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8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지원 전 국정원장

6월20일 시사IN 유튜브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6월20일 시사IN 유튜브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대통령이 잘못했는데 왜 교육부 국장이 면직되고 평가원장이 사표내나”
“수사해봐서 전문가? 공석 된 평가원장에 입시 비리 수사해 본 검사가 올 듯”
“말로 친 사고가 벌 써 몇 번째인가? 대통령의 말은 검토되고 정제돼야”
“잘못은 사과하고 고치면 되는 데 책임은 다 아랫단에 던져버려”
“대통령실 참모 중 누구도 대통령에게 직언 못하는 분위기로 짐작 돼”
“지도자의 결단만 중요한 건 북한… 민주주의는 결과보다는 과정임을 이해해야”

■ 진행자 / 수능 난이도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즉흥 발언을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이 ‘입시 전문가’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정부여당에서 나오고 있어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렇게 말했죠. “대통령은 검찰 초년생인 시보 때부터 수십 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입시 비리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뤄봤고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의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다.”

■ 박지원 / 큰일 났어요, 정말. 전두환 때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머리 나쁜 사람이 부지런하면 사고 친다’고. 전 세계 모든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 전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에요. 사람을 잘 써야 하는 자리죠. 그런데 왜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해요. 한국에서 입시라는 게 부동산보다도 전 국민이 첨예하게 관심을 두는 이슈에요. 근데 시험을 5개월 앞두고 느닷없이 봉창을 때렸어요. 대통령이 잘못했는데 왜 교육부 국장이 면직되고, 장관은 경고받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표를 내냐고요.

■ 진행자 / ‘이러다 수능 문제마저 감사와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 섞인 우려도 나와요.

■ 박지원 / 공석 된 평가원장에 곧 입시 비리 수사해 본 검사가 올 거예요. 보세요. 길에서 교통 정리 해 본 순경이 국토교통부 장관 할 날도 곧 와요.

■ 진행자 / 이규민 원장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이렇게 물어봐요.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를 문제 삼아서 책임을 묻는다는 판단에 동의하나.” 그랬더니 이 원장이 이렇게 답해요. “그건 판단 주체에게 물어봐라.”

■ 박지원 / 전문가가 사표를 내버리잖아요. 대통령이 사표를 내야죠. 그렇지만 헌정이 중단되면 안 되니까…. 대통령이 해외순방 가기 전에 자기가 저질러 놓은 말을 기본적인 수습은 해놓고 가셔야 하는데, 그냥 가버렸잖아요.

■ 진행자 / 대통령실이 수습하느라고 애쓰고 있죠.

■ 박지원 / 자유당 때 이승만 대통령이 ‘뿡’하고 방귀 뀌니까 당시 내무부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그랬다잖아요. 그거랑 뭐가 달라요.

■ 진행자 / 대입 정책이 말 한마디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닌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가 하는 의아함도 들어요. 이주호 장관 경질 얘기도 나오잖아요.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 박지원 / 이게 장관 경질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 진행자 / 이주호 장관이 대통령의 발언을 잘못 전달해서 왜곡된 반응을 불러왔다는 건데, 지난해 6월에 언론에 보도됐던 일화도 생각나더라고요. 업무보고 하는데 대통령 지시에 ‘그건 어렵다’라고 한 교육부 차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 없애버리겠다”라고 호통을 쳤다더라고요. 그걸 한 보수언론이 ‘호랑이 리더십’이라고 포장했는데….

■ 박지원 / 대통령도 화낼 수 있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어떤 학부모를 오늘 만났는데 그래요. 일타 강사들, 사교육 시장을 겨냥하는 것 같다고. 좋아요, 그런데 교육 정책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잖아요. 전문가들이 충분히 논의해서 거기에서 얘기가 나오도록 해야지 느닷없이 한마디 해서 이렇게 현장을 쑥대밭을 만들면 어떡해요. 제가 처음부터 계속 말씀드렸던 게 뭡니까. 대통령의 언어, 대통령의 말은 검토되고 정제되어야 한다. 근데 말로 친 사고가 벌써 몇 번쨉니까? 과거에는 김건희 여사가 사고를 잘 친다고 했더니 지금은 안 치잖아요. 부부가 돌아가면서 치기로 한 건지, 원. 실수 올림픽 나가면 금메달 딸 거 같아. 대통령은 한 번 더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에요. 대통령은 연습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쓰고, 그들과 토론하고, 소통하고 조율해서 통합의 정치로 가는 거예요.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고치면 되는데 책임은 다 아랫단에 던져버리면 나라가 어떻게 됩니까.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6월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6월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진행자 / 청와대 근무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지금 대통령실 분위기 어떨 것 같으세요?

