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파오시다 크메르 노동권협회 회장은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숙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흥구

2013년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크메르 노동권협회’는 쉼터를 운영한다. 사업장에서 갑자기 쫓겨나거나 도망쳐야 해서 갈 곳을 잃은 노동자들이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곳이다. 쉼터에서 지내는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에 대해 배우고 산업안전 교육을 받는다. 일터로 돌아간 노동자는 대부분 나중에 쉼터를 이용할 다음 노동자를 위해 크메르 노동권협회의 후원자가 된다. 현재 후원회원 160여 명이 선순환을 통해 자체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크메르 노동권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속파오시다 씨는 2007년 한국에 들어와 현재 사회적기업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를 포함해 현재 크메르 노동권협회를 운영하고 있는 스태프 15명은 각자의 직업이 따로 있는 자원봉사자다. 인권버스를 함께 기획한 그를 만나 현장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물었다.

크메르 노동권협회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13년에 처음 통역을 도와주러 갔다. 당시에는 통역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남성이었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가 병원에 가야 할 때 굉장히 불편했다. 사실 쉼터도 여성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여성들은 쫓겨나면 정말 갈 곳도, 잘 곳도 없다. 내가 맡은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여성 쉼터를 관리하는 거다. 그래서 1기 회장만 남성이었고, 그 이후로 7기 회장인 나까지 전부 여성이다. 지금은 남성 쉼터에 6명, 여성 쉼터에 8명이 머물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이주노동자를 위한 쉼터는 아마 우리가 처음이자 유일할 거다.

캄보디아 국적의 노동자만 머물 수 있나?

타이 노동자도, 스리랑카 노동자도 와서 머문 적이 있다. 같이 일하는 친구니까. 최대 3개월까지 머물 수 있는데, 대부분 그 전에 나간다. 빨리 다시 일을 시작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쉼터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되는지?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후원자 구성은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90%, 한국인 후원자가 10%다. 매달 1만원씩 내는 회원이 되면 나중에 필요할 때 무료로 쉼터에 머물 수 있다. 도움을 받은 적 없는데 회원인 사람도 꽤 된다. 물론 회원이 아닌데 쉼터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비용만 받는데, 나갈 때는 대부분 회원으로 가입한다.

상담 전화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낮에는 노동자들이 일하기 때문에 전화가 안 온다. 그들이 퇴근하는 시간인 저녁 6시부터 스태프들이 돌아가면서 상담 전화를 받는다. 한번 상담이 접수되면 최소 30~50번은 전화를 주고받아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농업노동자 119’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페이지를 통해 지난 8월까지 들어온 상담만 594건이다. 한 사람이 여러 문제를 동시에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장 변경 문제가 가장 많았고(19.2%), 임금 문제(14.6%), 기숙사 문제(14.0%), 의료 문제(11.1%), 다른 사업장으로 강제 파견하는 문제(9.93%), 노동시간 문제(7.6%), 체류 문제(4.4%), 폭력 및 성폭력 문제(3.2%) 등이 뒤를 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무엇인가?

다들 너무 어리고 젊다. 스스로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모른다. 캄보디아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런 걸 알려준 사람이 없다. 사장님이 갑자기 꼴 보기 싫다며 “너 나가” 해서 곧이곧대로 듣고 짐 싸서 나왔는데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열 번을 물어보면 여덟 번을 잘 모른다고 답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자기 안전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고 알려주는 거다.

가장 시급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문제는?

“크미은 벙꾼 믄아잇 루엇 반(변소 없이 살 수 없다).”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안전한 기숙사를 제공해야 한다(9월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강구하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을 마련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기도 군포에 주한 캄보디아불교센터가 있다. 그곳에 있는 스님이 속헹 씨가 죽은 2020년 한 해에만 본인이 집전한 장례가 19건이라고 하더라. 대부분 죽음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였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다들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필요하면 언제든 크메르 노동권협회를 찾아와달라.

기자명 이천·안산·수원/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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