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국채수익률의 등락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차입비용도 오르거나 내린다. 위는 2022년 4월, 매물로 나온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주택.ⓒEPA
10년물 국채수익률의 등락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차입비용도 오르거나 내린다. 위는 2022년 4월, 매물로 나온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주택.ⓒEPA

글로벌 금융시장에 비상벨이 울렸다. 미국 등 선진국의 ‘국채수익률’이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 주택 구입을 위해 ‘장기 대출’을 계획 중인 시민들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차입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낯선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분기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1.7%(국제금융협회 추산)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 전반에도 매우 불길한 조짐이다.

■ 채권수익률 상승=차입비용 상승

국채는 채권의 일종이며, 채권은 돈을 빌릴 때 발행하는 증권이다. ‘만기일까지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시장(투자자)이 국가에 대해 ‘돈을 빌리고 싶으면 더 많은 이자(수익률)를 내라’고 요구한다는 뜻이다.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회사채, 국가가 발행한 채권은 국채라고 부른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채권 역시 만기 이전엔 자유롭게 거래되지만, 두 금융상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주식 가치(주가)는 계속 변동한다. 주식을 팔아서 얻는 금액은 정해져 있지 않다. 주가가 올랐을 때 매각해야 높은 수익을 얻는다. 채권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그러나 만기일에 받을 금액(만기 상환금)은 정해져 있다. 싸게 사야 (채권)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간단한 사례로 살펴보자. 어떤 기업이 ‘100만원을 빌려주면 1년 뒤에 120만원(만기 상환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채를 100만원의 가격으로 사면(=해당 기업에 100만원을 빌려주면), ‘1년 뒤에 120만원을 돌려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 100만원 투자해서 2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되므로 채권수익률은 20%다(〈그림 1〉 참조). 이 회사는 상반기에 큰 수익을 올렸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이 작아졌다. 이 회사채를 갖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채권 가격이 110만원으로 올랐다. 해당 채권을 110만원에 매입한 투자자는 만기일에 1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채권수익률은 약 9%(10만원/110만원×100)다. 하반기 접어들면서 회사 실적이 악화되었다. ‘미상환 리스크’가 커졌다. 그대로 갖고 있다간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이 회사채를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채권 가격이 90만원으로 떨어졌다. 모험을 즐기는 투자자가 이 회사채를 90만원에 매입하면 만기에 30만원의 차액(120만원-90만원)을 건질 수 있으므로 채권수익률은 약 33.3%(30만원/90만원×100)로 급등한다. 물론 이 업체가 망하지 않는 경우다.

이처럼 채권의 수요·공급은 채권 발행자(돈을 빌린 차입자)의 상환능력에 따라 오르내린다.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이 결정된다. 발행자의 ‘미상환 리스크(갚지 못할 위험)가 커지면, 채권 수요의 감소로 그 가격이 하락한다. 채권 가격 하락은 채권수익률 상승과 동의어다. 투자자(시장) 입장에서 보면, ‘당신(발행자)의 상환능력 악화로 인해 내(투자자)가 큰 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높은 수익률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차입자에겐 비용이다. 채권수익률 상승은 차입비용(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 국채수익률은 어떻게 움직이나

이런 ‘채권들의 태양계’ 중심에 국채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차입자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설마 ‘내 돈’을 떼먹을까? 그래서 국채를 ‘안전자산’이라고 부른다(글로벌 패권국이며 금융허브인 미국의 국채는 ‘안전자산 중 안전자산’이다). 국가는 미상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초우량 차입자인 만큼 국채의 수익률은 민간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줄 때 얻는 수익률보다 낮아야 한다. 또한 국채수익률이 변동하면 다른 채권의 수익률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해당 국가(그 나라가 미국이라면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차입의 비용이 오른다는 뜻이다.

국채수익률은 어떤 경우에 변동할까? 첫째, 국채의 수요·공급에 따라 오르내린다. 국가가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공급 증가), 그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상승한다. 둘째, 국가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채 수요가 하락하며 수익률이 오른다. 셋째, 물가 인상이 예상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진다(수익률 상승). 다른 채권들과 마찬가지로 국채 역시 만기상환금이 미리 정해져 있다. 투자자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국채를 쥐고 있으면 앉아서 손해를 보니, 던져버리고 싶기 마련이다. 넷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될 때 국채 가격은 하락(수익률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기준금리 상승은 다양한 금융기관들의 금리가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금융기관들은 국가보다 ‘미상환 리스크’가 높지만, 이자를 많이 준다면, 굳이 ‘안전하지만 수익률은 낮은’ 국채 보유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들이 국채에서 다른 금융상품들로 옮겨 타면, 국채 수요가 줄면서 수익률은 오른다.