■ 박지원 / 일단 참모들이 뭔 말을 못 하는 거 같아, 대통령한테. 반대 의견을 못 내는 거죠. 제가 늘 얘기하지만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실장, 수석들은 때로는 대통령 입을 두 손으로 막고 때로는 차 앞에 드러누워야 해요. 그런 결기 없이는 그 자리에 앉지 말라 이거예요. 그런데 그냥 다 강아지처럼 대통령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들만 있어요, 지금은.

■ 진행자 / 원장님도 김대중 대통령 앞에서 드러누우신 적 있나요?

■ 박지원 / 당시에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칼럼이나 사설로 정말 엄청나게 김대중 대통령을 비난했어요. 김대중과 김대중이 싸우고 있다는 표현도 있었다고요. 저를 만나서도 김대중 대통령을 엄청 비난하더라고요. 근데 듣고 있으니 그 비난이 일리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걸 말로는 못 전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적나라하게 A4용지 한 장에 딱 정리를 했죠. 보고 끝나고 나오면서 “이거 한 번 읽어보십쇼”하고 놓고 나왔어요. 막 차를 타려고 했더니 전화가 왔어. “왜 나한테 이런 거 주느냐”라면서 화를 벌컥 내시더라고요. 그러더니 1분도 안 돼서 전화가 또 와요. “내가 화내서 미안하다.” 그래서 다시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너라도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해줘야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대통령이고, 이게 참모예요. 이게 안 되면 북한이라니까요.

■ 진행자 / 그러니까요. 일련의 상황을 보고 ‘솔방울로 수류탄 만들고, 모래알로 총탄 만들고, 가랑잎으로 압록강 건넌다’던 김일성에 대한 북한 선전 생각난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 박지원 /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민주적 과정을 겪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북한은 아니에요. 지도자의 결정만 있단 말이에요. 참모들이 무서워서, 또 자기 직을 보존하려고, 지도자가 듣기 싫어하니까 아무 얘기를 못 해요. 그러다 보면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국제정세에 대해서 오판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랑 정상회담을 하면 김정은 귀를 잡고 얘기해줄 수 있죠. 미국은 이렇다, 세계는 이렇다…. 그런데 지금 한국도 과정은 이렇게 무시되고 최고 지도자의 결정만 있다고 하면 명백하게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지 않으냐고 봐야겠죠.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4년이 남았어요.

■ 진행자 / 이번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말일 텐데. 2001년과 2002년에도 ‘물수능’ ‘불수능’ 논란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에 사과하셨더라고요.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 안 해요. 일본에도 요구하지 않잖아요. 이태원 참사에도 무슨 반성이나 사과, 책임을 졌나요? 부산 엑스포나 잘 따오면 좋겠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6월20일(현지시간)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에프'에서 열린 한·프랑스 미래혁신세대와의 대화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0일(현지시간)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에프'에서 열린 한·프랑스 미래혁신세대와의 대화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 신당 창당 후 광주 출마할 듯…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계속 만들어져”
“내가 바로 ‘제3당 전문가’, 민주당에서 분당하고 싶은 사람은 나한테 와서 물어봐라”
“국민의힘은 당이 아니라 용산 출장소, 1~3월 사이에 공천권 놓고 분열할 것”
“윤석열 취임 후 국정원 인사 파동 벌써 세 번째, 국정원의 붕괴, 기능 마비”
“모든 것이 문재인 탓, 윤석열은 문재인 없었으면 어떻게 대통령 하려고 했나”

■ 진행자 /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죠. 조국 전 장관 신당 창당과 광주 출마를 예상하셨어요. 그 이유가 있나요?

■ 박지원 / 요즘 정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도 가족은 안 건드렸어요. 조국 전 장관이 이번에 례적으로 SNS를 했잖아요. “길 없는 길을 가겠다.” 총선 출마하겠다는 거죠. ‘길 없는 길’은 민주당은 아닐 거고. 조 전 장관은 자기 세력(팬덤)이 있어요. 창당할 가능성이 있죠. 그리고 지역구도 타파를 이야기했었기 때문에 광주로 갈 수 있다고 봤죠.

■ 진행자 / 본인이 부산 출신이기 때문에?

■ 박지원 / 그럴듯하게 생각되잖아요. 제가 뭐 조 전 장관하고 전화하거나 만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사람을 계속 이렇게 몰아가면 출마할 거 같아요.

