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7일 독일 베를린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열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세계회의 기조 강연자는 세 사람이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헌법위원회 위원장, 알렉산더 게르스트 우주비행사, 그리고 판디타 롸자 와라하나(16). 롸자는 전 세계 교육 관계자 2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상회의 카메라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지구는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차례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교육이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롸자는 인도네시아 남자카르타에 살고 있는 16세 고등학생이다. 유치원 때부터 배워온 피아노 연주를 즐기고 최근에는 영상과 사진 편집에 관심이 많다. 그룹 활동을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사회봉사부, 학교 행사위원회, 학생회 등에서도 활약해왔다.
롸자는 요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지구를,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그는 매일 플라스틱 쓰레기 350만t이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원래 안전지대였던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홍수 지대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오래 머물면서 대기오염이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했다.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이 바이러스이지 않을까.’
롸자는 이제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같은 학교 친구들은 물론이고 포르투갈·핀란드·바레인·나이지리아·멕시코 등 전 세계 또래 친구들과 함께 ‘트래시 해크(#Trash Hack) 프로젝트’로 행동에 나섰다. ‘우리 지구를 위해 변화합시다’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3R 즉 줄이기(reduce)·다시 쓰기(reuse)·재활용하기(recycling)를 실천한다. 이를 촉구하는 수천 가지 행동을 모은 영상을 유튜브와 웨비나 등을 통해 사람들과 나눈다.
롸자는 말했다. “물이 부족할 때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 대신 자신의 물병을 사용하는 식의 작은 일부터 이미 우리가 할 수 있는 훌륭한 단계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꿈은 실현될 수 있어요.”
행동을 바꾸는 건 결국 교육이다. 롸자는 “이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지구에 ‘대해’ 배울 뿐 아니라 지구를 ‘위해’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행동을 가장 잘 배울 수 있고 또 가장 잘 전파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과 같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라고 생각한다.
롸자는 한국의 또래 친구들에게 말했다. “지구의 젊은 세대로서 우리는 아름다운 지구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있어요. 우리만이 우리가 어떤 미래를 살지 결정할 수 있어요. 모든 노력을 계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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