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와 영화감독 하는 일은 비슷하다 임지영 기자 사춘기 시절 박찬욱 감독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반했다. 이 책은 1963년 영국의 첩보 소설가 존 르 카레가 쓴 소설로 냉전시대 이중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는 스파이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가운데, 거기 어딘가에서 톱니바퀴로 종사하던 한 개인이 비극적으로 파멸한다는 이야기에 깊숙이 빠졌다.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와서 보니 스파이 소설을 좋아하는 성향과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성공해서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의 역설 전혜원 기자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2.14%를 받아 최소 득표율 3%를 넘지 못했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 심상정은 경기 고양갑에서 3위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합한 두 당(녹색당과 정의당)은 다시 분리될 예정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의원 6명이 있던 제3당 정의당은, 이제 소속 의원이 없는 원외정당이 된다.정의당의 뿌리는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이다. 2000년 창당해 2004년에는 10석을 얻기도 했다. 당시 같은 민주노동당에 속했다가 이후 정의당과 갈라선 세력인 진보 국보법을 없애자고 할 때마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004년 9월5일 노무현 대통령은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을 통해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탄핵 소추에 대한 여론의 반발로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그해 10월, 100명이 넘는 의원의 이름으로 국보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정당 한나라당도 2005년 4월 개정안을 내놓았다. 문제가 된 조항은 ‘찬양 및 고무’ 등에 관한 제7조와 ‘불고지’를 다룬 제10조였다.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내 강경파와 일부 조항만 개정하자는 한나라당의 견해가 맞선 의사도 ‘입틀막’? “이러다 언론도 ‘입틀막’ 하겠네” [김은지의 뉴스IN] 이은기 기자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김은지 기자■ 출연 : 조현욱 보좌관(조응천 의원실), 이은기 기자★ 첫 번째 뉴스 키워드 : 격랑의 민주당■ 진행자 / 민주당 공천을 두고 계속해서 파열음이 나고 있네요?■ 이은기 /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공천 잡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김영주, 박용진, 윤영찬 의원에 이어 오늘(2월21일) 송갑석, 박영순, 김한정 의원이 하위 20% 명 ‘납북귀환 어부’ 유가족 두 번 울리는 법원 속초·김연희 기자 손금옥씨(63)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라고 그날을 회상했다. 2023년 1월12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51년 전 내렸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았다. 피고인은 고 손용구. 손금옥씨의 아버지다.이날 재판부는 반공법·수산업법 위반으로 1972년 11월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던 손용구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직후 방송사 마이크 앞에 선 손금옥씨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눌러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청소년기에 봤던 아버지의 고통은 저에게 잊히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간첩이라는 오명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이유 [대국민 검찰 인식조사 ③] 이오성 기자 지난 기사(〈시사IN〉 제843호 ‘윤석열 정부 겨누는 칼, 끓어오르는 반검 정서’ 기사 참조)에서 여론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 강한 ‘반검찰 정서’를 가진 이들이 약 57%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검사들이 정부 요직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다수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도 3분의 2 넘는 응답자들이 반대했다.이제 이번 검찰 인식 여론조사 기획의 마지막 기사를 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검찰개혁을 보통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검찰개혁이 실 중국 공산당은 왜 ‘6’과 ‘4’를 무서워하는 것일까? 이종태 기자 중국 공산당 정부가 무서워하는 숫자들이 있다. 예컨대 ‘64’와 ‘89’다. 최근 이 숫자와 관련해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다.지난 10월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들은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는 6번 레인에서 뛴 린위웨이였다. 은메달은 4번 레인의 우옌니에게 돌아갔다. 