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19일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세계회의가 독일 베를린 의회센터에서 온라인으로 열렸다.ⓒBMBF/BILDKRAFTWERK/Kurc

프랑스 국민의 85%는 온실효과를 모른다. 70%는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믿고 있다. “프랑스가 국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라고, 프랑스 전 외교장관인 로랑 파비우스는 지난 5월17일 독일 베를린 의회센터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열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ESD) 세계회의에서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교육과정에 환경 관련된 내용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ESD 세계회의에서 발표된 유네스코 보고서 ‘우리의 지구를 위해 배워요(Learn for Our Planet)’에 따르면 세계 46개국의 교육 문서(교육과정 및 교육부 업무계획) 중 거의 절반이 환경 관련 주제를 아예 혹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가 2020년 193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 국가 중 67%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현재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교육과정에 포함된 국가는 절반 이하이고, 생물다양성이 포함된 국가는 20%가 채 되지 않았다.

한국의 성적표도 그리 좋지 않다. 2015년 교육과정과 2018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케냐·레바논·모로코·르완다와 함께 환경교육 요소가 부족하게 반영되어 있는 그룹에 속했다(우등생 국가 그룹은 코스타리카·일본·멕시코·포르투갈·스웨덴이다).

ESD는 유네스코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 분야 사업 중 하나다. 유네스코는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이행 수단으로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ESD 활동을 주도해왔다. 이후 유엔이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2005~2014)을 승인하며 본격화되었고, 2015년에 유엔 총회를 통과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4.7에 ESD가 포함되어, ESD는 국제교육 분야의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나타난 ESD의 정의는  ‘모든 사람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와 사회변혁을 위해 필요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이다. 개념이 지칭하는 범위가 넓고 환경교육, 생태교육, 세계시민교육 등과 혼동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반인뿐만 아니라 교육 전문가 사이에서도 ESD가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ESD 세계회의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독일 본에서 첫 번째 세계회의가 열렸고, 두 번째 회의는 2014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됐다. 나고야 회의에서는 2019년까지 다섯 가지 우선순위 분야(정책적 지원, 전 기관적 접근, 교육가, 청소년, 지역사회)의 활동을 강조하는 ‘ESD 국제실천 프로그램’이 채택됐다. 올해 열린 제3회 세계회의는, ESD 국제실천 프로그램의 종료 후, 유엔과 유네스코 총회의 결의를 거쳐 2020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 프로그램을 론칭하기 위해 2020년 5월에 베를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다만 모두가 짐작할 이유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1년 후 온라인 중심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은 ESD가 단지 환경교육이 아니라 17개 SDGs에 대한 교육임을 강조하고 2030년까지 국가별로 주도해 활동을 추진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에도 다섯 가지 우선순위 분야(정책개발, 학습환경 변혁, 교육자 역량 개발, 청년, 지역활동)가 선정되었다. 회의 기간 중 전 세계 교육부 장차관 80여 명은 한목소리로 새로운 로드맵에 지지를 표명했다.

5월17~19일 사흘간 학자·교사·활동가·정치인들이 다양한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우주비행사인 알렉산더 게르스트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에 남는다. 게르스트는 2014년에 첫 우주비행을 통해 “광대하고 적대적인 공간인 우주에서 지구가 너무나 작고 연약하며 그럼에도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임을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인이며, 우주선에 작은 결함이 생겨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지구 또한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본인이 ‘우주의 미소(cosmic smile)’라고 부른다는, 직접 찍은 사진에는 지구의 바다와 태양이 보인다. 우주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 이번 회의의 주제인 ‘지구를 위해 배우고 행동’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 지구라는 우주선에 탄 우주인이며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고 말한 우주비행사 게르스트.ⓒBMBF/BILDKRAFTWERK/Kurc

개인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한 교육

이번 세계회의에서 채택된 베를린 선언은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선언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8개 약속을 명시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ESD를 교육과정의 전 단계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키고, 청년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며, ESD 실행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베를린 선언 준비에 한국 전문가인 이선경 ESD한국위원회 위원장(청주교대 교수)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참가했기에 그를 통해 올해 초부터 선언의 준비 과정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 문장의 변경이었다. 선언문 초안의 “지체할 시간이 없다(There’s no time to lose)”가 최종본에는 “우리의 행성을 위해 배우고 행동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The time to learn and act for our planet is now)”로 바뀌었다. 의미상 큰 차이는 없지만 자칫 무력감을 느낄 수 있는 위기 속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작업단의 마음이 느껴졌다.

흔히 회의나 행사의 성공을 참가자 수를 빌려 표현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ESD 세계회의는 분명 성공한 행사일 것이다. 첫날에만 2800여 명이 공식 사이트를 통해 참가했고, 스트리밍을 통해서는 전 세계에서 9000명이 시청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 그리고 올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기 위해 개최되는 중요한 국제회의(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등)의 진정한 성공은 회의에서 논의되고 약속한 내용이 얼마나 잘 실천되는지에 달려 있다.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교육은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한 경쟁의 도구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교육이 개인의 생존과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주위의 환경,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위한 것일 수 있고, 그때 비로소 개인의 삶 또한 지속될 수 있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자명 홍보강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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