10월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REUTERS
10월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REUTERS

국채의 만기는 다양하다. 짧게는 1개월부터 길게는 30년까지. 만기가 10년 이상이면 ‘장기국채’라고 부른다. 다만 국채 역시 만기가 길수록 투자자로부터 높은 수익률을 요구받기 마련이다.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차입 기간이 길면 미상환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은 특히 ‘10년 만기 국채(이하 10년물)’의 수익률에 주목한다. 한 달 혹은 1년 만기로 빌리는 돈과 10년이나 30년 만기로 빌리는 돈은 그 규모와 용도가 다르다. 가계와 기업은 주택이나 자동차 구입, 수년이 지나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자금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빌리고 싶어 한다. 이 대출이 이뤄져야 국가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국가가 10년 이상의 장기로 빌릴 때의 차입비용(국채수익률)이 해당 경제의 성장 전망에 중요한 이유다. 가계나 기업의 장기 차입비용이 장기국채의 수익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 15년 이어진 ‘싼 돈의 시대’

그래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른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경기부양 수단으로 펼쳤다. 금융기관 등이 보유한 장기국채(그리고 주택저당증권)를 매달 수백억 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장기국채의 수요가 연준 덕분에 크게 늘면서 그 가격이 상승(수익률 하락)했다. 따라서 주택 매입, 설비투자 등을 위한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이 하락하면서 경기를 살려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15년 동안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1~3%대에 머물렀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엔 1% 이하까지 떨어졌다. ‘낮은 국채수익률’ 현상은,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다른 나라들로 퍼져나갔다(〈그림 2〉 참조).

그 덕분에 세계는 차입비용이 역사적으로 낮은 ‘싼 돈의 시대’를 즐겼다. 글로벌 차원에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부동산 시세가 대폭 상승했다. 암호화폐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의 가격이 폭등했다. 각국 정부들은 저렴하게 빌려 첨단산업 육성이나 복지에 지출했다.

2010년대에 정책 당국과 경제학자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은 물가였다. 이론적으로 보면,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금융기관들에 엄청난 규모의 ‘실탄(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국채를 넘긴 대가로 획득한 지급준비금. 이를 민간에 대출하면 통화량이 증가한다)’을 안긴 만큼 물가가 급등할 개연성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의 대다수 시기에 선진국 인플레이션율은 2%에 미치지 못했다. 물가가 오히려 떨어지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기도 했다. 디플레이션은 가계와 기업이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소비와 투자를 미루는 바람에 경기침체가 유발되는 현상이다. 당시 각국 중앙은행들은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율을 높이기 위해 분투했다.

이런 상황을 바꾼 것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21년 들어 팬데믹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면서 물가가 맹렬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봤다. 예컨대 팬데믹 기간 소비‧투자 억제 및 정부지원금 덕분에 민간에는 ‘지출 능력’이 축적되었다. 그러나 ‘거리두기’ 및 봉쇄, 국제 공급사슬 붕괴로 무너진 생산능력의 복구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확대된 수요·공급 사이의 괴리가 물가 급등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복잡하지 않다. 생산능력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므로 기준금리를 올려 소비심리를 억제하면 된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뿌린 통화량의 ‘실탄’들을 거둬들여야 한다. 연준은 2022년 봄부터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사실상 0%였던 기준금리가 불과 1년 반 만에 5.25~5.5%까지 상승했다. 이와 함께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동안 민간에 뿌린 ‘실탄(금융기관들이 주로 지급준비금 형태로 보유하는)’을 회수하기 전에 그동안 사들였던 미국 국채를 다시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식(양적긴축)이다. 연준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지난해 초 9조 달러에서 최근엔 8조 달러로 줄었다.

이런 조치들 덕분인지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소비자물가 기준)은 지난해 초의 6%대 중반에서 최근엔 3%대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시장)은 물가 인상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의 동결, 심지어 인하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연준은 안심할 수 없었다. 역설적이지만 지난해부터 미국의 경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고용 실적이 사상 최대의 증가율을 시현하고 임금도 따라 오른다. 경제성장률도 높아졌다. 이런 호황이라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는 신호만으로 물가 급등이 재개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인상을 밀어붙이려니 경기침체가 두렵다.

그래서 연준은 한 손엔 떡, 다른 손엔 채찍을 들었다. 기준금리를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올린 뒤 연이어 동결하는 동시에 ‘물가인상 기미가 있으면 인상을 재개하겠다’라며 시장을 협박했다.

시장은 이런 연준의 의도를 꿰뚫어봤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한 차례 인상, 내년(2024년)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 나면 지난 15년 동안을 풍미했던 ‘싼 돈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었다. 지난 7월까지는 대체로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곧이어 ‘공포의 대왕’이 강림했다.

■ 국채수익률 급등의 의미

7월 말,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4%를 넘어섰다. 최근(10월 상반기)에는 4.5~4.9%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대 초반에 들어선 것이 올해 봄이었다. 9월에만 0.7%포인트가량 올랐다.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시 10월 초 한때 4.9%까지 치솟으며 5%대에 바짝 다가섰다. 다른 선진국들의 국채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이와 관련,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10월4일) 칼럼에서 기준금리 관련 논란에 매우 냉소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미국 정부와 월스트리트는 연준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지만, 이는 “미국 국채수익률의 변동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라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5월 이후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10년물 국채수익률은 봄 이후 1.5%포인트나 상승했다.”

