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7월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은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매주 조사해 발표한다. 국정수행 지지도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5개월 동안 약 45% 수준에서 대체로 안정되어 있었다(‘조국 대란’ 시기인 2019년 9월과 10월은 약 5%포인트 더 낮았으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후 원상회복됐다). 이 15개월 대안정기가 올해 3월에 끝났다. 3월 첫째 주에서 7월 셋째 주까지 20주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결과는 좀처럼 보기 드문 궤적을 보여줬다(아래 〈그림 1〉 참조). 3월 첫째 주 국정수행 지지 응답은 44%, 반대 응답은 48%였다. 이후로 급격한 상승세가 10주 동안 찾아온다. 4월 셋째 주에 총선을 치러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5월 첫째 주에는 71%로 정점을 찍는다.

하락세도 상승세만큼 급격했다. 급하강기가 10주째 이어지고 있다. 7월 셋째 주 국정수행 지지도는 46%다. 정점이던 5월 첫째 주와 비교하면 25%포인트가 빠졌다. 국민 넷 중 한 명꼴로 지지를 철회했다. 10주의 급상승기와 10주의 급하강기를 연달아 겪으며 롤러코스터를 탄 후에, 국정수행 지지도는 15개월 대안정기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제기되는 설명 중에 가장 간명한 것은 ‘코로나19 효과 소진’이다. 이것은 10주 급하강기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관점이다. 진정으로 설명이 필요한 현상은 그 전 단계, 10주 급상승기였다. 이 급상승을 이끈 힘이 코로나19 대응 성공과 국제사회의 찬사였으니, 파티가 끝나면 제자리로 되돌아갈 숫자다. 그리고 파티가 끝났다. 이 관점은 〈그림 1〉의 좌우대칭 산봉우리 그래프를 꽤 잘 설명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정부·여당이 만난 위기를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여당 내에서는 이 상황을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찮게 존재하는데, 지지율 하락의 속성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정수행 부정 평가자들이 제시한 이유를 보면, ‘부동산 정책’을 꼽은 사람이 23%로 가장 많다. 부동산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지지 기반 붕괴를 부른 핵심 뇌관이었다. 부동산 폭등에 불만을 품고 노무현 정부 지지 블록을 이탈한 수도권 30·40대는 이명박 대통령 탄생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 문제는 정권의 통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동시에 정권의 가치와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힌다. 집을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해놓고 다주택자가 줄줄이 포진한 정권, 윗세대는 빚으로 집을 사놓고 젊은 세대에는 대출을 막아서 자산 축적 기회를 박탈하는 정권이라는 비판이 간단치 않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누가 좀 더 손해를 보고 이득을 보는 문제를 넘어 자산 축적이라는 거대한 경쟁의 핵심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을 불공정하게 관리한다는 인상을 참가자들에게 줄 때, 이것은 민생 문제를 넘어 정권이 내거는 가치가 흔들리는 문제다.

민주당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가치와 도덕성에 손상을 입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 문제가 터진 후 일종의 세대 차이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른바 86 세대로 불리는 선배들과 문제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이번에 박 시장 문제에서 처음으로 어떤 집단적 장벽이랄까 저항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다. 당내에서도 성추행 피해자의 관점에서 나오는 논의가 꽤 있었는데 그게 번번이 막혔다. 여기서 밀리면 젊은 시절의 가치가 통째로 부정된다는 느낌을 선배들이 받는 것 같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 당에서 젠더 문제가 세대를 가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여론분석 전문가인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여기에 더해 흥미로운 패턴 하나를 지목했다. “원래 전국선거를 크게 이기고 나면 승자 쪽으로 지지세가 한동안 쏠리는 현상이 있었다. 100일 정도 이런 효과가 지속되곤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아니다. 전국선거를 크게 이기고 거의 곧바로 지지율 추락이 시작된다. 이건 대단히 독특한 결과다.” 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래 〈그림 2〉는 2018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다. 역시 한국갤럽 정례조사 결과다. 지방선거는 6월 둘째 주에 있었고,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 주에 국정수행 지지도는 79%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략 이 정도 지지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것이 선거 다음 주부터 바로 지지도 하락이 시작되어, 9월 첫째 주에는 49%까지 떨어진다. 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지지도를 잠시 회복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연말에 45% 선으로 내려앉은 지지도는 이후 15개월 대안정기에 들어간다.

