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대구·경북 매체 〈뉴스민〉으로 이직할 때 나의 고려 사항에 경북은 없었다. 경북으로 취재를 간다거나 경북 주재 기자가 될 가능성은 상상하지 않았다.
이직한 지 며칠 만에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뉴스민〉이 올해 초 기획한 창간 10주년 아이템은 대부분 경북 취재를 동반했다. 인구소멸, 공공의료, 핵폐기물, 사드 갈등, 중대재해 등. 그중에서도 내가 맡은 ‘농민수당’은 농촌 취재가 필수였다. 한 달간 준비해 기사 다섯 건을 썼다. 전국 농민수당 지급 실태와 대구·경북의 상황, 농민 기본소득이 갖는 의미와 한계, 연구자와 농민회 인터뷰 등을 담았다.
농촌에 대한 기억이라곤 대학 시절 농활이 전부였지만 주어졌으니 해내야 했다. 기후위기가 경북 사과 농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코로나19가 외국인 계절노동자 몸값을 얼마나 올렸는지 생생한 이야기로 들었다. 의성·봉화 오일장에서 상인과 농민에게 마이크를 들이밀고 군의회에서 조례를 발의한 의원을 인터뷰했다. 농민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 식량전쟁까지 겨우 도착했다. 농촌 지역을 이렇게 깊숙이 들여다본 건 처음이었다.
농촌의 현실에 중앙 언론은 별 관심이 없고 지역 언론조차 깊은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 전문지를 제외하곤 농민수당을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본 기사가 없었다. 농민수당을 연구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촌의 위기는 코앞에 닥쳤다. 도시의 이슈가 아니기에 주목받지 못해 변화가 더디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1㏊(헥타르, 약 3025평) 미만 농가가 70% 이상이다. 경작 규모에 따라 지급하는 기존 직불금 제도에선 이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지 않다. 해외 농산물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일할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농사를 지어서 생계를 꾸릴 수 없으니 농촌은 방치된다. 농민수당은 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방편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간 농민기본소득은 농촌에 어느 정도의 인구를 유지시켜 재해와 재난에 대비하고 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디어의 미래가 변방에 있다”
서울과 비서울의 격차만큼 대구와 경북의 격차는 컸다. 대구에서 오래 거주한 나조차 경북보다 서울을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끼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청도에 귀촌한 동료, 영천에서 창업한 선배, 의성 공무원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었다.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널려 있었다.
천용길 〈뉴스민〉 대표는 “미디어의 미래가 변방에 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앞으로 10년간 경북의 기초자치단체마다 독립언론 기자를 양성할 계획이다”라고도 말했다. 기자들 모두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지만 방향성만은 동의하고 있다. 성주 사드 배치, 청도 송전탑 설치, 선거 민심 번역기 등 〈뉴스민〉이 주목받은 보도의 배경은 모두 경북이었다.
기사를 마무리하고 얼마 뒤, 경북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카페라테를 홀짝이며 지나가듯 말했다. “농민수당 지급 업무를 맡았는데 농민수당을 소득으로 인정할지 말지를 두고 시끄러워. 소득으로 인정하면 기초생활수급자는 수급자에서 탈락할 수도 있거든. 우리는 인정하기로 했는데 옆 동네는 인정을 안 한대.” 나의 다음 취재는 눈이 반짝인 그 순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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