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을 취재하는 기자들 모습. ⓒ연합뉴스

언론은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 사실의 대부분은 보이지 않고, 우리는 약간만 보이는 사실의 조각들을 수집해 그 전체적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해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에 대한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다. 정치인·논객·각 분야 전문가 등의 발언을 ‘이렇게 발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을 명분으로 그대로 전달한다.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 ‘받아쓰기’식 보도로 불리는 행태다. SNS 등에 올라온 글, 일방적 주장이 있었음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언론은 책임지지 않는다. 언론 신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그렇다면 이 ‘따옴표 저널리즘’의 실태는 어떠한지 확인해보았다. 일하는 곳에서 담당하는 업무 때문에 언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은 미디어 연구자로서 축복이다. 2016년 6월 빅카인즈(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내 기사 전수와 2021년 6월 기사 전수를 수집할 수 있었다. 2016년 6월 42개 언론사의 기사 10만5555개, 2021년 54개 언론사의 기사 28만7981개를 수집했다. 빅카인즈 제공 언론사 수는 12개 늘어났는데 한 달간 수집된 기사 수는 약 272% 증가했다. 분야별로 보면 정치 기사가 353%, 사회가 8%, 경제가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연예 등 나머지 분야 기사도 늘었지만 평균보다는 적고, 정치·경제·사회 분야 기사 수가 크게 늘어났다.

정치 기사 제목의 큰따옴표가 가장 많이 증가

수집한 기사들을 대상으로 기사 본문 내 인용된 인용문의 수를 추출해봤다. 인용문은 보통 누군가의 발언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형식이다. 2016년 6월에는 기사당 평균 2.179개였는데 2021년 6월에는 4.166개로 91.19% 증가했다. 분야별로 보면 정치 기사의 인용문 수가 2016년 2.289개였고, 2021년 6.172개로 170%가량 늘어났다.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된다. 제목의 큰따옴표 수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된다. 2016년에는 평균 0.366개였는데, 2021년에는 0.506개로 38.35% 늘어났다. 그런데 인용문의 수와 마찬가지로 정치 기사의 제목에 사용되는 큰따옴표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 정치 기사 제목의 큰따옴표 수는 2016년 0.382개에서 2021년에는 0.99개로 159% 늘어났다. 제목에 큰따옴표를 쓰는 경우는 대부분 누군가의 발언을 제목으로 인용하는 것이다. 보통 앞뒤로 큰따옴표를 붙여서 인용하기 때문에, 정치 기사 두 개 중 한 개는 누군가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한 가지 수치를 더 확인해봤다. 기사 본문 한 개의 문장당 사용된 평균 부사의 개수다. 부사를 많이 사용하면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기사에서 부사 사용은 가급적 지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16년에는 문장당 평균 부사 수가 0.463개였는데 2021년에는 0.705개로 52.4%가량 늘어났다. 정치 기사의 경우 2016년 평균 0.467개에서 2021년에는 0.845개로 약 81% 늘어났다. 이는 누군가의 감정적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은 ‘따옴표 저널리즘’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간략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본 것이다. 

기자명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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