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와 영화감독 하는 일은 비슷하다 임지영 기자 사춘기 시절 박찬욱 감독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반했다. 이 책은 1963년 영국의 첩보 소설가 존 르 카레가 쓴 소설로 냉전시대 이중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는 스파이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가운데, 거기 어딘가에서 톱니바퀴로 종사하던 한 개인이 비극적으로 파멸한다는 이야기에 깊숙이 빠졌다.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와서 보니 스파이 소설을 좋아하는 성향과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반백 년 이어진 시선집, 600개의 세계가 온다 임지영 기자 1975년, 신경림의 〈농무〉가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여름호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판매 금지된 해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문학과지성사가 출범했다. 계간지 〈문학과지성〉 동인인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언론 탄압으로 해직된 이후였다. 3년 뒤인 1978년 문학과지성사는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첫 번째 시집으로 냈다. 그렇게 창비시선, 문학과지성(문지) 시인선이 시작되었다. 약 50년이 지났고 최근 각각 500호, 600호를 발간했다.좀 더 늦게 시작했지만 문지 시인선이 600 “나는 이제 기생수를 완전히 잊기로 했다” 임지영 기자 연상호 감독은 1년에 각본 두 편을 쓰기로 정해놓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스스로에게 외주를 준다고 보면 된다. 외주를 주면 하기 싫어도 어떻게든 하게 된다.” 그렇게 쓴 각본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이 중 일부는 직접 연출한다. 모두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안 되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다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연상호 감독에게 쏟아지는 질문 중 빠지지 않는 건 이런 종류다. ‘다작의 동력은 무엇인가.’ ‘(이제) 그렇게까지 쓰지 않아도 되지 않나.’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괴물은 누구일까?’에서 시작해 ‘괴물이 나였구나’로 끝난다 임지영 기자 아직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대형 스크린에 등장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 뒤 11월 개봉한 그의 신작 〈괴물〉 시사회 자리였다. 유선 이어폰을 낀 고레에다 감독이 도쿄에서 화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괴물은 누구게?” 극 중 두 아이가 함께 외우던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자 관객을 향한 물음이기도 하다.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괴물〉의 상영이 시작된 지 10여 분, 마치 2023년 한국을 예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쪽 운동화를 잃어 행정전산망에 구멍이 뚫렸다 [기자들의 시선] 임지영 기자 이 주의 여론조사미국의 주요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린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NBC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가상 대결에서 44% 지지를 얻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6%를 얻어 동일 조사에서 최초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 CNN 방송 역시 CBS 뉴스와 CNN, 폭스뉴스 등 주요 5곳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4%포인트 낮다고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의 이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500년 살아남은 옛 집이 ‘집의 미래’다” 임지영 기자 임형남 소장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풍성한 회색 곱슬머리와 하얀색 뿔테,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까지. 요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길을 지나다가도 버스 안의 승객이 창문을 열어 알은체를 할 정도다. 그의 옆에는 항상 노은주 소장이 있다. 임 소장과 달리 단정한 머리지만 주황색 뿔테 안경이 묘하게 두 사람의 분위기를 연결한다. 건축가 부부인 두 사람은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가온건축을 함께 이끌고 있다.가온은 순우리말로 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두 사람은 ‘건축은 땅이 꾸는 꿈 영화광들의 시대와 청년 봉준호, ‘노란문’을 아시나요? 임지영 기자 1993년 봄, 〈노란문〉 제1호가 세상에 나왔다. 28쪽짜리 ‘영화 연구 자료집’으로, 표지 한가운데 놓인 노란색 문 이미지가 시선을 끈다. 