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다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했다. 〈시사IN〉 제715호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유’ 기사를 기고한 언론인 세인트 씨도 7월1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가족도 모두 확진되었다. “양곤 도시 전체가 감염되고 있다. 군부가 의료자원을 통제해 어떤 치료도 받지 못했다.” 쿠데타 이후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백신접종 기회가 없었다. 7월18일 세인트 씨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전염병과 군부독재라는 이중고와 맞서 싸우고 있다. 그가 격리 중에 쓴 글을 싣는다.
미얀마 양곤에서만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화장터에는 태워야 할 시신이 쌓여 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3차 유행은 군부 쿠데타 이후 벌어진 첫 대유행으로, 가장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입원이 불가능하다. 의료용 산소통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집과 차 안, 길 위에서 죽음을 맞고 있다. 양곤의 구호단체들은 날마다 시신 20여 구가 병원 앞으로 이송된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탄약을 쓰지 않고 국민을 죽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산소통을 충전하는 산소공장 앞에는 며칠째 긴 줄이 끊이지 않는다. 의료체계가 마비되자 군부는 7월 초 산소공장을 통제하며 개인들에게 산소를 팔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산소 배급은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군이 운영하는 병원에만 산소를 공급하도록 했다. 급기야 산소공장 소유주와 관리자를 체포하는가 하면, 7월14일에는 산소공장 앞에 줄서 있는 시민을 향해 발포했다.
양곤에 사는 페페 씨도 얼마 전 산소공장 앞에 줄을 섰다. 이미 수백 명이 먼저 와 있었다. 최근 그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심각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병원은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고열과 기침, 천식이 있는 환자를 돌려보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까지 숨이 가빠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코로나19 탓인지는 알지 못했다. 페페 씨는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비어 있는 산소통을 70만 짯(약 49만원)에 샀다.
“어떤 병원에서도 아버지를 받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까지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것은 페페 씨만의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에 걸린 가족을 간호해야 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닥친 위기다.
자원봉사 의료진 체포하는 군부
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에 나선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안전하지 않다.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한 의료진은 전화 상담과 왕진을 다니며 코로나19 환자를 무료로 돕고 있다. 7월19일 양곤 북부 다곤 타운십에서는 군부가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 5명을 체포했다. 알고 보니 군부 협력을 거부해온 의사들을 체포하기 위해, 군경이 코로나19 환자로 위장해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만달레이 지역에서는 의사 두 명이 군부에 구타당한 뒤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군부는 이들이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원격의료 시스템 ‘텔레메디신’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통합정부가 만든 이 시스템은 화상통화로 증상을 상담한 뒤 약을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만약 가족 전체가 코로나19에 걸려서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 앞에 노란색 깃발을 걸어두면 된다. 물과 음식이 없을 경우에는 흰색 깃발을 건다. 자원봉사자들이 이 표시를 보고 직접 의약품과 음식을 배달한다.
군부는 전국적으로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5000여 명, 사망자 300여 명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양곤에서만 매일 1300구 이상의 시신이 화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코로나19 검사자 대비 확진자 비율은 30%를 넘는 수준이다. 미얀마의 백신접종률은 2.8%(153만명)에 그친다.
그런데도 군부는 여전히 의료자원을 시민들에게 제한한다. 산소탱크와 산소 계량기 등의 가격이 치솟는 중이다. 가정용 의료장비도 부족하다. 양곤의 탐웨 타운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돕는 한 자선단체 관계자는 “아침만 되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구급차와 운전기사, 약, 물, 산소,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충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관영 매체들은 병원이 충분한 산소와 의약품을 가지고 있으며 ‘장례식장에 시신이 넘쳐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선전한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7월11일 코로나19 조정회의에서 “군부를 음해하고 불안감을 조성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헛소문을 퍼트리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곤 길거리만 나가봐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응급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의료체계 마비가 군부를 위기에 처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오히려 군부에 기회가 되고 있다. 미얀마 정치평론가들은 군부가 코로나19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무기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코로나19 확산세로 몇 달간 지속되던 반쿠데타 시위가 잦아들었다. 둘째, 무장투쟁에 나섰던 시민방위군(PDF)의 전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 지원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군부가 합법적 정부로 인정받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시민에게 코로나19 의약품과 의료자원을 지원하려면 군부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7월18일 국민통합정부는 UN 사무총장과 국제기구에 인도적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미얀마의 코로나19 위기는 역내 그리고 전 세계적 보건 위기가 될 문턱에 있어, 더는 미얀마 국내 문제가 아니다. 절박한 시기에 미얀마를 외면하지 말아줄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한다.” 코로나19로 혼란을 겪는 와중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미얀마는 지금 감염병과 독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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