■ 진행자 /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 박지원 / 저는 그렇게 봐요.

■ 진행자 / 조 전 장관이 연락은 없으시던가요?

■ 박지원 / 내가 이렇게 말하면 가타부타 얘기가 있을 만도 한데, 이상해. 군불을 너무 땠나(웃음).

■ 진행자 / 민주당 안에서는 조 전 장관 출마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 박지원 / 저도 반대하죠, 민주당이니까.

■ 진행자 / 왜요?

■ 박지원 / 우리 민주당이 불리하니까.

■ 진행자 /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정권 심판론이 아니라 야당 심판론이 될 수 있다라고 하던데 그 이야기에 원장님도 동의하시는 건가요?

■ 박지원 / 아니죠.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론이죠. 그렇지만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민주당지지 세력이 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민주당에 들어와서 하면 좋겠는데 또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 진행자 / 조 전 장관 말고도 지금 제3당 논의가 굉장히 활발해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6월26일에 ‘국민의희망’이라고 하는 신당을 띄울 예정이고, 금태섭 전 의원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랑 창당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이 성공한 사례가 굉장히 드물잖아요.

■ 박지원 / 민주당에서 분당하고 싶은 사람은 일단 나한테 와서 물어보면 좋겠어요. 나가봐라, 얼마나 춥고 배고픈데(웃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 진행자 / 원장님 예측하셨던 나경원, 유승민, 이준석 신당 창당설은 아직 유효한가요?

■ 박지원 / 지금 국민의힘 보면 정당이 아니라 완전히 용산 출장소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총선에 윤핵관과 검찰 세력으로 칼질한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안 나올 수 있겠어요?

■ 진행자 / 공천이 본격화되면 신당 움직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 박지원 / 보세요. 내년 1~3월 사이에 저는 그런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봐요.

■ 진행자 / 국정원 인사 파동 문제도 묻지 않을 수 없어요.

■ 박지원 /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에요. 이게 말이 되는 거예요?

■ 진행자 / 정부 출범 4개월 때 1급 간부 27명이 퇴직했고요, 그리고 윤 대통령 측근인 검찰 출신 조상준 기조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해요. 그러면서 간부 130여 명이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한직으로 발령받았고요. 최근에는 인사 재가를 대통령이 다 냈는데 나흘 만에 철회를 했거든요? 처음 보는 일 같아요.

■ 박지원 / 국정원 인사는 비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발표도 안 하고 언론도 보도를 안 해요. 그런데 인사 파동이 나면서 1급이 몇 명이니 같은 얘기가 다 나와버리잖아요.

■ 진행자 / 검찰 출신과 국정원 출신 간의 세력 싸움이 밖으로 드러난 거죠. 국정원이 제 역할을 못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짐작돼요.

■ 박지원 / 국정원에서 20~30년 근무한 사람들이 저렇게 확 바뀌었다고 하면 국정원의 붕괴라고 봐야죠.

■ 진행자 / 대통령실에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국정원의 인사 문제는 늘 있었던 일이다.”

■ 박지원 / 없었어요. 제가 할 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 진행자 / 그다음 말도 있어요. “국정원을 정치 집단으로 만든 서훈, 박지원 전 원장이 거쳐 간 국정원을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에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 박지원 / 제가 국내 정보 수집 못 하게, 정치 개입을 안 했어요. 한 거 있으면 내놓으라고 했어요. 저 지금 별거 다 꼬투리 잡아서 경찰 수사받고 있잖아요. 조만간 조사 또 받아야 해요.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대통령을 할는지 모르겠어요. 모든 것이 문재인 탓, 문재인 정권 탓이잖아요. 그러더니 이제 서훈이랑 박지원도 대통령급으로 올려주는 건가요?

■ 진행자 / 국정원 인사 파동 관련해 해외 순방 전에 단안을 내리라고 했는데, 안 하고 가셨어요.

■ 박지원 / 지금 북한 관련 정세가 계속 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국정원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지금 언론 기사 나온 거 보면 국정원은 마비라고 봐야 해요. 엑스포 유치전도 외교부가 앞서지만 국정원이 뒤에서 하는 일들이 있어요. 대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개혁된 국정원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국정원 직원들도 애국심이 있기 때문에 정리해 놓으면 금방 또 일사불란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대통령이 해야죠. 원장이고 차장이고 2급짜리한테 다 속아서 놀아났다고 하면 이건 큰 문제예요.

■ 진행자 /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가도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 박지원 / 못 하겠으면 나를 다시 쓰든지. 오라 그래도 안 갈 거지만요(웃음).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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