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특히 전염병이 만연한 시기에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우리 주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게 문을 닫은 사람도 많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하거나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괜찮을 거야〉의 표지에는 버스 유리창을 통해 한 어린이가 보입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동자를 보니 뭔가 생각에 빠진 것 같습니다. 본문을 펼치면 이번에는 버스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풍경입니다. 버스 안의 모습이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입니다. 어린이 얼굴도 버스 창틀도 검게만 보입니다.
버스가 정차하고 어린이가 버스에서 내립니다. 어린이는 털모자를 쓰고 배낭을 짊어졌습니다. 간판, 사람, 횡단보도, 신호등, 빌딩숲, 자동차, 자전거… 익숙한 도시의 풍경 사이로 어린이가 걸어갑니다. 이윽고 누군가의 혼잣말이 시작됩니다.
“나는 알아. 이 도시에서 작은 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그림책을 보다 보면 책에 적힌 혼잣말이 누구의 목소리인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쓸쓸하고 먹먹한 혼잣말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이 절묘한 듀엣을 이루어 소름 끼칠 만큼 놀라운 공감의 위력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심금을 울리는 먹먹한 혼잣말
버스에서 내린 어린이는 차도에서 인도로 걸어갑니다. 인도에는 이미 어른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가고 있어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그림이 전해주는 위압감으로 이 도시에서 작은 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페이지마다 쓸쓸하고 먹먹한 혼잣말이 흐릅니다. 그림에는 삭막하고 거대한 도시의 풍경이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며 이어집니다. 그 누군가의 혼잣말이 간절한 기도처럼 들립니다. 거대한 도시에서 작은 몸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를 위로합니다. 먹먹한 혼잣말이 심금을 울립니다.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고 있습니다.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감염을 막으려 몸부림치고 치료제를 개발하려 애씁니다. 전염병이라는 엄청난 재난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입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만약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저 혼잣말이라도 좋습니다. 부디 소리 내서 기도하듯이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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