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연합뉴스

3월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2352개 상장사의 주식 투자자 수는 지난 연말 기준 91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300만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를 감안, 증권가에서는 주식 투자 인구를 1000만명 수준으로 추정한다.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시사IN〉은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요즘 주식시장에서 관심 있게 보는 지표’에 대해 물었다. 리서치센터장 10명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짚는 데 참고가 되는 지표에 대해 답했다. 주식시장과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들을 짚어본다.

■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국채금리)

주식시장과 관련해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지난해 8월에 0.5% 수준이었는데 최근 1.7%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채권은 정부나 기업 등이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은 돈을 빌린다는 뜻이다. 채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만기 전이라도 매매가 가능하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수익률(채권금리)이 높아지는 식으로 반대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만기에 1만원을 받기로 한 채권이 있다고 치자. 이 채권을 9000원에 사면 만기에 1만원을 받게 된다. 이자가 1000원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 채권 발행이 확 늘어나면? 채권도 공급이 늘어나면(채권이 시장에 흔해지면)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생겨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9000원 하던 채권 가격이 8000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채권을 살 경우 만기에 1만원을 받기 때문에 2000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의 수익률은 오른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펴게 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 국채가 넘쳐나면(국채 공급이 많아지면) 국채 가격이 떨어질(국채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국채금리는 해당 국가의 수많은 금리 가운데서 가장 낮은 금리 중 하나다. 미상환 위험이 극히 낮은 국가 권력에 빌려주는 돈이니 금리를 높게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각종 시중금리도 따라 오르고, 국채금리가 내려가면 다른 금리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회복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나 금리가 상승하는 상태라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보다 금리가 먼저 올라간다고 판단되면 주식시장은 혼돈에 휩싸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시중금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따라 미국의 여러 시중금리들이 올라간다면, 다른 나라 자본시장에 그 나라의 통화로 투자된 돈들이 달러로 형태를 바꿔 수익률이 올라간 미국 금융상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미국 달러 가치의 상승은 해외 증권시장의 돈을 다시 미국 증시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예컨대 투자자들이 한국의 주식이나 국채에 투자된 자금을 미국 시장으로 옮기는 경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달러 강세→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국채·주식 매도→한국 국채금리 상승, 주가 하락’의 흐름이다.

미국 장단기 국채의 금리 차이도 챙겨봐야 할 ‘정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생각을 투영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의 금리는 장기금리다. 미국 국채 가운데는 만기가 1년 내외인 단기채권도 있다. 단기채권의 수익률은 단기금리다. 투자자의 수익률(금리)은 단기보다 장기에서 높은 것이 정상이다. 투자자 처지에선 ‘오래 빌려주는 돈에서 받을 수익률’을 ‘잠깐 빌려주는 돈의 수익률’보다 높게 받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정부가 장기국채의 발행을 늘리거나 혹은 장기국채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그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장기국채의 수익률(금리)이 높아지면서 단기국채와의 수익률 차이를 벌린다. 이는 시중자금이 장기, 예컨대 10년 뒤에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당장(1~2년) 필요한 곳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단기 국채의 금리차가 커진다는 것은 시중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장기국채 수익률이 단기국채 수익률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경기 전망이 대단히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 당장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에 10년 뒤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기채권에 투자하고 이에 따라 장기채권의 가격이 오르면서 그 수익률이 심지어 단기채권의 수준과 비슷하게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월10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각국의 주식시장은 달러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AP Photo

■ 달러지수(DXY, ADXY, 원/달러 환율 등)

한국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세 주체는 외국인·기관·개인이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외국인 증권투자의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31.6%에 이른다(2021년 2월 기준). 외국인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증시의 방향이 바뀐다.

