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20년 전인 2001년,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70대 노부부를 태운 휠체어 리프트가 추락했다. 여성은 사망했고 남성은 크게 다쳤다. 설을 맞아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전국의 장애인들이 오이도역에 모여 외쳤다.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저상버스 도입하라!’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버스와 지하철을 막아서는 방식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때부터다. “‘나쁜 장애인’의 탄생을 알린 사건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변재원 정책국장(28)이 말했다.

2017년에는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던 장애인 한경덕씨가 추락해 숨졌다. 2021년 서울 1~8호선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 비율은 9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22곳은 공사 중이거나 설계·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4월 기준). 지난해 전국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는 10대 중 3대가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서울이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장애인 이동권(이동할 권리) 보장하라.’ 2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구호다.

장애인 이동권 싸움을 담은 사진전 〈버스를 타자〉가 6월24일부터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gallery.v.daum.net/p/premium/mobilityright).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카카오임팩트가 지원하는 사회 혁신가) 중 한 명으로 활동하는 변재원 국장을 통해 기획된 전시다. 변재원 국장은 “소수자 정책은 공통점이 있다. 안건이 뒤로 밀려서 의사결정이 안 이루어진다. ‘아 그거 좋은데, 나중에 합시다.’ 이를 ‘무(無)의사결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결정권자에게 문제를 인지시키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을 바라고 있다. 버스를 폐차할 때 새 버스는 저상버스로 하도록 하고, 장애인 콜택시 예산이 지역별로 고르게 배분되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하라는 내용이다. 사진전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

변재원 국장은 구글코리아에서 일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공공시설 접근성’을 주제로 논문을 써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을 쓸 때 인터뷰한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권유로 지난해 3월 전장연에 합류했다. 그는 “이동권 투쟁은 시민들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정치인과 관료를 움직여서 내년도 예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당신은 하루를 못 탔지만 우린 20년을 기다렸다’고 아무리 말해도 가닿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지가 숙제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휠체어 워리어(휠체어 전사)’들도 ‘위 윌 라이드(We will ride:우린 탈 것이다)’라고 끊임없이 외치며 버스를 막아섰고, 그 결과 저상버스가 의무화된 사회를 만들어냈다. 사진전을 한다고 내년도 예산에 당장 반영되긴 어렵겠지만, ‘20년 동안 이렇게나 삽질을 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정책 결정권자가 본다면 언젠가 장애인 이동권이 우선순위 안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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