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필수 응답 질문이 나왔다. ‘부의 재분배는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원리에 맡겨두어야 한다’ ‘전 국민의 복지 확대를 위해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 ‘여전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등 문항 10개에 답했다. 가입을 완료하자 ‘투자 머니’ 1000만원이 지급되었다.

투자 종목은 정치인, 액면가는 5000원이다. ‘미래권력’ 코너를 클릭했더니, 대선주자 종목이 떴다. 8월3일 오후 2시 현재가로 각각 10주씩 샀다. 당시 1주당 가격으로 유승민(5만8100원), 이재명(4만1100원), 최재형(2만원), 이낙연(6620원), 추미애(6000원), 정세균(5250원), 윤석열(4095원), 홍준표(3500원) 종목 순이었다.

‘2022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폴리그라운드(poli-ground.com) 서비스가 오픈했다. IT 기업에 다니다가 주식거래 기반 정치인 평가 플랫폼을 창업한 서정호 대표(52)는 “주식거래는 수단이고 정치 토론장이자 정치참여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폴리그라운드에는 주식거래 외 다양한 정치참여 공간이 있다. ‘맞짱집회’는 정치 이슈에 대한 주주들의 여론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드루킹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까요’ 같은 질문에 주주들이 직접 찬반 투표를 한다.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젊은 정치인을 상장하는 ‘신규 상장’ 서비스도 있다. 주주들이 연대해 정치인을 심판하는 ‘하한가 운동’도 흥미롭다. 누구나 제안할 수 있고, 전체 참여자의 70%가 동의하면 성공한다. 하한가 운동이 성공하면 거래 주가와 상관없이 종가는 하한가로 마감된다. 전체 참여자의 70%가 하한가 운동에 반대하면 오히려 상한가로 마감된다. 지금까지 유승민 종목에 대한 하한가 운동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주주들은 투자 머니로 투자수익을 거두면 ‘폴리몰’ 코너에서 경매 방식으로 애플워치 등 상품을 살 수도 있다. 정치인 굿즈도 폴리몰에 론칭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서비스를 준비할 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정치와 주식에 관심이 있는 4050 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정작 오픈해보니 최근 주식시장 관심도를 반영하듯 30대, 20대 순으로 가입해 거래를 이끌고 있다”라고 말했다.

폴리그라운드는 회원 가입 때 받은 10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 주주들의 정치 성향을 파악한다. 주주들의 연령, 성별, 지역도 분석해 정치인 종목에 대한 다양한 차트를 보여준다. 8월4일 현재 대선주자 종목으로 보면 유승민 종목은 상대적으로 40대 중도·보수 성향 주주들이, 이낙연 종목은 20대 중도 성향 주주들이 주로 매수에 나섰다. 이재명 종목에는 40대 진보 성향 주주들의 결집이 강했다. 서정호 대표는 대선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주주들이 직접 짜보는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8월4일 종가 기준으로 기자의 투자수익률은 -1.26%였다. 유승민 종목이 크게 하락한 반면 추미애 종목이 대폭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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