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재구성
조선희 지음, 한빛비즈 펴냄

“왜 우리는 그 많은 것을 얻고도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나.”

코로나19 발발 초기, 잠시 독일에 머물던 저자는 한 토론 패널의 말에 놀랐다. “동선 체크 앱, 질 좋은 마스크, 대량 검진 세 가지를 할 수 있으면 독일이 유럽의 한국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늘 선망하던 선진국이 ‘유럽의 한국’을 꿈꾸다니…. 하지만 돌아온 한국은 여전히 증오와 불안이 넘쳐나는 ‘갈등 사회’였다.
“이 책은 갈등에 관한 책”이라고 못 박고 시작하는 저자는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올라서려면 결국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을 정확히 알고, 갈등 해결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상식의 중간지대’가 필요하다는 것. 500쪽 넘는 책이지만 다루는 게 다채로워서 속도감 있게 읽힌다. 기자 출신답게 명료한 언어로 정치와 미디어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
배윤슬 지음, 궁리 펴냄

“벽지는 아주 예민하다.”

첫 장부터 느껴진다. 도배사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젊은 도배사, 특히 젊은 여성 도배사는 더더욱 쉽지 않다. 육체가 고되어서도 그렇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라도 그렇다. “최근에는 부모님이 지인에게서 ‘따님이 그런 일 하는 사람하고 눈 맞아서 결혼까지 하면 어떻게 하시게요?’라는 말도 들었다”라고 했다. “내가 이미 ‘그런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은 일 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것을 왜 누군가가 우려하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내가 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렵고 조심스럽게 언급되는지 의문이 든다.” 글쓴이는 담담하다. 현장에서 도배사로서 배운 기술과 통찰, 노하우를 솔직하게 적었다. 단지, 도배사로서 성장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괄호가 많은 편지
슬릭·이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근 1년간 한 일 중에서 편지 쓰기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30대 여성 아티스트, 페미니스트, 고양이 동거인.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작가가 서로에게 편지 열한 통을 보냈다. 편지글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속마음을 눌러 담은 ‘괄호’가 많았다. 고양이가 노트북을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생성된 숫자를 설명하기도 하고, 코로나 재난을 이야기하다 (저는 인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부연한다. 괄호 안의 말들은 2020년을 살아가는 두 작가의 삶을 더 깊숙이 이해하게 한다. 작가들의 왕복 서간을 엮는 서간 에세이 시리즈 ‘총총’ 중 한 권. 페미니즘, 비거니즘, 기후위기, 트랜스젠더의 죽음 등 동시대 여성으로 살아가며 경험한 것에 대해 말하고 공감하고 부연하고 대화를 이어간다. 이랑이 슬릭에게 남긴 편지글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다. “살아서, 편지를 쓰고, 만나서 전해주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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