외국인 투자자는 환율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한 외국인 투자자가 1달러가 1000원일 때 100달러를 환전해(10만원) 한국 주식을 샀다고 치자. 주가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달러 강세, 원화 약세), 이 외국인 투자자는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해당 주식을 10만원에 팔아 환전하면 66.66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식가격의 변화가 없는데도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환차손’을 보게 되는 것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는 주춤할 수 있다. ‘환차손’ 우려 때문이다. 또한 달러는 세계의 여러 통화 가운데 가치변동의 가능성이 가장 작은 ‘안전자산’이다.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동안 높은 수익률 때문에 이머징마켓의 증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다시 ‘안전자산’인 ‘달러화 기반 금융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달러 가치의 변화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에 담긴 자금이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원화 가치가 높다(달러 약세)는 것은 한국 경제 상황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러가 약하면(원화 가치가 높으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달러 강세(환율 상승, 예를 들어 달러당 1000원에서 달러당 1100원으로 상승)가 한국 증시에 장기적으로 불리하지만은 않다. 장기적으로는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주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원화 환율이 오르면 국내 수출기업은 전과 같은 달러 가격으로 수출을 해도 이익을 보게 된다. 수출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늘어나기 쉽다. 수출기업의 실적이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DXY, ADXY 등이 있다. DXY는 유로,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평균적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ADXY는 위안화, 원화, 싱가포르 달러, 홍콩 달러 등 아시아의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평균적 가치를 지수화했다. DXY는 전통적 선진국들과 미국 간의 우열을, ADXY는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간의 우열을 보여준다.

■ 시장의 위험지표(신용 스프레드, 신용잔고)

신용 스프레드는 투기등급 회사채 금리에서 시중금리를 뺀 수치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위험선호 심리의 위축 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지표를 본다. 일반적으로 투기등급 회사채와 시중금리와의 금리차가 축소될 경우 위험선호 심리 확산으로 해석하고, 반대의 경우는 위험선호 심리 위축으로 읽는다”라고 말했다. 신용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되는 경우는 위험신호다. 부도나 파산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현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거래를 신용융자 거래라고 한다. 주가가 오른다고 확신할 때 ‘신용융자’를 한다. 주가 전반이 오르면 신용융자 거래가 활발해지고 주가가 침체하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신용잔고의 절대 액수보다 고객예탁금이나 시가총액과 대비한 비율로 살펴보는 게 합리적이다. 신용잔고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거나 과거와 대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할 때 주식시장 과열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의 석유 시추장치. 원유 가격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EPA

■ WTI 유가와 구리 가격

원유를 수입해 소비하는 나라에서는 유가 상승이 경제에 부정적이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경제에 부담을 준다. 원유 가격은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유가 상승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구조가 나빠진다. 다만 정유, 조선, 화학 등 유가 상승으로 수익률이 높아지는 산업의 활황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브렌트유·두바이유가 세계 3대 유종으로 꼽힌다. WTI가 세계 최대 선물시장인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주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유종으로 주목받는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구리 가격은 경제활동 상승/하락의 기본 지표’라고 말했다. 구리는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원자재다. 구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가격이 오르면 여러 산업군에서 제품 생산이 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일자 2018년 하반기 이후 구리 가격이 하락했다. 세계 최대의 생산지(중국)와 최대 소비처(미국) 사이에 갈등이 일자 여러 산업군에서 제품 생산을 꺼린 게 영향을 미쳤다.

구리 가격이 글로벌 경기의 방향을 선행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이 붙는다. 경기회복을 미리 알려주는 ‘구리 박사’다.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구리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면 주가도 상승한다. 주식시장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구리 가격을 주목하는 이유다.

■ 관세청의 수출입 통계(10일 치, 20일 치, 한 달 치)

다 아는 것처럼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수출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입 통계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게 무역수지다. 무역흑자가 발생하면 해외로부터 자금이 들어온다. 수출로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 국내에 통화량이 늘어나고, 유동성이 커져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수출이 늘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월 단위 기준으로 수출증가율을 보는데, 한국 코스피지수 증가율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지표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본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는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한 지표가 상승하거나 하락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의 등락에 단선적으로 특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 어렵다. 해당 지표가 올랐다면 왜 올랐는지 그 원인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유가가 상승했다면, 공급에 차질을 빚어서인지 아니면 수요가 끌어올린 것인지 그 원인에 따라 대처도 달라진다.

도움말·리서치센터장(가나다순):고태봉(하이투자증권), 김성노(BNK투자증권), 김장열(상상인증권), 노근창(현대차증권), 송재경(흥국증권), 신지윤(KTB투자증권), 은성민(DS투자증권), 이경수(메리츠증권), 장화탁(DB금융투자), 최석원(SK증권)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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