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은 기대에 들떠 있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까운 시일(빠르면 2024년 초나 3월) 내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그렇게만 된다면, 자산시장(주식, 부동산 등) 활황으로 투자 수익률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었다. 큰돈을 빌려 주택을 매입한 상당수의 가계도 한숨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12월 들어 나오는 지난달(11월) 미국 경제 지표들은 그런 기대에 찬물을 뿌리고 있다.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떨어지고 소비 심리가 좌절 상태에 빠지며 노동자들의 취업이 힘들어지고 임금 하락 추세가 나타나는 등 미국 경기 침체의 신호가 지표들에 확연하게 나타나야 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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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앞둔 12월12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통해 각종 지표를 관찰하고 있다. ⓒUPI

‘헤드라인 인플레’가 하락했다지만

우선 미국의 11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율(전체 제품과 서비스 가격의 물가 변동을 반영)’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3.2%)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최근 석유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이 11월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율이 내려가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비스 물가는 10월의 5.06%에서 5.17%(11월)로 0.1%포인트가량 오히려 상승했다.

일반적 시각에서 보면 ‘0.1%포인트 떨어지거나 오른 것 갖고 웬 수선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 신호만으로도 물가가 폭등할 수 있다’고 초조해하는 연준에겐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더욱이 서비스 물가는 임금의 등락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임금상승을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는 연준에게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적은 폭으로나마 올라갔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월별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오히려 상승

연준 등 중앙은행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물가 추세를 정확히 보고 금리를 조율하는 것이다. 그런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만으로 ‘물가 추세를 정확히’ 판단하긴 힘들다. 11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지만 서비스 물가는 상승했다면, 전반적 물가 추세가 내리는 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컨대 돌발적이고 우연한 사건 때문에 유가가 급락하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내렸는데, 이를 ‘물가 전반의 하락 추세’로 간주하고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간 물가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믿음직한 ‘근원 인플레이션’이란 지표가 필요하다.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나 식량을 제외하고 계산한 인플레이션율이다. 물가의 ‘진정한’ 장기 추세를 나타낸다고 한다.

12월12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근원 인플레이션율(지난해 같은 달 대비)은 10월과 동일한 4.0%로 나타났다. 그러나 월별 기준(전달보다 얼마나 오르거나 내렸나?)으로 보면, 11월의 근원 물가는 10월보다 0.3% 올랐다. 12월13일(미국 워싱턴 D.C. 현지 시간)로 예정된 FOMC 회의(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 직전에 월별 근원인플레이션율 상승이 발표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 ⓒAP Photo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AP Photo

내년 3월 금리인하?

안 그래도 연준은 여러 차례 ‘인플레이션율이 빠른 시일 내에 2%(인플레이션 목표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해왔다. 이랬던 연준이 12월12일에 나온 인플레이션 관련 수치를 보고 ‘조만간 금리인하’를 결심하긴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12월8일 발표된 ‘미국 11월 비농업 고용’ 역시 예상치(19만명)보다 9000여 명이나 많았다. 실업률은 3.7%로 10월(3.9%)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고용 상황이 양호하다는 것은 금리인하를 망설일 충분한 이유가 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금리인하 시점을 내년 3월이나 5월로 예측하거나 ‘2024년에 금리를 4차례 내릴까, 5차례 내릴까’ 같은 논쟁(?)을 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11월 근원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면, 2024년의 금리인하 일정과 이에 따른 자산시장 반등은 최근의 낙관적 전망에서 상당히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증권사들도 12월13일 낸 보고서를 통해 대체로 내년 하반기나 3분기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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