장 A씨는 며칠째 밤잠을 못 이뤘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 떠나고 싶다”라는 보건소 직원의 호소를 들은 날부터였다. 메르스 이후 감염병 담당관이 필요하다고 느껴 3년 전 심혈을 기울여 채용해 잘 훈련시켜온 직원이었다. 그 직원은 최근 몇 개월간 24시간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밤낮으로 뛰어다녔다.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선별진료소에서 의심 환자들을 맞는 일은 “하루 1만명도 할 수 있다” 할 정도로 오히려 가장 쉬운 일이었다. 지역 내 확진자 한 명이 생길 때마다 동선을 추적하고, CCTV를 확보하고, 역학조사관에게 정보를 넘기며, 질본에 보고하고, 접촉자들을 관리하며, 다른 지자체와 정보를 공유하며 주민 민원에 대응하는 등 업무에 끝이 없다. 더욱이 업무 하나하나가 모두 타이밍을 놓치면 큰일이 날 ‘시간과의 싸움’이다. 눈물을 흘리며 “힘이 1도 안 남았다”라고 말하는 직원 앞에서 A씨는 차마 “조금만 더 버텨주면 안 되겠니”라고 부탁하지 못했다. 그 보건소, 그 직원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A씨는 “임기 종료를 앞둔 보건소장들이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내가 먼저 죽을 것 같다’며 한 해 일찍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경우도 꽤 발생하고 있다. 뒤도 안 돌아보고 퇴직을 신청하고 주변에선 다들 부러워한다”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많은 지방 공공의료원들은 재정난에 부딪혔다. 민간병원들처럼 대부분 스스로 벌어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는 독립채산제를 적용받고 있어서, 가뜩이나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번뇌를 거듭하던 곳들이다. 병동을 싹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동안엔 더더욱 수익을 낼 방도가 없었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손실보상금이나 융자 지원 등으로 메워준다고 하지만 한참 모자라거나 이조차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다. 적자폭이 커진 지방 의료원 중 어떤 곳은 직원들 월급을 깎았고 다른 곳은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다.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싸웠던 병사들이 추가 인센티브는커녕 기본적인 노동의 대가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공공병원만이 아니다. 지난 몇 달간 지역 내 민간병원을 돌며 병상과 의료인력 협조를 구하는 작업을 이어온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장(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지난봄과 이번 여름 사이 공기의 변화를 느낀다. 확실히, 싸늘해졌다. 3, 4월에는 어떤 식으로든 돕겠다며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연대감을 표하던 민간병원들도 5, 6월이 되자 지자체의 요청에 점차 벽을 쳐갔다.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민간병원들이 병상 몇 개를 내주는 일이 밖에서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들 입장에선 많은 경영 손실을 감내하고 종사자들에게 희생과 인내를 요구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다.” 원활한 경영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지난봄과 다른 결정을 내린 병원 관계자와 연락하고 만날 때마다 서로 “미안하다” “죄송하다” 고개 숙이며 헤어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서울 관악구보건소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직원들이 진료 접수를 돕고 있다.

대구·경북 간호사들에게 돌아온 보상 ‘0원’

반대급부가 확실했다면 조금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지난봄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불태웠던 많은 의료인들이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마무리가 매우 안 좋았고, 나쁜 방향으로 학습효과가 남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던 기간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던 의료진, 특히 해당 지역 간호사들에게 돌아온 보상이다.

당시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파견되거나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인들에게 약속된 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큰 비난이 일었다. 그러나 현지의 전담병원에 소속돼 있던 간호사들은 해당 기간 늘어난 업무와 위험부담에 대해 추가로 받은 수당이나 보상금이 전혀 없다. 병원 구조나 시스템에 익숙해 외부 파견 인력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숙소 지원 등도 되지 않아 병원 영안실에서 쪽잠을 자며, 화장실에서 세수와 빨래를 해결하던 이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향해 ‘코로나 영웅’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지만 그냥 거기서 끝이었다.

