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고사가 끝났다. 종례를 하러 교실에 들어가니 기대 이상으로 시험을 잘 본 것 같아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워 풀이 죽은 학생도 있었다. 매달 치르는 모의고사이지만 그때마다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해 낙담하는 학생을 보면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처지에서도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대평가 체제에서 누구는 1등급을 받고 누구는 9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3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 등교해서 밤늦게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한다. 코로나19 시대에도 고3의 시간은 예전과 바뀐 것 없이 바쁘게 흘러간다.
나는 올해 3년 차 교사다. 사회적으로 세대를 구분할 때 학생들과 똑같이 이른바 ‘MZ 세대’로 묶인다. MZ 세대는 경쟁에 익숙하다. 고등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입시 경쟁’을 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높은 학점을 받으려고 ‘학점 경쟁’을 한다. 졸업 뒤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펙 경쟁’ ‘취업 경쟁’으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경쟁에 익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일부는 치열한 경쟁으로 많이 지쳐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경쟁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 계속된 경쟁과 실패 경험으로 무기력함에 빠진 학생도 많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경쟁을 넘어 협력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을까?’ ‘경쟁에서 우위에 선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치열한 학교 내신시험이 끝날 때마다 고민했던 질문이다.
그래서 중간고사가 끝난 후 학생들과 함께 ‘연대하는 교복 입은 시민 with Myanmar’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때마침 〈시사IN〉에서 진행하는 ‘Watching Myanmar’ 프로젝트 소식을 접했다. 학생들과 함께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연대의 메시지를 적는 시간을 마련했다. 입시 일정에 바쁜 고3이라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100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했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도 학생들은 응원 메시지 쓰기를 통해 불의에 맞서는 미얀마 시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대하고 협력하는 교육에 대한 열망
미얀마와 5·18민주화운동을 연계한 특강을 듣고 학생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연대의 마음을 표현했다.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그림을 통해, 소설가를 꿈꾸는 학생은 미얀마에 사는 또래 학생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연대하는 마음을 나눴다. 교사가 꿈인 한 학생은 특강이 끝난 후 반 학생들에게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역사 교사로서 제주 4·3사건이나 5·18민주화운동 같은 국가폭력 사건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이 사건이 먼 옛날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건 속 희생자들의 아픔을 들으며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사람이어야 사회에 나가서도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보듬고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불만을 모으고 변화에 대한 열망을 키우면 희망은 다시 온다.” 미얀마 특강 마지막에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래도 연대하고 협력하는 교육에 대한 열망을 키우면 언젠가 변화는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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