최종태 소장의 발간사가 비장하면서도 어딘가 느슨하다. ‘한국 영화의 새물결을 일으킬 새로운 영화세대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내부의 적’으로 자만과 조급함을 꼽은 데 이어, ‘한 화학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어느 과학자의 끊임없는 실험의 반복처럼,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가기보다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무르익어 넘칠 수 있기를 노력하며 인내할 생각’이라고 밝힌다.1990년대 초 만들어진 노란문 영화연구소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문집을 만들며 [프리스타일] 임지영 기자 추석 연휴, 미국에서 고등학교 은사님이 메일을 한 통 보내왔다. 한국에 있는 어느 뮤지션의 연락처를 알아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알아보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무엇 때문일까. 그에게 자신이 만들고 있는 문집에 실을 글을 청탁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진 긴 글에 그 이유가 담겨 있었다. 은사님의 친구는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에서 딸을 잃었다.‘그날’ 이후 매주 토요일 오전,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주말 일정을 물어보는 것이 선생님에게도 주요한 주말 일정이 되었다. ‘친구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친구 딸의 생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요? 인종차별적 질문입니다 임지영 기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역 2번 출구, 안산유통상가에 들어서면 간판, 고무, 금속, 기계장비, 도장 등 각종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의 간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1989년 지어진 건물 25채에 점포 2000여 개가 들어서 있다. 그중 한 상가 3층에 ‘방송국’이 있다. 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이다. 대부금융과 전기공사 업체를 가로질러, 그 문을 두드렸다. 정혜실 단원FM 본부장이 나왔다. 라디오 부스에서는 녹화가 한창이었다. 안산 시내를 샅샅이 뒤지다 월세가 저렴한 이곳을 발견해 지난해 입주했다. 창고는 방송국이 되었다.정혜실 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본 한국 저출생 문제 [기자들의 시선] 임지영 기자 이 주의 수상자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10월9일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 대학 교수를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출신 경제학자로,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 교수이기도 한 그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연구해왔다. 노벨위원회는 “골딘은 수세기 동안 여성의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여성 단독으로 경제학상을 수상한 첫 사례이기도 한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생에 대해 오늘 하루 당신의 스마트폰 사용량은? 임지영 기자 오랜만의 제주 여행이었다.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고용석씨는 ‘무기’를 정비했다. 스마트폰에 각종 ‘카메라 필터’ 앱을 설치하고 커다란 보조배터리를 준비해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티켓부터 촬영하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행 사진을 다시 본 적이 있나?’ 수천 장을 찍어도 SNS에 올릴 몇 장을 제외하고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순간 결심했다. 여행 중에는 하루에 세 장만 촬영하기로.그로서는 큰 결심이었다. 명함도 받은 즉시 촬영해 보관할 정도로 ‘찍는 인간’이었다. 평소처럼 여행하다가는 풍경을 제대로 보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인물이 놀란 감독과 만나면? 임지영 기자 심채경 천문학자가 ‘놀란(be surprised)’과 ‘논란(controversy)’의 뜻에 대해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한국어로 자신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 귀를 기울였다. “세상에 내놓는 작품마다 대중을 놀라게 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논의하게 만드는 점에서 놀란 감독을 정확히 묘사한다.” 한국 관객들의 오랜 ‘언어유희’가 마침내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녹화한 tvN 〈알쓸별잡〉의 한 장면이다. 그의 신작 〈오펜하이머〉도 이런 견해와 일치하는 작품이다. 여러 방면에서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영화이고 등단 30년 차 김연수, “이제 겪은 세상을 그대로 타이핑한다” 임지영 기자 지난 연말 김연수 작가에게 원고를 청탁했다. 짧은 에세이를 써달라고 했더니 더 이상 산문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어째 칼같이 자르는 말투는 아니었다. 소설은 쓴다기에 다시 청탁을 했다. 얼마 뒤 200자 원고지 6장짜리 소설 ‘두 번째 밤’이 도착했다. 산문집을 여러 권 내기도 했는데 왜 더 이상 쓰지 않는다는 걸까. 얼마 전 출간된 〈너무나 많은 여름이〉에 힌트가 있었다. ‘두 번째 밤'도 분량을 늘려 수록했다.2년 전 가을, 김연수 작가는 제주도에 있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이던 시절,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서점에서 낭독회가 열렸 ‘편집자의 일’에 관심 있나요? [사람IN] 임지영 기자 올차다.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기운차다’는 의미다. ‘올차캠프’의 이옥란 대표(55)와도 어울리는 말이다. 