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가 잡혀간 것 같아요.” 5월31일 밤, 취재원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고 그와 소통하던 텔레그램을 열었다. ‘어제 3시까지 접속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앤트는 〈시사IN〉 미얀마 언론인 지면에 글과 사진을 기고했던 작가다(〈시사IN〉 제712호 “내가 체포되거나 죽기 전까지 계속 찍을 것이다” 참조). 얼굴을 아는 이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죄책감과 미안함, 분노가 동시에 차올랐다.

6월1일 오후 8시쯤 앤트에게 연락을 받았다. 사진 속에 낯선 얼굴이 있었다. 앤트였다. 눈은 충혈되고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어깨와 등 부위에 든 멍은 시퍼런 천을 덮어놓은 것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군인에게 체포되었단다. “군인 5명에게 3시간 동안 맞았다. 그래도 이렇게 나왔으니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운이 좋다’는 말에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Twitter군부의 언론통제로 미얀마 언론사 대부분이 운영을 중단했다. 2월26일 양곤에서 기자를 쫓고 있는 경찰.
ⓒAFP PHOTO2월27일 양곤에서 시위대를 취재하던 케이 존 응웨 기자가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AP Photo5월9일 타이 정부는 치앙마이에서 미얀마 현지 매체 소속 언론인 3명을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했다.

두 달간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보도했다. 국제사회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작은 독립언론이 미얀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4월7일부터 5월18일까지 41일간 진행한 #WatchingMyanmar 캠페인은 “계속 지켜봐달라”는 미얀마 언론인들의 요청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시사IN〉과 연을 맺었던 기자들 중 일부는 타이로 피신했고 일부의 페이스북 계정은 사라졌다. 무기력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 41일간, 설명하기 어려운 위로를 얻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체포될 때까지 거리에 남아 취재하겠다”라고 말하는 동료 언론인들이 있다는 사실, 또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손편지와 후원금을 모아주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나를 포함한 〈시사IN〉 미얀마팀은 여러 번 감동했다. ‘연결’이 이토록 위안을 주다니.

아시아의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 미얀마를 보며 자주 드는 생각이다. 여러 전문가들도 미얀마 사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위기 속에서 타이완·홍콩·타이·미얀마 시민들은 연결되고 있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는 인접한 국가의 시민들이 함께 지킬수록 단단해진다. 아시아 민주주의는 팀을 넓혀가는 중이다.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희영씨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싸움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지 않으려면 시위하는 분들이 마음 건강을 꼭 챙겼으면 좋겠다.” 앤트에게 이 말을 전해야겠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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