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 아동’과 ‘소년소녀가장’. 뒤의 말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정부는 2014년부터 공식 문서에서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이름을 지웠다. 변진경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고서야 알았다. 왜 그랬을까. 아동에게 가장의 역할을 부여하는 게 정서적 아동학대일 수 있다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아동은 돌봄의 주체가 아니라 돌봄의 대상이어야 하므로, 소년소녀가장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용어가 있을 때 취약 아동을 발굴·지원했던 시스템 중 상당 부분이, 그 이름이 사라지면서 유실되었다는 것이다. 대체할 방안이 등장하지 않은 채 이름만 사라졌다.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를 지닌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청년(외국에선 ‘영케어러’라고 부른다)이 현실에는 존재하는데, 이들을 부를 마땅한 이름이 없다. 특히 가족을 돌보는 아동에 대해서는 공식적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해외의 영케어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청소년이 전체 청소년의 5~8%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어느 정도일까? 조사·통계가 없으니, 아무도 모른다.
변진경 기자가 가족돌봄 아동과 관련 전문가들을 취재했다. 가족을 돌보느라 학업을 중단하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기사에 실렸다. 그 가족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복지 대상자로) 조금 더 일찍 발굴되었으면 학업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소년소녀가장은 사라졌지만, 이들의 명칭과 관련 대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름을 찾고, 지원책이 마련되는 데 이 기사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호에는 11월9일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의 ‘생애사’를 담았다. 이 법은 10년 전 〈시사IN〉 독자 배춘환씨가 현금 4만7000원과 함께 보낸 편지에서 시작되었다. 파업 이후 쌍용차 노동자들이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직후였다. 배춘환씨의 편지·사연을 보도한 이후, 모금운동이 불붙었다. 해고통지서가 ‘노란봉투’에 담겨 있었고, 예전 월급봉투가 노란봉투였음에 착안해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이후 ‘노조법 개정안’에도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과정을 전혜원 기자가 정리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도 파업으로 인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없었던 게 아니다. 누군가의 고단한 삶에 이름을 붙이고 사회적·법적 운동으로 확산시키는 것.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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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댕긴 편지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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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등 정치권 인사들도 '4만7000원의 기적'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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