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16일 푸르밀 대구공장을 나서는 야간조 화물 운송차. ⓒ김보현 제공

“전국 이슈를 지역 이슈로 확장해봐.” 회의 도중 푸르밀이 사업종료를 발표했다는 기사를 던지며 편집장이 말했다. 포털 뉴스스탠드에 걸려 있는 걸 보고 별 생각 없이 넘긴 그 뉴스였다.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푸르밀 공장은 대구와 전주에 있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모순처럼 느껴진 편집장의 말을 취재 과정에서 깨달았다. 며칠 동안 푸르밀 직원들의 퇴직금과 위로금, 희망퇴직에 대한 뉴스가 쏟아졌다. 간혹 낙농가와 대리점주들이 상경해 집회를 열었다는 기사도 보였다. 하지만 지역 공장의 하청업체 직원들, 화물운송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기사는 없었다.

지입 계약을 맺고 푸르밀 제품만 운반하는 화물운송 기사가 대구공장에만 47명이 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5년이다. 나이가 어려서 노동조합 간부를 맡았다는 화물 기사부터 30년 넘도록 푸르밀 제품만 운송한 기사까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푸르밀의 전신인 롯데우유 시절 제품을 운반한 사연부터 대리점주들과의 관계, 노동조합 설립 이후 생긴 변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회사는 이들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회사는 11월10일 사업종료를 철회한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5~7개월 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화물운송 기사들에겐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있다. 줄어든 물동량만큼 감소한 수입, 인원 감축에 대한 압박은 오롯이 개인들이 지고 있다. 홍승우 민주노총 화물연대 푸르밀지회장은 11월24일 〈뉴스민〉에 “영업 정상화 이후에도 뚜렷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는 퇴직 기사에 대한 보상도, 인원 감축에 대한 결정도 그저 없다고만 한다”라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매각 재추진부터 사업종료 철회, 그리고 영업 정상화를 공포한 최근까지 나는 이들에 대해 기사를 쓰고 있다.

‘전국 이슈를 지역 이슈로 확장한다’는 말의 뜻

지역 독립언론에 있다 보니 전국 일간지가 다루는 주요 뉴스를 ‘서울에 있는 언론이 쓰겠지’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푸르밀 대구공장 취재를 하며 그동안 놓친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지 반성했다. ‘지역 언론이 현장 가까이에서 무엇을 쓸지 고민해야, 전국 이슈를 지역 이슈로 확장시킬 수 있구나’ 기사를 쓰면서 배웠다. 전국 일간지와 방송사가 쓰고 떠난 자리를 지역 독립언론은 긴 호흡으로, 끝까지 보도할 수도 있다는 것도 이젠 알겠다.

통상 범위를 넓힐 때 ‘확장한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 뉴스보다 서울 뉴스를 더 많이 접할 수밖에 없는 한국 언론 환경 속에서 ‘전국 이슈를 지역 이슈로 확장한다’는 말은 모순이 아니다. 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이들에겐 ‘우리 지역 뉴스’가 더 가까이 있어야 한다. 서울 소식과 사건 중심으로 보도되는 ‘전국 이슈’가 우리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역 이슈’로 보도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서울 사람들도 푸르밀 대구공장에서 만든 흰 우유와 전주공장에서 만든 가나 초코우유를 마신다. 지역 이슈와 전국 이슈, 이 둘은 무관하지 않다.

기자명 김보현 (<뉴스민>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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