기준금리와 국채수익률은 둘 다 해당 사회의 차입비용을 움직이는 기초적 금리다. 국채수익률은 단기 차입에서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 차입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10년물 수익률의 등락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이자, 학자금 대출, 기업의 설비투자 등과 관련된 차입비용이 오르거나 내린다.

그래서 워시 전 이사는 앞으로 차입비용의 설정자는 중앙은행(기준금리)이 아니라 채권시장(국채수익률)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대다수 미국 가계의 단독주택이나 자동차 관련 대출, 우량기업의 자금조달 등은 이미 상당히 낮은 ‘고정’금리로 계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봤자 차입비용을 ‘고정’해놓은 가계와 기업은 추가 부담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새로운 대출이나 계약 갱신(리파이낸싱)은 ‘상승한 국채수익률’의 지배를 받게 된다.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미국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전 세계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워시 전 이사는 “가계·기업·정부에 가장 중요한 금리”인 10년물 수익률의 상승이 올해 말부터 경제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미국 국채수익률은 왜 올랐나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첫째, 투자자들의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가 ‘기준금리 인하’에서 ‘고금리 유지 및 인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사의 초입부에서 봤듯이 높은 기준금리는 국채 수요를 하락시켜 그 수익률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월2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REUTERS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월2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REUTERS

투자자들이 생각을 바꾼 건 미국 경제의 호조 때문이다. 2010년대에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금리에서도 미국인들은 소비와 투자를 꺼렸다.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헤맸다. 그러나 지난 팬데믹 이후엔 연준이 기준금리를 불과 1년6개월여 동안 무려 5%포인트 넘게 올렸는데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은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인프라가 어느새 구조적으로 강화되었다’는 가설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가계와 기업이 웬만한 고금리엔 눈도 깜짝 않고 소비‧투자에 골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구조적 변동이 발생했다면, 이후 연준은 2010년대보다 한층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5.5%의 기준금리에도 꿋꿋한 미국의 소비‧투자 심리가 3~4%대의 기준금리를 만나면 물가가 엄청나게 오를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이 높은 차입비용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최근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일시적 이변이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로 가는 조정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면, 미국 국채의 공급이 늘어난 반면 수요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상승했다고 한다. 미국의 국채 규모는 현재 26조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지난 8년 동안 두 배 증가했다. 더욱이 앞으로 첨단산업 육성이나 복지 등에 필요한 자금조달로 인해 국채 발행(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매입하던 ‘4대 주체(중국, 일본, 민간 금융기관, 연준)’가 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에도 바쁜 데다 미‧중 대결 국면에서 미국 정부에 호의를 베풀 리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저금리를 고수해온 일본은 자국 국채의 수익률을 낮게 유지(국채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 국채가 아니라)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연준(지난 10년간 미국 국채의 4분의 1을 매입)은 보유 중인 국채도 매각하고 있다(양적긴축). 금융기관들은 지난봄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채 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SVB는 ‘자본’으로 보유 중이던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부실화되어 문을 닫았다.

셋째, 글로벌 차원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장기국채 수요가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국가경제는 견조해 보이지만 국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었다. 거대 양당이 ‘정부 셧다운 저지’에도 합의하지 못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극심하다.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의 경제는 매우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불확실성은 단기 대출보다 장기 대출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내 돈’을 온전히 상환받기 전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를 투매하면서 그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채 수익률 상승이 ‘뉴노멀’이라면, 그동안의 ‘싼 돈’에 익숙해져 있는 글로벌 경제엔 격변이 불가피하다. 우선 자동차나 주택 관련 대출에서 설비투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차입비용이 크게 오르며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제약할 것이다. 각국 정부들의 경우, 이자 부담이 급증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 이렇게 되면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점점 더 높은 금리를 약속해야 한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주식시장에도 악재다. 국채의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지상 최고의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보유해온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은 미국채 가격 하락(=미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라 ‘건전성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SVB가 당했던 것처럼. 부동산, 원자재, 암호화폐 등 고리스크-고수익 자산의 가격은 하향 압박을 받을 것이다.

국가에 따라서는 경제위기 수준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10월4일)가 가장 걱정하는 나라는 이탈리아와 일본이다. 지난 10월 초,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012년의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4.9%까지 올랐다. 정부의 이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재정긴축이나 경제성장률 상승 없이는 국가부도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일본 상황도 심각하다. 이 나라는 세계 유일의 초저금리정책 기조에 따라 10년 만기 일본 국채의 수익률을 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채수익률의 상승은 일본 국채수익률에도 자연스럽게 상승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일본은행이 10년물 수익률을 1% 이하로 유지하려면 시시때때로 자국 국채를 사들여 그 가격을 높여야(=국채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일본은행은 무거운 바위를 끊임없이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같은 운명이다.

그러나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이 구조 변동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시적 현상이라면, 그냥 보고 있어도 된다. 차입비용의 상승 자체가 미국 경기를 악화시키면서 고용률과 임금을 떨어뜨릴 것이다. 주가와 부동산 시세도 하락할 것이다. 이렇게 미국 경제가 냉각되면 장기국채의 수익률 역시 점차 떨어진다. 그럴 경우, 지금의 ‘국채수익률 폭등 사태’는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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