출판계에 입문하는 편집자를 위해 교육을 해온 지 15년 차, 그가 지난해 새 회사를 차렸다. ‘함께 배우는 출판 커뮤니티’ 올차캠프다. 예비 편집자, 신입 편집자 등을 상대로 출판사 입사 준비를 돕는다. 현직 편집자들이 직접 ‘편집자의 일’에 대해 조언한다.이 대표가 출판계에 몸담은 지는 30년, 편집자로 시작했다. 1993년 신문에 난 공고를 보고 찾아간 출판사에서 원고 만지는 일의 매력을 바로 알아차렸다. 출판사 여 지난해에 이은 SPC 노동자의 죽음 [기자들의 시선] 임지영 기자 이 주의 기자회견8월8일 군인권센터가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1사단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의 발생 과정과 경위에 대한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수색 전후 중대의 단체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채 상병의 소속 부대는 7월18일 사단장 지시로 수중 수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전까지 일렬로 서서 풀숲을 뒤지는 방식으로 수색하다 사단장 지시로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간부 한 명이 ‘안전 재난수칙에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 할리우드가 멈췄다, 한국 창작자도 움직인다 임지영 기자 릭 클리블랜드는 2010년 넷플릭스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 중 하나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작가 겸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참여하는 1억 달러 예산의 ‘대형 작품’이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넷플릭스가 제안한 가격을 본 순간, 그는 12년 전 첫 직장에서 받은 연봉보다 적은 금액이라는 걸 깨달았다. ‘웹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는 스트리밍 작품에 대한 고료 개념이 없었다. 〈웨스트윙〉으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최근 〈LA 타임스〉 기고문에서 ‘작가들의 파업을 이해하고 싶은가 출판계의 강박적인 작업자 네 명이 모이면? 임지영 기자 서울 일대 '극한 호우'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날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도 앱이 안내하는 대로 걸음을 옮겼더니 정류장 뒤가 바로 주택가였다. 낮은 지붕의 집들이 이어졌다. 폭이 좁아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우산을 기울여 통과하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못했는데 갑자기 시야가 트였다. 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한산과 정릉에 둘러싸인 2층짜리 단독주택 담벼락에 문패 크기의 작은 간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헤엄 출판사’와 ‘작업실 두 눈’이다. 현관문을 두드리자 이훤 작가가 나왔다. 책에서 본 단어가 2000원 비싸짐, 순살 치킨의 슬픔 [기자의 추천 책] 임지영 기자 ‘2000원 비싸짐.’ 이런 표현이 있다고 한다. ‘뼈 아픈 소리에 마음이 아프다’는 의미다. 2000원과 아픈 마음은 무슨 관계일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맥락이 있었다. 생략된 말은 치킨이다. ‘팩트폭행 당함-뼈 맞음-뼈가 없어짐-순살 됨-뼈보다 순살이 2000원 비쌈.’ 누군가 MZ 세대가 쓰는 신조어라며 친절하게 풀이해둔 게시물을 발견했다.치킨과 순살 치킨의 차이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이런 표현을 두고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언어가 ‘밈(meme)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는 온라인에서 쓰이는 무수 영화관의 계절, 극장으로 돌아올까 임지영 기자 〈범죄도시 3〉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날, 주연배우 마동석이 SNS에 글을 올렸다. “8년 전 작은 방에 앉아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영화의 기획을 시작했다.”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서울 가리봉동 일대의 왕건이파, 흑사파 사건 등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범죄도시〉를 구상했다. 그해 1000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에 카메오로 출연해 ‘아트박스 사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흥행이 〈범죄도시〉 1·2편에 이은 ‘세 번째 기적’이라고 말한 그가 벌써 시리즈의 8번째 작품까지 계획했다는 사실이 “영화감독은 유니콘이 아니다” 임지영 기자 2016년 〈나를 잊지 말아요〉로 데뷔한 이윤정 감독은 최근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부대표로서 저작권법 개정을 촉구하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감독, 작가 등 창작자들(저작자)이 영상물의 최종 공급자로부터 보상받을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의 ‘지구적’ 흥행에도 넷플릭스와 별도 수익을 공유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2021년 ‘영화감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영화감독의 평균 연봉은 1800만원이다. 이윤정 감독에게 ‘한국 영화의 위기’를 물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