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관련 수업을 시작하는 달에는 추천 기사를 몇 건 골라 수강생에게 소개한다. 살펴본 후 짧은 소감을 써내라는 과제도 내준다. 기사 선정의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시의성과 무관하게 언제라도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좋은 기획기사 중 고르려 한다. 지난 학기의 경우, 이주민과 조화롭게 살아갈 방안을 모색한 ‘공존:그들과 우리가 되려면(〈동아일보〉)’, 파견노동자의 임금 착취 실태를 파헤친 ‘중간착취의 지옥도(〈한국일보〉)’, 폐지 수집 노인의 저임금 노동에 대해 보도한 ‘GPS와 리어카(KBS 대구총국)’ 등 10여 건을 소개했다. 수강생들이 써낸 소감을 흐뭇하게 읽어 내려가던 중 눈길을 멈추게 한 문장 하나. “이런 기사들은 어디 가면 볼 수 있는 걸까요?”
부연설명을 하자면 자신은 뉴스를 많이 소비하는 편인데 이렇게 중요하고 좋은 기사는 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수강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를 많이 보지만 좋은 기사는 잘 접하지 못하는 시민이 많아지는 현상.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몇 년 전부터 학계에서는 ‘뉴스가 나를 찾아낼 것이라는 인식(news finds me perception)’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 현상을 탐색해왔다. 꽤 직관적인 명칭이라 그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주요 국내외 현안과 관련해서 내가 알아야 할 뉴스가 있다면 저절로 그 뉴스에 노출될 것이며, 그래서 나는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뉴스 회피와는 다른데, 이들은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도리어 뉴스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받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뉴스가 나를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다만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행위에 큰 노력을 쏟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 인식의 확산은 뉴스 환경의 변화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이용자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포털 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뉴스에 노출된다. 그 결과 나는 뉴스를, 특히 중요한 뉴스를 충분히 소비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문제는 정말로 중요한 뉴스가, 그중에서도 좋은 뉴스가 이들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는지 여부다. 경험적으로 우리는 온라인에서 뉴스를 소비할 때 양질의 기사보다는 가십성 기사, 유사 언론의 소위 ‘복붙 기사’나 커뮤니티발 기사 등 저품질 정보에 많이 노출됨을 알고 있다. 실증적 연구 결과도 ‘뉴스가 나를 찾아줄 것이라는 인식이 높은 이들일수록 주요 현안에 대한 지식수준이 낮으며, 그 결과 정치 관심도나 참여도도 낮다’는 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즉, 중요한 뉴스가 알아서 나를 찾아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며, 이렇게 착각하는 시민이 증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결코 득이 되지 않을 터이다.
중요한 뉴스가 더 많이 유통되도록 고민해야
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사람은 “이런 기사들은 어디 가면 볼 수 있느냐”라고 묻는 시민들의 얼굴을 더 자주 떠올려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시민들이 중요하고 좋은 뉴스를 찾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만들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중요한 뉴스가 더 많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뉴스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최근 포털 다음이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심층보도, 팩트체크 섹션을 마련해 눈에 잘 띄도록 배치한 것은 그 고민의 한 예다. 중요한 뉴스가 더 많은 시민을 정말로 찾아낼 수 있게 할 방안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의 결과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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