이 그래프는 〈그림 1〉의 10주 급하강기와 놀랄 만큼 닮았다. 첫째, 거의 매주 지지도가 떨어지는 강력한 하강세를 보여줬고, 낙폭도 비슷하다. 2018년 1차 급하강기에는 30%포인트가 떨어졌고, 2020년 2차 급하강기에는 25%포인트가 떨어진 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둘째, 2018년에는 선거 대승 1주 후부터, 2020년에는 선거 대승 4주 후부터 하락세가 바로 시작됐다. 100일 정도는 누린다던 선거 승리 보너스가 사라졌다. 2018년 1차 급하강기에는 최저임금 정책이 원인으로, 2020년 2차 급하강기에는 부동산 정책이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정한울 전문위원은 이게 그렇게 중요한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각 정책에 대한 불만은 하락을 격발시키는 방아쇠는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일관된 패턴이 나타나는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유권자가 선거 결과로 보내는 메시지를 집권 여당이 두 번 다 잘못 수신한 게 아닐까?”

총선 압승, ‘이념 이슈’ 전면 승인 아닐 수 있다

이런 얘기다. 유권자 차원에서 ‘야당 심판 투표’는 존재한다. 선택 가능한 대안 둘 중에 야당 쪽이 명백히 더 나쁘면, 유권자는 정부에 불만이 있더라도 여당을 찍는다. 중도적인 유권자들에게 두 차례 선거는 ‘야당 심판 선거’ 속성이 강했다. 그런데 이 결과를 정부·여당이 ‘압도적 지지와 전면적 승인’으로 해석해버리면, 즉 중도층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거나 ‘이념 이슈’로 간주하는 의제들까지 전면 승인을 받은 것처럼 행동하면, 이들 유권자는 국정 지지 철회로 경고신호를 보낸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이후 이런 상황이 되풀이해 일어나고 있고, 마침 당대에 가장 뜨거운 이슈인 최저임금과 부동산이 이런 경고신호를 내기 위해 불려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지지율이 빠졌다”와 “경고신호를 주고 싶어서 부동산 정책이 불려 나왔다”는 서로 배타적인 해석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면서 하강의 폭을 더 깊게 만들었을 수 있다. 부동산 때문에 빠지고, 빠지고 싶어서 부동산을 불러낸다. 위기가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전형적인 경로인데, 이럴수록 대책을 내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때문에 빠지는 사람’만 보다 보면, ‘빠지고 싶어서 부동산을 불러내는 사람’을 놓친다.

ⓒ시사IN 조남진21대 총선이 치러진 4월15일 저녁 국회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상황실에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이해찬 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야당이 여전히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어떤 이유로든 정부·여당에 보내는 경고신호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와 가장 닮은 정치 구도는 이명박 정부 후반기인 2011년에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에 실망은 높아지지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여야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하고 축적된 불만의 에너지는 9월 이후 ‘안철수 현상’으로 폭발했다. 계기는 10월에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제 8개월 남았다.

구도가 유사하다고 상황까지 닮은 건 아니다. 지금은 2011년이 아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지지 기반은 당시 이명박 정부보다 넓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4년 차 2분기부터 국정수행 지지도가 40% 아래로 떨어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현재 집권 4년 차 1분기를 지나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레임덕 징후도 아직 없다. 2011년 한나라당보다는 2020년 민주당의 상태가 단연 안정적이다. 2011년의 민주당보다 2020년 미래통합당의 상태가 더 취약하기도 하다. 2011년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선전으로 기사회생한 상태였지만, 2020년 미래통합당은 전국선거만 4연패 중이다. 그럼에도 전국선거와 이어진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정부·여당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민주당의 우위 구도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하지만 ‘180석 승리’가 보여준 압도적 인상만큼은 아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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