부족한 간호 인력에 손을 보태려 간호사 역할로 감염병동에 들어가 일을 도왔던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말했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에게는 보상이 주어졌다고 하지만, 정작 가장 고생한 대구 현지 간호사들은 여럿에게 물어봤지만 기본 월급 외에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특히 대구의료원 간호사들은 2월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도 못 받고 군소리 없이 묵묵히 확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하물며 의료원 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밀착 간호하던 간호사가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따뜻이 보듬어주지 않고 개인의 부주의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었다고도 들었다. 사명감으로 환자들을 돌보던 간호사들이 여럿 마음의 상처를 받고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경북 지역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3개월 넘게 환자들을 돌보다가 5월 말 일반병동으로 돌아온 간호사 B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과중한 업무와 감염될까 두려운 마음에 울었지만 어느 순간엔 시민들 성원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병동에 후원물품으로 들어온 홍삼과 두유를 받아 들고는 ‘그래도 누군가 우리 노고를 알아주고 있구나’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섭섭함과 분노감으로 다시 눈물이 난다. ‘코로나19 팩트체크’라며 보건복지부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위험수당, 전문직 수당 등은 자원봉사를 희망하여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 파견한 의료인들을 위한 수당으로 대구 시내 10개 종합병원 소속 간호사는 수당이 책정된 지원 대상이 아니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보고 그랬다. 전담병원이 해제된 후 코로나19 진단검사는 물론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바로 다음 날부터 일반병동 근무를 지시받았을 때도 눈물이 났다. 일반병동으로 옮기면서 B씨는 “다음에 또 코로나19 환자들이 많이 들어오면 다시 여기(감염병동)로 와야 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내가 안 하면 다른 동료가 고생할 게 뻔하니까 마음이 약해져 결국은 가게 될 것 같지만, 만약 다시 들어오라 하면 한번 거부는 해보려고요.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실제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번아웃이 가장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5월18일부터 5월31일까지 의료·현장 대응 종사자 111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여러 직종 가운데 간호사의 감정 소진, 정서적 고갈 평균점수가 가장 높았다. 보건소 공무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의사들 역시 지쳤다. 풀(pool)이 좁은 감염·호흡기 전문인력 안에서 전방을 사수하는 역할을 나누어 맡다 보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 사립 대학병원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맡은 의사 C씨는 말했다. “몇 개월간 1진으로 일해오던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1진을 교대해줄 수 있는 2진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대체해줄 인력이 없다는 점이 사람을 굉장히 절망케 하는 구석이 있다.” C씨는 “조만간 꽤 많은 사람들이 이탈해나갈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버텼지만 여기서 조금 더 환자가 많아지면 힘들어질 거고, 겨울이 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만둘 것이다. 특히 내년 2~3월의 임용과 인사 시즌을 앞두고 공공의료원, 거점병원, 전담병원의 많은 의료인들이 자리를 떠나게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싸운 ‘전반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후반전’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 ‘#덕분에 챌린지’ 정도의 토닥임으로 쓰러진 전반전 선수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과욕이다. 한계에 다다른 현장에서는 ‘전멸’이라는 최악을 막기 위해 ‘초보 기용’이라는 차선책을 궁리해본다. 이를테면 “더 이상 못하겠다”라며 울먹이는 감염병 전담 직원을 두고 보건소장 A씨가 며칠간 고심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내본 모험적 결단 같은 것이다. A 소장은 보건소 전 직원을 3개월씩 순환시켜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나눠 맡기기로 결정했다.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처음부터 일을 배워야 하니 당연히 어려움도 많겠지만,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만큼 병사 한 명 한 명에게 종료점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기운이 안 남은 소수 인력을 쥐어짜 끌고 나가는 방식은 이런 장기전에 너무 무모하다. 모두가 함께 배워서 역할과 경험을 나눠 가져야 긴 싸움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소장은 “신규 인력의 교육과 훈련이 압축적이되 효과적일 수 있도록 국가와 새로 생길 질병관리청 등에서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위기가 깊고 길어질 때에는 단기 처방보다 장기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공공의료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이 후반전 전력 보강의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간 자원을 애걸복걸하며 끌어들이는 것도 한시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전쟁이 터졌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텐데 언제까지 의병 운동에 기댈 것인가. 5년 전 메르스 이후 백서들에 나온 대책들, 아니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국회에서 의결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의 내용만 이행했어도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지난 2월 정부가 향후 70개 지역에 지역 책임 공공의료기관을 갖춰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구상을 좀 더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갈 수도 있을 텐데 기획재정부는 ‘공공’ 글자만 들어가면 질색을 하고 보건복지부는 그런 기재부를 보며 눈치만 살핀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4월27일 청와대에서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언제까지 의병 운동에 기댈 건가

조 원장은 말했다. “당장 격려금 몇 푼보다 중요한 게 종사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내가 여기서 일할 때 시스템이 강화되고 더 인정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들면 버틸 힘이 생긴다.” 지쳐 쓰러진 선수들에게 당장 물 한 모금, 5분 휴식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들을 국가대표로 키우겠다” “태릉선수촌 같은 걸 여러 개 더 짓겠다”라고 약속하고 실행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만큼 큰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번아웃에도 불구하고 최전방 병사 대다수가 아직 전방을 사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한 내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맡은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문항에 긍정한 의료·현장 대응 종사자가 각각 77%와 83.4%에 달한다(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유명순 교수팀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조사’). 이들에게 ‘동료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적으라고 했을 때 다수가 ‘힘내’ ‘파이팅’ ‘함께’ ‘우리’ ‘감사’ 같은 긍정의 언어를 사용했다. 코로나19 전방의 병사들은 많이 지쳤지만, 아직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이제 후방의 우리들이 화답할 차례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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