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31일 저녁 7시. 경남 진주에서 사회적경제 일을 하는 정원각 전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놀라지 말라고. 김현대 선배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동안 멍했다.
2011년 6월, 세 사람이 함께 유럽 협동조합을 취재했다. 2012년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협동조합을 제대로 소개해보자는 기획이었다. 김현대 선배가 〈한겨레〉 전략기획실장 때 만난 적이 있었는데, 취재기자로 복귀해 농업·농촌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9박10일 동안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서 취재했다. 거의 매일 짐을 싸야 했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가 꽤 길었다. 김 선배가 대부분 운전을 했다. ‘음악 담당’을 자임한 ‘청국장(정 국장을 ‘청국장님’이라고 불렀다)’이 온갖 타박을 받으며 ‘파도’ 어쩌고 하는 걸쭉한 음악을 틀어댔다. 한번은 국경을 넘어가는 산길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갈 길은 먼데 어딘지는 모르겠고, 날은 저물고… 그 와중에 ‘노을이 좋다’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길 잃은 자들의 그 낙천성이라니. 나만 심각했다. 몇 해 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술집에서 그날 이야기를 하며 세 사람이 낄낄대며 웃었다.
김현대 기자는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발을 넓혔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에 관심이 많은 여러 언론사 기자를 모아 ‘사회적경제 언론인포럼’을 만들었다. 정말이지 그가 아니었으면 모이기 힘들었을 거다. 〈한겨레〉 대표 자리를 마치고 2023년 제주 서귀포로 이주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집을 짓고, 감귤 농사를 지었다. 그동안 써온 글과 삶을 일치시키는구나 싶었다. 올해 2월부터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을 맡았다. ‘농사짓다 일 있으면 서울 오면 된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두 가지 일을 했다.
함께 했던 취재의 기록을 책으로 묶은 게 〈협동조합, 참 좋다〉이다. 이 책의 공저자로 참여했지만, 나는 ‘그의 책’으로 여긴다. 쓰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많이 물었다. 단문의, 그 특유의 말투가 있다. 책 제목을 정할 때 “협동조합, 참 좋은데…”라는 그의 말에서 제목이 나왔다. 사소한 이해관계 따지지 않고 ‘좀 손해 보고 말지’ 했던 사람. 오랜만에 이 책을 들추며 ‘참 좋은 기자’의 기억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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