경기를 마친 뒤 두 사람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포옹했다. 중국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은 이 모습을 촬영(‘포옹 사진’)했다.CCTV와 웨이보 등에서 사라진 사진중국 국영 우리가 모르는 독립운동가들을 위하여 [역사를 읽는 시간 ①] 이문영 (소설가·역사작가) 역사책의 명가 푸른역사에서 나온 〈독립운동 열전〉은 두 권으로 되어 있다. 1권은 ‘잊힌 사건을 찾아서’, 2권은 ‘잊힌 인물을 찾아서’이다. 어떤 책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는 독립된 책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2권은 그야말로 ‘열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있다.저자 임경석은 오랫동안 사회주의 독립운동사가 배제되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런 결과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을 독립운동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홍범도를 대하는 이중적 태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홍범도가 가려씨가 또 운다 [프리스타일] 김은지 기자 법정에서 유가려씨는 자주 울었다. 증언을 하다가 울고, 울다가 피고인석의 국정원 직원들을 향해 화를 냈고 그러다 재판이 중단되는 일이 잦았다. 판사는 “왜 갑자기 잘 있다 우느냐”라고 물었다. ‘피해자 유가려’를 오래 봐온 양승봉 변호사는 그저 그의 등을 두드렸다. 증인석에 앉은 가려씨는 조서를 보니 옛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그 ‘옛 기억’이 유우성 사건의 시작이다. 2012년 10월30일 유가려씨는 한국에 왔다. 곧바로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 들어갔다. 당시 관련 시행령에 따라, 국정원 등이 탈북자 신원 확인과 간첩 검거 양지에 노출된 음지의 국정원 인사 파동 문상현 기자 지난 6월 초, 대통령실이 국가정보원(국정원) 김남우 기획조정실장(기조실장)을 불렀다. 예정에 없던 호출이었다. 대통령실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부서장급 1급 간부 8명에 대해 직무 대기발령 조치를 요구했다. 기조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 메시지를 보고받은 김규현 국정원장이 용산을 찾아갔다.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상황’을 설명했다.김규현 원장과 김남우 기조실장이 대통령실을 방문하기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은 국정원 1급 간부 17~18명의 승진·보직 인사를 재가했다. 나중에 대통령실이 대기발령 조치를 요구한 8명이 여기에 포함돼 “북한이 다시 침략해오면…”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북한이 다시 침략해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다.”6월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토로.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던 “반국가 세력”이라는 언급도 전임 정부와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언론들은 해석.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등 “반국가 세력”들이 북한의 남침 시 유엔사 대응을 무력화해 한국을 통째로 북한에 넘기려 했다고 말한 셈. 그는 “허위 선동과 조작, 가짜 뉴스로 ‘최선’을 다해 흑역사를 덮은 검찰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진행한 외신과의 인터뷰 내용이 논란이 되었다.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으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비판에 직면하자,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 문장의 주어를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논평을 냈다. 직접 인터뷰한 기자가 녹취록 원문을 공개하며 주어는 대통령이 맞는다고 확인하고서야, 때 아닌 주어 논란은 일단락되었다.그런데 그 문장 다음에 이어진 이 말이 나를 더 불편하게 했다. “설득의 측면에서는, 저는 제 최선을 역사의 후퇴 앞에서 리샹란을 생각하다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지난 3월28일, 일본의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세상을 떠났다. 남긴 작품이 많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그에게 오스카 음악상을 안긴 영화 〈마지막 황제〉(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1987)의 OST일 것이다. 영화는 청나라 마지막 황제이자 일제의 괴뢰 만주국 황제를 지낸 푸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중국 현대사의 격동과 푸이의 복잡한 내면이 만나고 뒤틀린다. 드라마틱하던 영화의 호흡은 푸이의 내면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차츰 유장해진다. 황제에서 민국의 국민으로, 다시 황제로, 죄수로, 이윽고 인민공화국의 평범한 공민으로 법무부와 검찰은 지금 ‘윤석열 사단’ 전성시대 [윤석열 정부 1년] 김은지 기자 ‘사단’은 군대 편성 단위의 하나다. 국립국어원 설명에 따르면, 여러 병과(兵科)가 모여 있으며 이를 지휘하는 사령부가 있어 어느 정도 독립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민간에서도 쓰이는 용어다. 특정인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무리를 가리킨다.