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한울
ⓒ시사IN 이한울

회사 근처 카페에 ‘소원을 들어주는 트리’가 있었다. 202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손님들이 적어 붙인 메모로 만든 나무였다. 동료들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기” “섭외가 잘되게 해주세요ㅠ” “이달의 기자상” 등을 적었다. ‘김은지의 뉴스IN’ 론칭을 앞둔 나는 “〈시사IN〉 유튜브 구독자 50만명 달성”이라고 썼다. 놀랍게도 이듬해 그 소원들은 모두 이루어졌다. 사랑을 빌던 동료는 신앙을 찾았고, 또 다른 동료는 단독 취재로 상을 받았다. 유튜브 역시 9만명이던 구독자 수가 50만명 넘게 늘었다.

너무 용했기 때문일까. 작년에는 그 나무가 만들어지지 않아 미처 소원을 빌지 못했다. 그런 탓일까. 올해는 구독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건 ‘구독자 70만명’을 향해 심폐소생하는 일뿐이다. 출연자에게 “구독 눌러주세요”라는 멘트를 부탁하고, 구독 인증 이벤트에 작은 선물들을 내건다.

구독자가 줄어들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한 달 전, 출연 패널이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대해 논평했더니 댓글이 3000여 개나 달렸다. “본인들이 못하니 열등의식 폭발하는구먼ㅉㅉ” “레거시가 잘했으면 김어준 찾아갈 일 없었다”···. 구독 취소도 속출했다. 비슷한 일은 그 뒤로도 반복됐다. 이재명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인 패널이 출연할 때마다 “잘라라” “안 본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흔들림에도 버티는 근육을 만들자고 다짐하지만, 유튜브 세계에서 ‘버틴다’는 건 곧 유혹을 견디는 일이다. 조회수, 댓글 수, 구독자 증가율, 수익까지 모든 지표가 실시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섬네일을 자극적으로 뽑고 유명인 위주로 섭외하면 숫자는 오른다. 욕망에 불타는 나는 그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금세 후회한다.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건네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 한국’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하지만 정치 보도가 과도하고 신뢰하기 어렵거나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뉴스를 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올해는 다른 소원을 적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공론장에 참여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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