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박종무 지음, 리수 펴냄

“축산 동물은 분명 음식 이전에 생명이다.”

왜 동물을 존중해야 할까. 어째서 그들도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까. 딸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수의사 저자는 설명한다. 공장식 축산은 토지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살처분 정책은 효율이 떨어지며, 실험동물은 효능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책은 인간이 동물에게 당연하게 가해온 과도한 폭력을 열거한다. 인간 중심 철학과 과학의 맹점도 되짚는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글보다 사진이다. 녹슨 철창에 갇혀 ‘알 낳는 기계’가 된 닭 수백 마리, 분만틀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끼를 낳는 돼지, 농경지를 확장하기 위해 불태운 아마존 밀림이 실렸다.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종차별주의자와 대화하는 법
애덤 러더포드 지음, 황근하 옮김, 삼인 펴냄

“인종적 순수성이란 순전히 환상이다.”

당연하게도, 인종차별주의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일러주는 책은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공유하는 명제를 논파해 그들이 전개하는 모든 논리를 깨부수는 게 목표다. 책은 ‘사람은 인종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닌 유전자의 차이가 실은 아주 미세하다고 적는다. 전 인류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은 몹시 자명하다. ‘공통 조상’을 찾기 위해 유인원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 시기에 따른 인종의 분포를 되짚어보면 “모든 나치 당원에게는 유대인 조상이 있고 모든 백인우월주의자에게는 중동인 조상이 있다”. 심지어 단거리 달리기처럼 인종이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듯이 보이는 분야에서도 후천적·문화적 요소가 작용한다고 저자는 적는다.

 

 

 

 

 

 

 

스페이드-대실 해밋 단편집
대실 해밋 지음, 김다은·황은영 옮김, 린틴틴 펴냄

“스페이드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었다. ‘비용을 더 낸다 해도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하드 보일드(hard boiled)’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굳이 번역한다면 ‘완숙 달걀’ 정도의 의미가 되겠지만, 요즘 세상에 누가 하드 보일드 따위를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단언컨대 이 용어만큼 20세기 중반 이후에 태어난 남성들의 스타일(지금은 극복해야 할!)에 큰 영향을 미친 ‘장르’는 없다. 이 책은 그 장르의 ‘확립자’인 미국 작가 새뮤얼 대실 해밋의 ‘페르소나’인 탐정 ‘새뮤얼 스페이드’가 등장하는 작품을 모은 단편집이다. 강하고 활동적이며 직감적인, 정의감 따윈 가지지 않은 탐정 녀석을 당신이 좋아할지 혐오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난 100여 년 동안 스페이드가 가졌던 광분할 정도의 영향력을 대중문화 연구 차원에서 한 번쯤 맛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까라마조프 형제들 1, 2, 3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옮김, 창비 펴냄

“영혼의 불멸이 없으면 선행도 없다. 그러니 모든 것이 허용된다.”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최후 걸작으로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러시아 소도시의 지주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살해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1880년 출간 이래 문학과 철학, 심리학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계 독자를 사로잡아왔다. 당대 러시아와 유럽의 현실이 빚어낸 다양한 세계관을 극단까지 탐구했으며, 추리적 기법을 활용해 범인 탐색과 심판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창비판’의 번역자가 ‘홍대화’라는 사실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가운데 ‘한국 최고의 번역’으로 자타 공인되는 ‘열린책들’의 〈죄와 벌〉 번역자인 홍씨가 1세기에 걸친 한국과 러시아의 지리·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구경할 만하다.

 

 

 

 

 

 

 

역사의 법정에 선 법
김희수 지음, 김영사 펴냄

“법은 곧 정의라고 믿는다면 법치주의는 이데올로기화한 허구적 관념이 될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과 을사조약, 3·1 운동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법으로 재조명한 책이다. 법조인 출신 저자는 일제와 군사독재의 법이 어떻게 자유를 옥죄었는지 밝히고, 아직도 그 피해가 온전히 복권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독립운동가가 법적으로 유죄인지에 대해서도 재심을 열어야 한다고 적었다. 을사조약과 식민 지배의 위법성 등을 논해 법의 논리로 그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항권에 대한 논의가 특히 눈에 띈다. 헌법학자들은 저항권을 몹시 까다로운 조건하에서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데,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인정받지 못했던 저항권이야말로 위기에 빠진 헌법을 지켜온 주역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홍석환 지음, 산지니 펴냄

“내가 낸 세금에 의해 우리의 환경복지를 빼앗기는 이야기.”

만약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직접 조사하고, 판사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 한국에는 이런 일이 존재한다. 환경영향평가가 그렇다. 평가서 작성 주체가 해당 사업자다. 매년 수많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이처럼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결과로 작성된다.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인 저자는 특정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환경문제라고 정의한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지만, 브라질은 아마존을 보호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그래서 환경문제는 어렵고, 임시방편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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