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2024년)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인하 폭은 0.75%포인트로 예측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기준금리를 내릴지는 밝히지 않았다. 연준은 12월13일(현지 시각), 올해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직후 미국의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이 환호한 이유

금융시장이 일제히 축제 분위기로 들떴다. S&P500 등 미국 3대 주가지수와 미국 국채 가격이 모두 급등 기록을 남기며 12월13일의 장을 마감했다.

연준은 지난 9월과 11월의 FOMC(12월13일 포함)에서도 기준금리를 이번과 동일한 5.25~5.50%로 동결한 바 있다. 당시의 금융시장은 잠잠했다. 그러나 12월의 동결엔 금융시장으로부터 환호성을 자아낼 ‘뭔가’가 있었다.

12월13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해의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EPA
12월13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해의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EPA

그 ‘뭔가’는 FOMC의 성명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dot plot) 등에 담겨 있다. 금융시장은 이 자료들을 종합해서, 연준이 지난해 초 이후 2년여 동안 지속해온 통화 긴축 시대를 끝내고 2024년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발견했다.

인하 폭 0.75%포인트

이번 FOMC 성명서는 9월과 11월 회의의 금리 동결 결정 때 내놓았던 상투적 ‘경고’를 되풀이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다시 빠르게 오르는 상황이 온다면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성명서들엔 포함되지 않은 표현을 과감하게 담았다. “지난 3분기 이후 미국 경제활동의 성장이 둔화되었”고 “인플레이션도 지난 1년 동안 완화되었다.” FOMC가 경제성장률 둔화 및 인플레이션율 하락을 문서로 인정했다는 것은 ‘앞으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12월 FOMC 성명서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9월(1.5%)보다 0.1%포인트 낮은 1.4%로 잡았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초 이후 전개된) 통화 긴축 주기의 정점(頂點) 또는 그 부근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한 “앞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인플레이션 퇴치에도 ‘실질적 진전(real progress)’이 있었다”라며 “향후 금리 결정은 ‘신중하게(carefully)’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에 ‘신중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미국의 내년 말 기준금리가 4.5~4.75%일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5.25~5.50%)보다 0.75%포인트 인하된 수치다. 연준은 통상적으로 금리를 조정할 때 1회에 0.25%포인트씩 올리거나 내린다. 기준금리를 내년에 3회에 걸쳐 0.25%포인트씩 내리면 연말엔 4.5~4.75%에 이르게 된다. 시장의 기대치(내년 봄부터 4~5차례에 걸쳐 1%포인트 이상 인하)보단 인하의 폭과 횟수가 적지만 금융시장을 흥분시키기엔 충분한 수치다. 연준 위원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2025년에도 계속 내려 그해 연말엔 3.5~3.75%까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12월13일 나온,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2024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표시한 점도표. 출처 FOMC
12월13일 나온,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2024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표시한 점도표. 출처 FOMC

금리 인하 시기는 아직 불확실

그러나 연준은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힌트를 거의 주지 않았다. 다만 파월 의장은 “FOMC 위원들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았다. 1~2주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딱 잡아떼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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