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농아인협회’ 주관으로 코다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 코다들이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하는 첫 공식 행사였고 ‘코다 코리아’의 시작이었다.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청각장애인) 부모 아래 태어난 청인(청각장애가 없는 비장애인) 자녀를 의미한다. 의미는 간단하지만 지칭하는 대상은 단순하지 않다. 부모에게 수어를 배운 코다가 있고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 아래 나고 자란 코다도 있다. 수어 대신 홈사인을 쓰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코다까지, 다양하다.

‘코다 코리아’가 만들어진 뒤 구성원들은 숱한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야 했다. 불가피했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 재차 상처를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썼다.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이제 사적인 경험, 그다음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길보라 감독은 수어로 옹알이를 하며 부모의 언어를 습득했다. “엄마는 스스로를 농문화에 속한 농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세상 사람들은 장애라고 불렀고 때로는 병신 귀머거리라고 부르며 비웃었다.” 이현화 수어통역사 역시 태어나자마자 숨을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청인과 부모 사이를 통역해야 했다. 모든 것이 음성언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부모의 보호자였다. 농사회 안이라고 편견과 차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코다들이 하는 특정 행동을 두고 ‘코다 짓’이라고 지칭하거나 코다는 지각을 자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 코다들이 만든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일부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코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코다는 농부모를 둔 청인의 고유한 유산과 다문화적 정체성을 축복합니다.” 청인들의 세계가 얼마나 얄팍한지, ‘태생적으로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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