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내 ‘윤석열 사단’ 수장으로 꼽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검색 서비스 '빅카인즈' 검색 결과, 2017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면서 윤석열 사단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득세한다는 내용이 주였다.2 51년 만에 열린 재심, 10분 만에 끝낸 검찰의 불성실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늘 노심초사한다.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았다며 아빠의 말 한마디에 평소와 달리 반응하는 사춘기 아들과 요즘 날마다 부딪치다 보니, 나 또한 ‘오춘기’를 맞이하는 것 같은 힘든 일상이다. 그러나 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해 풍부한 감수성이 함양되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일 것이다.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 바로 감수성은 감각을 뛰어넘은 능력의 문제다.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조직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어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시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공익 대표자 역할 34개 혐의 ‘트럼프 기소’, 옥중 출마로 이어질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요즘 미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17년 전에 있었던 포르노 영화배우와의 성관계 입막음 의혹 등 ‘중범죄’ 혐의로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 기소됐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기소한 검사가 민주당 소속이란 점을 부각하며 이번 기소를 자신의 대선 출마를 방해하기 위한 ‘정치적 박해’로 규정했다.3월4일 뉴욕 맨해튼 지검의 앨빈 브래그 지검장이 트럼프에 대해 제기한 기소 혐의는 무려 34가지다. 하지만 혐의 모두 그가 입막음 대가로 지불한 돈과 관련이 있다. 부정한 회계 처리, 문건 조작 등이다. 브 ‘종북좌파’ ‘간첩’ 말하는 태영호, 최고위원 당선 이유는? 이은기 기자 국민의힘 당원들의 선택이 드러났다. 3월8일 ‘당원 100%’ 룰로 치러진 당 지도부 선거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평가를 받는 김기현 후보가 52.9%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청년 최고위원 1명 포함) 모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당정 일체’를 앞세웠다.이변은 없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대통령과 대립하지 않을 만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신임 당 지도부 구성을 두고 “대통령실과 탐색전이 필요 없이 긴밀하게 소통할 기틀이 마련됐다”라고 말했 찐개는 맞고 나서 만터우를 먹었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우리 동네 살던 친구 ‘찐개’가 내민 건 만두였다. 오래된 중국집 홀에서 맡던 냄새가 나던. 녀석이 한번도 내게 주지 않았던 만두. 나는 만두를 정말 좋아했다. 찐개 같은 ‘짱꼴라’가 먹는 만두가 진짜라고들 했다. 내 호기심은 더 높아져갔다. 찐개에게서 최초의 진짜 중국 만두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1977년도 쯤이었을까. 그와 내가 옆 동네에서 신나게 얻어터지고 난 후였다. 친해지기 어려웠던 찐개랑 그날 비로소 친구가 되었다. 나의 화교(음식)에 대한 오랜 짝사랑은 그렇게 한 계단 올라섰던 것 같다. ‘짱꼴라’가 준 만두를 먹었으니 법정에서 확인한 검찰의 ‘어떤 의도’ 하주희 (변호사) 2020년 10월14일, 4·15 총선이 끝나고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딱 하루 전. 그다지 크지 않은 언론사의 정치평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언론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죄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 고소인은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의 외조부가 건축·소유했던 그레이스호텔에서 벌어진, 권위주의 정권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 수사 관행을 비판하는 콘텐츠가 문제가 되었다. 이 콘텐츠는 나경원 전 의원의 외조부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박종철 열사 죽음의 진실 기사 후~폭풍 김동인 기자 〈시사IN〉 제724호에 실린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1997년 남파된 부부 간첩단 사건을 다룬 이 기사는 7월 말에 작성·편집되었지만, 온라인에 기사가 노출된 시점에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에 대한 경찰과 국정원의 수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시사IN〉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45만6000여 명에게 기사가 전달되고, 수백 명이 의견을 피력했다. 담뱃값도, 메밀국수 먹는 방법도 모른 채 공작을 펼치려 했던 부부 간첩단의 이야기에 독자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나경희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